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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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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헤어질 수 없는 삼성

등록 2005-01-12 00:00 수정 2020-05-03 04:23

<font color="darkblue">노 정권과 상대적으로 호의적 관계…삼성에버랜드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풀어야 할 이슈 산적</font>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정부와 삼성은 밀월 중?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은 언론과 취재원 사이뿐 아니라 정치권력(청와대)과 경제권력(재벌)의 관계맺음에서도 적용돼야 할 당위일 터인데, 특정 재벌과 정치권력의 친소 구설은 세간에서 끊이지 않는 회자거리다. 참여정부 들어서는 주로 삼성그룹을 중심에 둔 논란과 추측이 많은 편이다. 삼성이 재계 순위에서 독보적인 1위인데다 그룹 내부의 권력이동(이건희 → 이재용)을 앞두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삼성차 살리기’ 운동 편 노 대통령

참여정부와 삼성그룹의 관계에 대한 엇갈리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한 갈래로 모이는 대목은 다른 그룹들에 견줘선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의 뿌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 동남지역발전특위 위원장으로 일하던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제계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됐던 삼성자동차 처리 문제를 놓고 ‘문 닫도록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맞서 노 대통령은 ‘삼성차 살리기’ 운동을 벌였으며, 이듬해 매각 작업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주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느라 재계 인맥을 만들지 못한 노 대통령의 이력을 감안할 때 일찍부터 삼성과 비교적 좋은 관계를 맺었다는 분석을 불러일으킬 만한 대목이다.

이학수 삼성 부회장이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1년 선배라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탠 요인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 참모그룹의 핵으로서 부산상고 출신의 대표적인 재계 인사로 꼽히며, 2002년 대통령 선거 직후부터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아 삼성그룹의 대정부 창구처럼 비쳤다. 노 대통령의 국민회의 동남발전특위원장 시절 이 부회장은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으로 삼성차 매각 처리를 도맡아 삼성차 살리기 운동을 편 노 대통령과 ‘실질적인’ 인연을 쌓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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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2003년 2월 노무현 정부 출범 때 초대 정보통신부 장관에 진대제 삼성전자 사장이 발탁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처남인 홍석현 중앙일보사 회장이 주미대사로 내정돼 권력과 재벌의 밀착이란 무성한 입방아를 낳았다. 참여정부 초기 경제부처 핵심 요직에 등용된 인사가 ‘삼성 장학생’으로 공공연히 거론됐다든지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삼성그룹과 ‘다리’를 놓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 정부와 삼성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가깝다고 여길 만한 정황은 꽤 많이 있는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반론이 있다. 산발적인 인사의 문제를 정권과 재벌의 밀착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고, ‘삼성 장학생’ 따위의 구설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일 뿐이라는 것이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는 “노 대통령으로선 삼성에 특별히 신세를 졌다거나 하는 부담이 없을 것”이라며 “이 정권과 삼성이 밀착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홍석현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과 관련해선, “삼성과 관계를 좋게 하려는 것이라기보다 보수세력을 끌어안기 위한 목적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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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참여정부와 삼성이 밀착해 있는 듯 보여도 정권과 재벌의 친소 관계를 예전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여러 정권을 거치고 나라 경제의 단위가 커지면서 둘 사이의 관계에 상당한 수준의 질적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 때는 정치권력이 자금배분권에 바탕을 둔 힘의 우위에서 재벌을 확고하게 통제하던 시기였다. 그 시절에 정권과 친하다는 것은 곧 사업의 성공을 보장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을 거치면서 재벌은 경제력을 키우고 차츰 정권과 대등한 힘을 갖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주로 재벌이 정치자금을 대고 이에 따라 이권을 챙기는 식의 유착이 이뤄졌다.”(전성인 홍익대 교수)

‘밀착’의 근거는 명확치 않으나…

그러던 것이 외환위기를 거치고 김대중 정부를 지나 노무현 정부로 오는 동안 정권과 재벌의 관계는 상당히 많이 달라진 것으로 평가된다. 정치자금과 이권의 거래가 이뤄지기 힘든 쪽으로 환경이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정권과 삼성의 관계에 대한 세간의 의심스런 눈길은 잘못된 사실에 바탕을 둔 것으로, 거둬들여야 할 억측일 뿐일까?

