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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신드롬’의 실체는 무엇인가

등록 2005-03-09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기성 정치권에 염증 느낀 유권자들의 대안…후보출마 선호도 열린우리당 27.7%, 한나라당 21.8%, 무소속 13.4% 순</font>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고건 전 총리는 여전히 초강세였다. 지난 2004년 9월14일 <한겨레21>의 ‘차세대 리더 여론조사’에서 처음 1위를 차지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고수해온 그는 <한겨레21>의 이번 조사에서도 독보적 우위를 차지했다. 차기 대통령 선호도에서 2위인 박근혜 대표를 11.6%포인트나 앞질렀고, 다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54.1%가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은 35.6%였다. 고 전 총리는 특히 지역·세대·계층·지지정당에 관계없이 비교적 고른 지지율을 기록해 국민들 사이에 ‘고건 신드롬’이 계속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차기 대통령 가능성 54%

고 전 총리의 초강세 현상에 대해 정치권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기성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면서도 현실정치판에 좀처럼 발을 담그지 않는 그를 ‘제3의 대안’으로 바라본다는 분석이 대세다. 지난 2002년 대선전에서 정몽준 의원이 누렸던 인기와 비슷한 성격이라는 것이다. 다만, 3김 시대 이후를 준비하던 당시에는 정몽준 의원을 통해 ‘젊고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발현시켰다면, 지금은 난맥상을 겪고 있는 현실정치판을 경험과 연륜이 풍부한 고 전 총리가 평정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심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고건 신드롬에는 여야의 대권주자들이 명확히 확정되지 않은 ‘정치 구도상의 여유’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고 전 총리가 대권에 도전할지 안 할지, 또 출마할 경우 어느 당 후보로 나설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자제하며 계속 무당파로 남아 있는 그의 ‘조신한 처신’이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지지 정당에 상관없이 호감을 표시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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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겨레21>의 조사에서 열린우리당 지지자의 29.5%, 한나라당 지지자의 24.1%, 민주노동당 지지자의 39.2%가 그를 차기 대선 후보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고건 전 총리를 영입해 2007년 대선에서 독자 생존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민주당 지지자들은 무려 50.8%가 그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고 전 총리는 각 당 지지자들의 이런 바람에 아랑곳없이 현실정치와 거리를 유지하는 ‘등거리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고 전 총리쪽은 지금까지 한화갑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의 공개 구애 움직임에 대해서만 “민주당 생존을 위한 영업전략”이라고 거부감을 드러냈을 뿐이다. 아직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가운데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단연,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사는 그가 과연 어느 정당의 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데 모인다.

연륜 있고 정치판에 발 담그지 않아

<한겨레21>의 조사 결과 유권자들은 고 전 총리가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오는 것을 좀더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건 전 총리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어느 정당의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27.7%가 열린우리당 후보라고 답했고, 21.8%가 한나라당 후보라고 말했다. 13.4%가 무소속 출마를 선호했고 신당을 창당해 출마해야 한다는 응답은 6.8%에 그쳤으며 민주당 4.2%, 민노당 2.3%로 나타났다. 결국 고 전 총리가 현재의 대중적 관심과 인기를 2007년 대선에서 실질적인 득표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두 당 가운데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묵시적 요구인 셈이다.

한편 열린우리당 지지자 가운데 56.8%가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를 원한 반면,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49.4%가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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