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주간지 의 가상방담- 2008년 11월에 되돌아보는 부시 재임 4년
▣ 이명석/ 잡문가
서기 2008년 11월1일. 사상 초유의 세계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둔 지금, 주간 은 긴급 기자 방담을 마련했습니다. 이제 머지않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미 헌법에 보장된 두번의 임기를 모두 마치게 되지만, 그와 동시에 최초의 세계 대통령으로 등장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우리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재임 4년 동안 과연 어떤 일이 벌어져왔는지, 방담을 통해 자유롭게 알아볼까 합니다.
(은 미 정부의 언론 통합 정책으로 동아시아 지역 시사주간지들이 통합된 매체로, 아래 방담에 참여한 기자들의 이름은 안전을 위해 이니셜로 처리했다.)
맥도날드 숫자로 선거인단을
S: 20세기 이후 유엔 같은 국제기구가 존재해왔지만, 사실상 세계 정부와 세계 대통령 같은 존재는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일이라 여겨져왔는데요.
A: 한마디로 북핵 뻥튀기가 만든 대도박이 성공한 것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재임 직후 북한을 제1의 위험국으로 지목하고,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배치해 긴장을 강화시켰습니다. 동시에 특수부대를 동원해 중국-북한 국경 지역의 철조망을 없애 북한 주민들을 대거 탈주시켰죠. 그런데 이때 중국군에 붙잡힌 북한 주민의 일부가 도시락에 플루토늄을 넣어가지고 있는 것이 발견됩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주장했습니다. 전세계에 북한이 만든 도시락 핵폭탄이 퍼져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정부를 구성해 악의 세력과 맞서야 한다. 물론 미국의 음모라는 주장이 강력히 대두되었지만, 파리와 베를린에 동시다발 폭발 사건이 벌어지면서 세계 정부의 추진은 급속도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건은 ‘한국의 날’에 고유의 뻥튀기를 터뜨린 것으로 밝혀졌죠.
S: 세계 대통령이라는 것이 결국 미국처럼 각 지역 정부들이 모여 연방의 대표자를 뽑는 것인데, 투표권이나 선거인단 숫자 등을 두고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B: 네, 아무래도 미국 편향으로 결정된 점이 적지 않습니다. 중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가 미국에 협조적이지 못해, 인구 비율로 선거인단을 주는 것은 곤란했죠. 그래서 여러 이론이 등장합니다. 대미 무역수지 적자 순으로 준다, 이라크 전쟁 파병 숫자 비율로 준다, 각국의 맥도날드 체인점 숫자로 표를 준다…. 결국엔 이 모든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정리한 공식에 의해 선거인단 숫자가 정해졌는데, 이 난해한 공식은 현재 나사(NASA) 휴스턴 기지의 지하 저장고 안에 보관되어 있어 누구도 접근할 수 없다고 합니다.
S: 지난 4년간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디씨 앤 무어 컴퍼니를 들 수 있는데….
C: 네. 디씨 앤 무어 컴퍼니는 한국의 디씨 인사이드 사이트와 미국의 마이클 무어 감독이 함께 만든 복합 미디어 그룹인데, 한마디로 안티 부시 산업의 총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4년간 부시 대통령이 펼쳐온 스펙터클한 플레이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반대 세력들이 등장해왔는데, 이들의 주장을 마이클 무어는 다큐멘터리로, 디씨 인사이드는 패러디로 대변하게 된 것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한국 방문시에 민속촌의 찹쌀떡을 먹다가 질식하는 등 갖가지 사건을 만들어 패러디의 빌미를 제공했는데, 일각에서는 부시 가문과 연결된 아랍 석유 자본이 디씨 앤 무어에 상당한 자본을 출자해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 정부가 강화된 저작권과 명예훼손 법안으로 디씨 폐인들을 단속하고자 전문 요원들은 한국에 보내는 등의 행동으로 보아 낭설인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을 통한 반부시 패러디 활동은 새로운 형태의 한류 열풍을 가져왔는데, 이스라엘에서 벌어진 아랍 자살 테러단원의 T셔츠에 ‘부시 KIN, 오일은 셀프’라는 한글 글씨가 적혀 있어 주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디씨 앤 무어 컴퍼니와 붓사마 열풍
S: 부시가 펼치는 강력한 정책 덕분에 이익을 얻는 세력도 있고, 부시라는 인물 자체가 도발적이고 뻔뻔한 캐릭터로 인식되어 인기를 끌기도 했는데요.