삼성그룹은 사상 최대의 실적과 이익을 거두면서 국내 경제계의 대표 격으로 우뚝 서 있는 밝은 면과 함께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범정부 관련 난제를 안고 있다.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무릅쓰고 재벌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게 경영권을 이양하는 문제뿐 아니라, 이 상무가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벌어진 변칙 행태를 둘러싼 법적 시비도 아직 매듭되지 않은 실정이다. 어떤 식으로든 정치권력의 힘과 연관돼 해석될 수밖에 없는 메가톤급 이슈가 첩첩이 쌓여 있는 것이다. 실체적 진실을 확인할 수 없는 가운데에서도 삼성그룹과 정치권력을 연관짓는 해석이 많은 바탕에는 이런 사정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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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최대 현안으로, 삼성그룹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로 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 맞닥뜨려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금융지주회사가 되면 부채 비율 100% 이내 유지 같은 의무를 질 뿐 아니라 비금융회사의 주식보유를 할 수 없게 되며, 지주회사의 자회사는 원칙상 손자회사를 가질 수 없는 등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 적용을 받으면 삼성중공업 등 비금융 계열사의 주식을 모두 팔아야 하고, 자회사인 삼성생명도 삼성전자 등 비금융 계열사의 주식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다른 계열사들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전체의 소유지배 구조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룹 소유지배 구조에 변화 올 수도

공정거래법과 금융지주회사법에서는 한 회사의 총자산 가운데 지분법 적용 자회사 주식이 50%를 넘으면 금융지주회사로 규정하고 있는데, 에버랜드가 갖고 있는 지분법 적용 자회사인 삼성생명 등의 주식 평가액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1조5649억원으로 총자산의 49.9%에 이른다. 삼성생명의 하반기 실적이 양호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식 평가액 비중은 더 높아져 5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 규정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삼성생명 지분(19.34%) 가운데 일부(6%)를 5년간 신탁하는 계약을 제일은행과 맺었지만, 현재 진행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유권해석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참여연대가 삼성의 주식 신탁 계약에 대해 “지주회사 규정을 피하기 위한 탈법 행위로 허용돼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등 외부의 반발에 부닥쳐 있기 때문이다.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규정 회피 여부는 그 사안의 속성과 무관하게 정치권력과의 관계맺음을 보여주는 가늠자로 비칠 공산이 크다.

<table width="480" cellspacing="0" cellpadding="0" border="0"><tr><td colspan="5"></td></tr><tr><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bgcolor="F6f6f6" width="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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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아요, 삼성</font>

이재용 상무 지분 증여 과정의 불법성 논란…국세청 승소로 새로운 국면


재벌 3세 경영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최대 관심 지대는 삼성그룹이다.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로 그룹 지분이 증여되는 과정의 불법·변칙성 때문이다. 삼성의 3세 승계에 대해서는 시민단체·학계를 중심으로 여론의 비판이 따가웠으며, 아직도 법적 시비에 얽혀 있다.
삼성의 변칙 세습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 삼고 나선 곳은 참여연대였다. 참여연대는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과 관련해 1999년 11월 이후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회사 경영진을 배임죄로 고발했다. 이들 고발건이 검찰에서 기각되자 참여연대는 2000년 12월과 2002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헌법재판소에 검찰 결정을 취소해줄 것을 요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냈지만, 역시 각하됐다.
지난 2000년 6월에는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를 비롯한 국내 법학교수 43명이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스톱 삼성’ 운동을 벌였다. 에버랜드가 1996년 10월 99억원어치의 전환사채(CB)를 주당 전환가액 7700원에 이재용씨 오누이들에게 헐값 매각한 사실의 부당함을 지적한 것이었다. 이 사건은 검찰의 늑장 대응으로 2003년에야 기소됐다.
각계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국세청은 삼성SDS BW 헐값 발행과 관련해 2001년 7월 이재용씨 등 6명에게 510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했고, 삼성쪽이 여기에 불복하면서 법정다툼으로 번졌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1월 이 소송건에 대한 판결에서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SDS BW 헐값 발행에 대해 과징금을 매긴 것과 관련한 소송에서 지난해 10월 대법원 패소 판결을 받은 것과 상반된 결과여서 삼성그룹 소유·경영권 관련 법적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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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r><tr><td colspan="5"></td></tr></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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