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공포의 검찰, 아~ 우리의 노예근성”

등록 2005-05-04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폴네띠앙의 ‘경찰 전사’들이 ‘씹어대는’ 검찰의 모습… 지휘-복종 관계가 검·경 유착 불렀다</font>

▣ 사회·정리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경찰 전문 포털 폴네띠앙(polnetian.com)의 홈페이지를 열면 팝업창이 뜬다.

“독도를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 우겨도 위대한 국민은 현명한 판단을 합니다. 국민의 인권을 위한 수사권 조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 글과 함께 팝업창에는 허준영 경찰청장이 독도에서 갑옷을 입고 ‘포효’하는 패러디 사진이 실려 있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와중에 이들은 마치 ‘검찰로부터의 독립운동’이라도 할 태세다.

[%%IMAGE1%%]

폴네띠앙의 주도자들은 경찰 조직의 ‘무서운 아이들’이다. 공무원 신분임에도 경찰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면 할 말은 하는 인터넷 전사들이다. <한겨레21>은 4월29일 저녁 폴네띠앙에 부탁해 일선에서 일하는 경찰 6명을 불러 방담을 나눴다. 말단 순경에서 시작해 진급한 경위부터 경찰대를 나온 총경까지 참석자는 다양했다. 이날 오전에서야 취재를 요청했지만, 일정을 팽개치고 강릉과 공주에서 달려온 이도 있었다.

경찰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검사의 모습은 어떨까? 일선 현장에서 온갖 ‘굴욕’을 겪었다고 주장하는 그들은 한풀이라도 하듯 ‘무소불위’의 검사를 씹어대기 시작했다. 사회를 맡은 기자는 수위(?)를 넘나들며 쏟아지는 말을 받아적기 힘들 정도였다.

“무엇 했지요?” 묻는 게 무슨 수사인가

[%%IMAGE2%%]

사회자형사소송법에 따라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습니다. 그래서 검찰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는 이들이 바로 경찰이 아닐까 합니다. 현장에서 접하는 검사는 어떤가요?

장신중 강원경찰청 경정(이하 장신중)공포 그 자체죠. (모두 웃음)

장광호 경기청 경감(이하 장광호)너무 굴욕적인 표현 아니에요? 아~ 우리의 노예근성. 여하튼 검찰 권한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막강합니다. 검사 앞에서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보복’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어요.

황정인 충남청 경감(이하 황정인)지난해 우리 관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검사가 영안실에서 주검을 검시한다고 경찰서로 연락이 왔죠. 그러면 보통 파출소장이나 형사반장이 ‘영접’을 나가는데, 그때는 내부에서 연락이 엇갈려 못 나갔거든요. 그러자 그 검사가 경찰서 과장한테 전화해서 “당신들 이렇게 할 거냐”고 했다네요. 그러고선 얼마 안 돼 검찰에서 경찰서 유치장 감찰을 시작했어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모든 대장 가져오라 하고, 이 사건은 왜 기소 중지시켰냐면서 따지는데, 원.

[%%IMAGE3%%]

박미옥 서울청 경위(이하 박미옥)검사들은 공부만 하다 들어가서 수사도 못해요. 사회 현상에 대한 이해가 없어. 그 사람들이 서민을 만난 적이 있어요? 전문가랍시고 성폭력 수사하는데, 우리가 만든 조서와 비교해보면 수준이 떨어져요. 그분들 할 줄 아는 질문이 ‘아무개씨, 무엇무엇 했지요?’ ‘이것은 그렇게 된 것이지요?’ 같은 거예요. 그게 무슨 수삽니까?

장신중자백하라 이거죠.

박미옥현장 검증을 같이 가고서도 뒤에서 팔짱 끼고 보고만 있어요.

황정인우린 사건 터지면 주검 몇구는 봐야 산뜻한데, 검사들은 그걸 못하더라고. 수사능력은 우릴 따를 수 없을 것 같아. (모두 웃음)

황정인검사들이 우리보다 유일하게 잘하는 게 마약수사 아닙니까? 마약하는 애들은 교도소에 가면 마약을 할 수가 없어서 조금만 꼬드기면 술술 부니까 검사들이 쉽게 수사하잖아요. 공범을 불면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꼬드기고, 양형을 조절할 수 있다고도 하고…. 내가 예전에 마약 투약자를 한번 잡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검찰청에서 전화가 왔어요. 검찰 정보원이니까 놔주라고. 그래서 고민하다가 놔줬어요. 지금 같으면 안 그러겠지만. (모두 한숨)

[%%IMAGE4%%]

황정인우리도 물론 마약수사 하다 보면 정보원을 만들어요. 그런데 경찰이 정보원 두는 걸 보고, 검찰이 뒤틀려서 ‘수사’하면 경찰은 ‘직무유기죄’로 잘려요. 마약수사 잘하는 부산에서 경찰이 몇명 구속됐는지 아세요? 똑같은 일 하는데 경찰은 구속되고 검찰은 구속된 적 한번도 없고. 장신중내 경우를 들어봐요. 1995년엔가, 검찰 계장이 룸살롱에 갔다가 폭행 시비가 붙었어요. 신고가 들어와서 파출소에서 나갔는데, 피의자가 검찰이고 하니까 없던 걸로 하려 했는데, 이 사람이 파출소에까지 가서 행패를 부리는 거예요.

검찰청에 전화했다 뒷조사까지 당해

그래서 내가 다음날 그 사람한테 경찰에 출두하라고 했죠. 그런데 안 오는 거예요. 그래서 작심하고 검찰청에 직접 전화해 ‘빨리 보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뒤에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문제 인물은 다른 지방으로 전출됐는데, 글쎄 내 뒷조사가 시작되는 거예요. 동네 다방 여종업원까지 불러서 조사했다니까요.

