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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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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문제는 콘텐츠다

등록 2005-04-06 00:00 수정 2020-05-02 04:24

DMB 전용 콘텐츠 개발은 아직 걸음마 단계…드라마가 가장 높은 선호도 보여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DMB 서비스는 방송·통신 융합의 주역으로서,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방송과 통신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상파 DMB와 위성 DMB는 상용화 서비스가 거의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국내 DMB 시장은 초기부터 두 매체간에 치열한 시장공략 다툼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방송 DMB사업팀 관계자는 “위성과 지상파 DMB는 서로 보완재가 아니라 대체재다. 따라서 한쪽이 살면 다른 쪽은 죽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사실 SK텔레콤이 위성DMB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지상파 DMB는 사업화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수도권 지역 6개 지상파 DMB 사업자 가운데 공중파 TV 사업자군에 속하는 문화방송·한국방송·SBS도 6월께 서비스에 들어간다.

차별화 없으면 수요자 이탈할 것

현재 초기 시장 경쟁에서 관건은 기존 공중파 TV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지난 2003년 전국 1천명을 대상으로 DMB 서비스 수용도를 조사한 결과, 공중파 TV 콘텐츠 전송과 공중파 TV와 DMB 전용 프로그램 혼성 편성에 대한 수요가 각각 41%대로 높은 반면 DMB 전용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17%로 낮은 편이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변상규 선임연구원은 “DMB 시장이 초기에 형성되는 시기에는 기존 공중파 TV의 영향력이 굉장히 클 것이다. 집 밖에서는 볼 수 없던 TV를 이동 중에 보여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을 끌 것”이라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DMB 서비스에서 기존 공중파 TV에 비해 차별화된 특색이 없어지면 수요자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공중파 TV 재전송에만 매달린 채 DMB 전용 콘텐츠를 제대로 제작해 제공하지 못하면 소비자들이 외면해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조사에서, 소비자들이 DMB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요소로 꼽은 건 △저렴한 이용요금(59%) △깨끗하고 선명한 TV 수신(14.5%) △저렴한 단말기 구입 비용(7.6%) 등이었고, ‘인기 있는 공중파 TV 시청 가능 여부’는 2.1%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DMB사업은 단순히 기존 공중파 TV를 이동 중에 보도록 서비스해주는 ‘손안의 TV’외에 자체 제작 DMB 콘텐츠를 누가 잘 만드냐에서 승부가 날 공산이 크다.

그러나 DMB 전용 콘텐츠 개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상파 DMB 사업자들은 당분간 공중파 TV 프로그램을 가공해서 쓰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한국방송·문화방송·SBS 사업자 외에 비공중파 계열 지상파 DMB 사업자들이 하반기 이후에나 서비스에 들어가는 것도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상파 DMB는 무료 서비스에다가 공중파 TV 재전송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초기 경쟁에서 위성 DMB에 비해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비디오 14개 등 40여개 채널을 갖춘 위성DMB는 ‘풍부한 콘텐츠’라는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독립프로덕션·연예엔터테인먼트사 등 주로 콘텐츠 제작사들이 모인 ANTV 컨소시엄 이정원 추진단장은 “DMB가 뉴 미디어이긴 하지만 흥망성패는 콘텐츠에 달려 있다”며 “DMB가 엄청난 이익을 내며 세계를 이끌 선도적인 기술로 자리잡으려면 막연한 장밋빛 기대보다는 콘텐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디오의 비디오화 추진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지난 1월 전국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DMB용 콘텐츠로는 드라마(24.9%)가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이어 음악(21.3%), 영화·만화(13.8%), 뉴스·날씨(12.9%) 순으로 나타났다. 스포츠 중계는 5.3%, 오락·연예는 5.2% 등으로 낮은 편이었다. 소규모 독립제작사를 운영 중인 최종진 프로듀서는 “최근 지상파 DMB 사업자쪽의 의뢰를 받아 DMB용 드라마 콘텐츠를 제작 중”이라며 “기존 드라마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개그 같은 느낌으로 만화책을 보듯 드라마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인기 탤런트들은 몸값이 비싸서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기 어렵고, 지명도 있는 개그맨들을 등장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방송 DMB추진팀쪽은 “정규 공중파 TV가 나오는 시간대에는 공중파 재전송 위주로 가고, 출퇴근 시간이나 낮 그리고 TV가 안 나오는 시간에는 자체 제작한 DMB 프로그램을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방송쪽은 “TV가 안 나오는 낮 시간에 뭔가 서비스를 제공하긴 해야 하는데, 무슨 콘텐츠를 내보낼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전체 DMB 방송시간 중 25∼30%를 자체 프로그램으로 내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방송쪽은 예전에 구매해둔 영화를 틀거나 시청자 참여·평가 프로그램 또는 교통정보 형태의 방송을 편성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문화방송 DMB추진팀쪽은 “DMB 채널 콘텐츠의 자체 제작 비율을 시작 당시 30%에서 2008년까지 절반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특히 라디오의 비디오화를 추진하고, 라디오 채널에 기존 <손석희의 시선집중> <여성시대> 등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도 이외의 오락·교양 등 신규 콘텐츠는 외주 제작사에 맡길 방침이다. SBS DMB추진팀쪽은 “새 미디어에 맞는 콘텐츠 개발이 급선무인데, 이미 여러 독립제작사들로부터 아이템을 받아서 DMB 콘텐츠 제작을 의뢰해놓았다”며 “SBS는 라디오 채널에서 ‘보는 라디오’(Visual Radio) 기술을 서비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DMB 오디오 음악방송을 들으면서 액정화면을 통해 뮤직비디오와 음악 관련 사진을 슬라이드쇼 방식으로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70분짜리 방영물을 15분으로 재편집

