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표적인 인종차별·사회소외 반대 단체 MRAP 무루 아우닛 회장
고질적 실업과 경찰의 폭력이 사태의 원인, 정부 대책은 제스처에 불과하다
▣ 파리=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MRAP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인종차별 및 사회소외에 반대하는 시민운동단체다. <한겨레21>은 지난 11월18일 파리 시내에 있는 MRAP 사무실에서 무루 아우닛 회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치안에 목숨 거는 우파 정부
방리유 소요사태가 왜 터졌다고 보나.
=이미 옛날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실업 문제다. 방리유의 많게는 40%에 달하는 젊은이들이 실업 상태에 빠져 있다. 프랑스 전역의 평균 실업률 10%와 큰 차이다. 또 다른 이유는 오랫동안 경찰과 젊은이들과의 긴장관계에 있다. 경찰은 방리유 젊은이들에게 수시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며 불심검문을 한다. 프랑스인한테는 공손하게 하다가도 이들은 폭력적으로 다룬다. 우리 단체가 몇 년 동안 줄기차게 비판해온 문제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몫은 없나.
=정부가 방리유를 다루는 정책의 실패도 원인이다. 물론 이 문제를 폭발시킨 뇌관은 따로 있다. 지금의 우파 정부는 치안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것의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내무부 장관 사르코지가 방리유 젊은이들을 ‘인간 쓰레기’라고 폭력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대선을 염두에 두고 계속 이와 같은 강경한 발언을 해왔다. 사르코지는 이민자와 치안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 대략 20%에 이르는 극우파 지지층의 표까지 끌어오려 하고 있다.
해결책에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나.
=방리유 젊은이들의 처지와 상황에 먼저 귀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냉정하게 프랑스 사회에 존재하는 사회적 고통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 방리유 젊은이들에겐 미래의 삶이 없다.
그들을 향한 차별과 싸우기 위한 현실적인 정책들도 필요하다. 프랑스 젊은이들의 실업률이 높긴 하지만, 경력과 학력이 같은데도 부모 가운데 하나가 마그레브 이민자의 가정이면 순수 프랑스인보다 8배나 직장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번 소요사태를 일으킨 젊은이들에게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방리유 젊은이들을 위한 직업교육과 일자리 창출 등 정부의 대책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보나.
=대책이라고 발표한 것들은 제스처에 불과하다. 정부에서 젊은이들과의 관계 개선을 얘기하며 교육과 일자리를 약속하지만,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폭력사태가 왜 일어났는지부터 알아봐야 한다.
프랑스 사회엔 자유·박애·평등이란 프랑스혁명의 이념이 있지 않은가.
=프랑스는 다민족 사회인데도 프랑스 국회엔 마그레브 이민자를 찾아볼 수 없다. 과연 프랑스 사회가 평등한 사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마그레브라 하더라도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 모하메드란 이름을 가졌더라도 나는 프랑스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체성을 갖게 해줘야 한다.
국민전선이 득세하는 위기 상황
더 큰 위기는 식민주의적 발상이 다시 프랑스에서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민전선이 프랑스에서 득세하고 있는 것도 프랑스가 처한 위기를 잘 보여준다. 프랑스에서는 법적으로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도대체 누가 프랑스인인가.
=이곳에서 태어난 이민자 자녀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자신이 프랑스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을 프랑스인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한 의원은 프랑스 국적을 가진 젊은이라 하더라도 소요사태와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으면 국적을 박탈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엔 자유·평등·박애라는 이념이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위해 모든 곳에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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