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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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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힘은 데이터베이스”

등록 2006-01-19 00:00 수정 2020-05-03 04:24

최휘영 NHN 국내사업 담당 대표…엠파스의 ‘열린 검색’은 납득할 수 없어
구글이 한국에서 서비스를 본격화하면 시장 자체가 넓어지고 재미있어질 것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네이버가 국내 검색 시장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한 중심에는 창업자인 이해진 전략담당이사(CSO)와 함께 최휘영(42) NHN 국내사업 담당 대표가 있다.

2002년 네이버본부 기획실장으로 NHN과 인연을 맺은 최 대표는 통합검색, 지식검색, 도서검색 등 새로운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연합통신>·<ytn> 기자, 야후코리아 미디어팀장, NHN 네이버부문 이사를 거쳐 2004년 11월부터 NHN 국내사업 담당 대표로 일하고 있으며, 10년에 이르는 기자 시절 중 8년을 정치부에서 보냈다.

광고시장 비중은 40% 후반

검색시장에서 점유율 7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한 배경을 자체적으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점유율을 어떤 잣대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부터 얘기해야 할 것이다. 검색창에 검색어를 넣어 나온 결과의 페이지뷰를 기준으로 하면 70% 수준인데, 시장점유율에 가까운 개념은 그것보다는 검색광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라고 본다. 그걸로는 40%대 후반이다.” 독보적인 1위에 대한 시샘을 경계해서였을까. 성장 배경에 대한 질문에 최 대표는 한발 비껴나 세간에서 말하는 것처럼 높은 독점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애써 강조했다.


“‘미니홈피’ 시장에선 싸이월드의 점유율이 90%를 넘고, ‘카페’ 시장에서 다음의 점유율도 90%를 넘는다. 사이트 전체의 볼륨(덩치)을 봐야 한다. 점유율 숫자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점유율이 높은 건 사실이나 안정적이라고 할 수 없다. 시프트 코스트(검색 사이트를 넘나드는 데 따르는 비용)나 (다른 사이트를 이용하는 데 따른) 인위적 장벽이 없다. 인터넷이 대중화된 지 10년, 사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게 고작 4~5년이다. 아직 진화 중이다.” 시장점유율도 그에 따라 역동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검색은 정보를 선택하는 행위다. 이런 특성 때문에 검색시장에선 신뢰도에 따라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인터넷 검색에는 돈이나 시간이 거의 들지 않는다. 검색창만 두드리면 나온다. 문제는 신뢰도다. 신뢰도에 대한 검증을 받은 쪽으로 (사용자들이) 쏠리게 된다.”
신뢰도를 높임으로써 시장을 주도하게 됐다는 얘기인데, 신뢰도를 높인 방법은 무엇이었는가?

“초기부터 지금까지 네이버의 최고 중요한 관심사는 ‘검색’이었다. 중간에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았다. 다른 사이트들과 달리 검색 한 우물만 파왔다.” 이 대목에서 최 대표는 네이버가 삼성SDS 사내 벤처에서 분사하고, 한게임과 합병해 NHN으로 거듭나는 기업 성장사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했다. 또 한국 검색시장만의 독특한 특성과 그에 적응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자료를 검색해주는 기술을 개발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자료를 온라인에 올려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에 중점을 뒀다. 영어권에 비해 정보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데이터베이스를 찾는 것 못지않게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봤던 것이다.”
네이버가 ‘1위 자리 지키기’에 급급해 오픈 마인드(열린 마음)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블로그나 지식검색 등 인터넷 사용자들이 만들어낸 데이터베이스에 대해서도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외 인터넷 업체들 사이의 자율적인 규약에 따라 사용자의 동의가 없으면 콘텐츠를 무단으로 가져갈 수 없도록 돼 있다. 사용자가 네이버에 올린 콘텐츠는 네이버와 사용자가 공동으로 저작권을 갖는다고 본다. 그런데 이를 다른 검색업체들이 긁어가 보여준다면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엠파스가 ‘열린 검색’을 통해 네이버의 블로그나 지식검색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고 있는 것을 가리킨다.
“예컨대 사용자가 올린 글이 잘못돼 수정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네이버에서는 이를 즉각 반영해 수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른 곳(검색업체)에서 긁어간 경우 그렇게 할 수 없다. 엠파스가 사용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글까지 무단으로 긁어가고 있는데, 이전투구로 비쳐질까 싶어 소송도 못 내고 있다.”

검색 기술뿐 아니라 정보 가공도 필요



최 대표는 “우리도 만약 그런 식으로 다음이나 야후코리아 것을 긁어오면 더 성장할 수 있다”며 “상식적으로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절차에 의해 검색할 방법이 있는데, 데이터베이스 자체를 긁어가는 것은 ‘열린 검색’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용자 중심으로 진화하고 시장을 이끄는 노력은 해나가되, 합리적인 질서 속에서 만들어가야 한다. 마치 해킹하듯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간 뒤에 모든 사람들한테 열어두고 있다고 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 검색 진화 과정의 해프닝으로 본다. 네이버 검색 서비스의 경쟁력은 검색 만족도 향상을 넘버1(최우선)으로 놓고 고민해온 과정을 평가받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네이버 방식’은 정보의 가공 과정을 많이 거치기 때문에 많은 수작업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검색 본연의 기술 개발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기술 개발이 전제되지 않으면 검색 만족도를 높일 수 없다. 기술 개발의 뒷받침 없이는 한계에 부닥친다. 그렇다고 기술 개발만으로 되느냐? 그것도 아니다. 구글은 기술력만으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다. 그런 구글도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데이터베이스가 너무 방대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검색창에 ‘비’를 치는 경우를 예로 설명을 이어갔다. “네이버에선 가수 ‘비’ 프로필이 제일 먼저 뜬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관련된 정보를 찾는다고 검색창에 비를 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사용자들의 정보 니즈(욕구)를 반영해 가수 ‘비’의 프로필이 먼저 나오도록 가공하는 게 필요하며, 이를 기술력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우리가 기술 개발을 등한시하는 건 아니다. 네이버는 국내 검색업체로는 유일하게 자체 검색연구소를 갖추고 있다. 또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와 검색 결과 만족도를 평가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를 합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검색 서비스로 나갈 것

새해 검색 시장의 흐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는가?
“전방위로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인터넷의 큰 흐름은 컨버전스(융합)다. 유·무선 서비스 연동 같은…. (인터넷에서) 이미지만 보던 데서 나아가 동영상을 보고 싶어하는 등 사용자들의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 멀티미디어 검색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와 또 다른 여러 가지 새로운 바람과 시도가 나타날 것이다.
한국 시장에서 구글의 영향력은 어떨 것으로 보는가?
“구글이 한국에 엔지니어링센터를 만든다고 들었다. 한국 시장에서 뭔가 서비스를 본격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다. 그럴 경우 재밌어질 거다. 인터넷 검색시장은 블루오션이다. 한정된 시장에서 뺏고 뺏기는 게 아니라 시장 자체가 넓어지고 있다. 구글이 뜨니 NHN이 다시 주목받고 있지 않나. 구글이 한국에 와서 서비스를 한다는 건 시장이 확장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 면에서 구글은 경쟁자이자 동반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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