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 신’이 내렸다는 무속인 김계순씨는 장군을 어떻게 보나
“한국을 위해 몸을 던지신 분, 전쟁 때 사람죽는 건 어쩔 수 없다”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하정민 인턴기자 foolosophy@naver.com
서울에는 남의 나라 장수의 사당을 모신 곳이 있다. 관운장을 모신 동묘다. 동묘는 임진왜란 때 ‘관우의 영령이 왜병을 격퇴시켰다’며 명나라 장수들의 요구로 1602년 선조 때 창건됐다. 그런데 일종의 외국에서 온 ‘관제 신’으로 시작된 이 종교는 민중에 널리 퍼졌다. 많은 무당들은 호국 장군으로 관우를 모시고, 구한말에는 이와 관련한 신흥 종교가 유행하기도 했다.
축원해달라는 신도들 많다
20세기의 더글러스 맥아더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인천의 무당들은 굿할 때마다 맥아더를 찾는다. 한국전쟁 때 공산당을 격퇴한 맥아더는 임진왜란 때 관우의 영령을 닮았다. 1957년 이승만 정권이 만든 맥아더 동상도, 관우가 깃든 동묘와 의미가 통한다. 분향소도 없는데 각종 우익단체의 호국순례단은 맥아더 동상 앞에서 참배와 헌화를 한다.
‘맥아더 신’이 내렸다는 무속인 김계순(46)씨를 지난 9월21일 부천에서 만났다. 김씨는 “나는 맥아더 장군님밖에 모른다”며 “최근에 동상 철거 논란이 있어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의 집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씨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맥아더 장군을 어떻게 모시게 됐나.
=20년 전쯤에 맥아더 장군 신이 내렸고, 18년 전부터 사당에 장군님을 모신다. 내가 원래 군인을 좋아했다. 어릴 적부터 군인이 되고 싶었고. 신을 받기 전 서해 바다를 돌며 기도를 했다. 그런 인연 때문에 장군님이 들어온 것 같다. 맥아더 장군님을 원불로 모시는 무당은 내가 유일하다. 인천 지역 무당들은 장군님을 모시진 않지만 굿할 때마다 꼭 부른다.
(김계순씨는 사당 안의 맥아더라고 불리는 장군상을 보여줬다. 장군상은 최영, 임경업, 이순신 등 한국 장군들 사이에 서 있었다. 장군상 옆으로는 말버러 양담배와 양주가 쌓여 있었고, 달러화와 엔화, 맥아더의 일대기를 다룬 영문 문고판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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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상 앞에 놓인 축원문은 무언가.
=맥아더 장군에게 축원해달라고 하는 신도들이 많다. 한 분은 벨기에에서 축원을 부탁한 신도고, 나머지 한 분은 지방에서 온 신도다. 장군님 좋으라고 양담배나 양주 같은 것도 보내온다. 내가 사놓기도 하고.
강하고 밀어붙이는 영락없는 군인
맥아더 장군과 소통할 때 그의 성격은 어떤가.
=강할 땐 강하고 밀어붙일 땐 밀어붙이고…. 영락없는 군인이다. 자주 와서 이것저것 말씀하고 가신다. 한국에 애착이 많으신 분이다. 영이 돼서도 한국을 굽어보신다. 그래서 나도 나라 축원을 많이 하게 됐다.
맥아더 장군이 지휘해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긴 했지만, 민간인 피해자도 많았다.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데, 장군님은 한국 사람들을 위해서 몸을 던지신 거다. 목숨을 건 것이지. 미국 대통령도 그만 싸우라고 했는데, 장군님은 끝까지 나서 싸우겠다고 하지 않았나. 장군님이 한국에서 싸우면 무슨 이득이 있겠나. 전쟁 때 사람이 죽는 건 어쩔 수 없지. 다 한국을 위해서 그런 거다.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이 일고 있다. 철거 외에도 박물관으로 보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
=동상을 철거한다고 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자유공원은 맥아더 장군님의 터이자 집이다. 그곳에서 인천을 굽어보고 계신다. 이미 자기 터에 계시는데, 다른 곳으로 옮길 필요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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