2.2인치 정도의 작은 액정화면으로는 현실적으로 이동 중에 10분, 15분 이상짜리 DMB 콘텐츠를 본다는 게 어렵다.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 눈이 아프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DMB 사업자들은 제작되는 콘텐츠를 5·10·15분짜리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한뼘 드라마’처럼 이동하면서, 기다리면서 잠깐잠깐 보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국방송 DMB추진팀은 “70분짜리 기존 공중파 TV 드라마를 15분짜리 3개로 잘라 DMB 서비스로 내보내기보다는 70분짜리 방영물 전체를 15분짜리 하나로 축약해 새로 편집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며 “토막내서 나눠 보게 하는 건 소비자들을 끌기 어렵고, 한번에 다 보도록 해주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아무튼 DMB는 ‘손안의 TV’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손안의 리모컨’이기도 하다. 콘텐츠가 맘에 안 들면 단 몇초 만에 다른 채널로 바꿔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단말기 개발, 잘되십니까

지상파와 위성 동시 지원 단말기는 내년 이후… 주요 생산업체들 대용량화에 적극 나서

삼성전자가 곧 출시할 지상파 DMB 단말기 SPH-B1200은 DMB 수신 기능은 물론 130만화소 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의 위성 DMB폰인 SCH-B100은 이미 팔리고 있고, 이달에 130만화소 카메라 기능을 장착한 후속모델(SCH-B130)이 나올 예정이다. LG전자도 위성 DMB폰인 SB-1000과 200만화소급 위성 DMB폰(SB-110)을 이달 안에 출시할 계획이다. 5월에는 지상파 DMB폰을 출시한다. 팬택앤큐리텔도 6월에 가로화면을 적용한 DMB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하나의 단말기로 지상파 DMB와 위성 DMB를 동시에 시청할 수는 없다. 사용전파가 다르기 때문이다. 두 가지 방식을 동시에 지원하는 단말기는 내년 이후에나 선보일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DMB 단말기의 배터리 용량 부족을 DMB 서비스에서 풀어야 할 당면 과제라고 지적한다. 장시간 동영상 시청에 따른 전력 소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에 따라 삼성SDI·LG화학 등 주요 2차전지 생산업체들은 DMB폰 대용량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출시된 DMB폰의 사용시간은 대략 2시간으로, 음성통화와 함께 사용할 경우에는 사용시간이 더욱 짧아진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하루에 작은 액정화면으로 DMB 서비스를 2∼3시간 이상 볼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DMB폰 구입 때 2시간30분짜리 휴대전화 배터리 팩을 2개 주고 더 필요한 사람은 하나 더 사도록 할 수도 있는데, 배터리 3개면 약 7시간은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는 큰 문제가 아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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