이동환 서울청 경정(이하 이동환)주제를 좀 바꿔보죠. 우리가 하는 말 들으면 국민들은 우리보고 그럴 거예요. 왜 이제까지 검찰 비리에 대해 아무 이야기 없다가 수사권 조정 문제가 불거지니까 그러느냐고.

박미옥선배들 입장에선 우리 직원들이 불이익 당할까봐 아무 말 못했던 거죠. 그러다 국민만 피해 본 거예요.

[%%IMAGE5%%]

황정인유착이에요, 유착. 그동안 검·경이 유착했던 겁니다.

장광호검찰과 경찰의 지휘·복종 관계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서로 떠넘기기만 해요. 유력인사가 끼어 있는 대형 경제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은 검사가 이렇게 수사하라고 지휘했다고 핑계대고, 검사는 경찰이 이렇게 수사해서 올렸다고 말해요.

황운하 경찰청 총경(이하 황운하)검사가 경찰화됐어요. 일본에선 검사가 고도의 정치적 사건만 수사하는데 우리는 검찰이 모든 사건에 개입하죠. 경찰이 범죄를 수사하고 구속영장을 받으려면 검찰의 허락을 받아야 하잖아요. 어차피 영장심사는 법원에서 하는 건데.

장신중경제 관련 고소사건의 80~90%는 무혐의 처분으로 끝나요. 대부분 사소한 문제로 수배됐다고 조사받는데, 저녁 때쯤 내보내려고 하면 검찰청에 검사가 없어요. 이미 퇴근한 거죠. 그럼 조사받은 사람은 경찰서에서 하룻밤 자야 해요. 이게 인권침해지, 뭐예요?

일동검사 퇴근시간이 몇시더라? 저녁 6시인가 8시인가…. (각 지역의 퇴근시간을 서로 확인)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견제하자는 것

[%%IMAGE6%%]

장광호경찰이 불구속으로 사건을 해가면 왜 구속 안 하느냐고 해요. 검사도 실적을 올려야 하니까. 현재 시스템이 인권을 위한 경쟁 시스템이 아니라 반인권을 위한 경쟁 시스템이니까 그런 거예요. 수사 효율성을 위한 시스템이에요. 검찰과 경찰이 서로 견제를 해야 인권이 챙겨지는데.

이동환게다가 현 체제에선 피의자의 검찰 진술이 100% 증거로 채택돼요. 피의자는 붙잡히면서 ‘나의 진실은 법정에서 밝혀지리라’라고 말하지만, 일단 검찰 조사 들어가면 90%가 유죄라고 봐야 해요.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하겠다는 ‘공판중심주의’는 그렇게 하지 않고 판사가 직접 피의자를 심문하겠다는 것이죠. 근데 이걸 검찰이 못하겠다는 거예요. 검찰은 공판중심주의에 실행되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없어지면, 국민들이 불안에 떨 것이라고 하잖아요. 이건 협박이에요.

사회자경찰도 지난번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나 주취자 보호법을 제정하려고 해 인권에 둔감하다는 비판을 받지 않았나요?

장광호경찰의 기본 기능이 치안 유지이고, 그건 조직의 필연적인 욕구라고 봐야 해요. 그런데 현 체제는 이런 욕구를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이 없어요. 만일 검찰과 경찰이 분리돼, 검찰이 ‘앞으로 CCTV의 과다 사용으로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 앞으론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한다면 얼마나 좋아요. 그런데 지금은 검찰이 경찰을 견제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이 범인을 잡아들이라고 격려하는 꼴이죠. 검찰이 경찰을 ‘지휘’하고 있으니까요. 검찰도 실적을 올려야 하잖아요.

[%%IMAGE7%%]

사회자그래도 국민들 눈엔 수사권 조정이 검찰과 경찰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이는데요? 그리고 사법고시 엘리트처럼 경찰대 엘리트가 나오는 것 아니에요?

이동환신문법을 제정해 신문시장의 독과점을 제한하는 것도 일부 신문의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가 크니까 그렇게 하는 거잖아요. 수사권 조정도 마찬가지예요. 검찰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으니까 그걸 나누고 견제하자는 거예요.

황운하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좋은 경찰과 검찰을 갖기 위한 진통 과정이에요. 비정상적인 수사 과정이 정상화되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해야 검찰의 부당한 간섭이 줄어들고 권한 남용도 차단될 수 있어요.

왜 특정 집단이 ‘절대선’이 돼야 하나

황정인(한겨레신문의 한 기사를 가리키며) 국방부도 구조조정한다는데, 왜 특정 집단만 싫어하는지….

장광호1980년대 경찰대를 만든 건 경찰의 우수한 인재를 받아들이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어요. 수사권이 조정되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경찰을 하려고 할 텐데요. 그러면 자연히 좋은 인재가 많아지고, 그때는 경찰대를 발전적으로 해체해야 한다고 봅니다.

장신중나는 발전적 개편! 경찰대를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키울 수도 있잖아요?

[%%IMAGE8%%]

사회자이야기가 길어졌는데요. 검찰의 핍박을 받느라 수고 많으신데, 마지막 한 말씀 하신다면.

황정인민주주의는 서로의 불신을 전제로 서로를 견제하는 ‘장치’를 만든 것인데, 지금 구조에선 특정 집단이 ‘절대선’인 양하고 있어요. 필요한 장치가 바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에요. 이번 기회에 이런 모순은 반드시 극복돼야 합니다.

박미옥우리의 ‘노예근성’ 반성해야 됩니다. 불기소할 건 불기소하고, 기소할 건 기소해야 합니다.

장신중모든 참상은 사회 엘리트들의 잘못된 자기 확신에서 비롯된다.

일동(웃으며) 와 멋진 말이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