B: 네,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이죠. 부시 대통령의 재선 직전에 고이즈미 총리가 ‘부시 편애단’을 조직하는 등 강렬한 애정을 과시하더니, 당선 직후에는 일본 전역에서 노골적인 애정 공세가 이어져왔습니다. 세계 곳곳의 전쟁에 일본 자위대를 대거 파견하면서 군사적 성장의 명분이 강화되었고, 전쟁 특수로 경제 회생의 기대를 하게 된 때문이겠죠. 전문가들은 실제 일본 경제에 미친 긍정적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고 말하지만, 대중들 사이에 부시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심지어 욘사마 열풍을 뛰어넘는 붓사마 열풍이 번지고 있을 정도입니다. 붓사마 가면, 붓사마 가발이 유행하는 것은 물론, 부시와 닮은 일본 원숭이를 애완동물로 키우고 부시 스타일로 성형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답니다. 일각에서는 ‘붓다, 다음은 붓사마’라고 종교화하는 경향도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S: 종교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기독교 근본주의가 유례없이 번창한 4년이었습니다.
B: 부시 재선에 보수적 기독교가 보여준 영향력 때문인지, 한국에서도 격렬한 움직임이 벌어져왔습니다. 보수 교단을 중심으로 미국을 본받아 한반도에서도 좌파와 김정일 추종자를 몰아내자는 기도회가 쉬지 않고 열렸죠. 비기독교인들이 교회를 찾는 발걸음도 잦아졌습니다. 이제 미국 비자를 얻기 위해서는 주일 예배 정기 참석증을 제출해야 한다, 토익 문제 중 절반이 성경에서 나온다는 등의 풍문이 돌면서 서울 종로와 강남 일대에 사설 성경 학원이 대거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비자를 얻으려면 주일 예배에 참석하라
C: 정반대의 현상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부시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노골적으로 이슬람에 귀의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곳곳에서도 이슬람 사원들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슬람 바람의 중심에는 무엇보다 자이툰 부대로 이라크에 갔다가 귀국한 군인들이 자리하고 있죠. 이들은 명분 없는 침략 전쟁에 참가한 자신들을 참회하며, 사막에서 깨달은 이슬람의 순수한 정신을 이 땅에 전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합니다.
S: 어차피 전세계가 구경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미국에서도 부시를 대신할 만한 정치인이 그렇게 없었습니까?
A: 공화당 내의 최대 라이벌은 아놀드 슈와르츠네거로 여겨졌습니다. 어차피 세계 투표라 멋도 모르고 터미네이터를 찍을 사람이 적지 않을 거니까요. 그런데 부시는 이 오스트리아 출신의 남자에게 미국에 대한 충성을 참전으로 보여달라고 합니다. 결국 슈와르츠네거는 완벽한 근육을 자랑하며 코만도 복장으로 적진에 침투합니다.
S: 혹시 거기에서 전사했나요?
A: 아닙니다. 야간 침투를 완료해보니 힐러리 클린턴의 침실이었습니다. 이들의 섹스 스캔들로 부시는 가장 강력한 두명의 라이벌을 일거에 몰락시킬 수 있었죠.
S: 끝으로 부시의 세계 대통령 당선이 거의 확정적인데, 혹시 다른 변수는 없습니까? 그냥 답답해서 하는 말입니다만.
B: 각 나라마다 선거 방법이 조금씩 다른데, 우리나라는 완전 전자식으로 이루어지죠. 그 매뉴얼을 모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들었는데, 선거 동의 계약서 파일만 A4지로 974장이나 되어 어떤 불리한 조항이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부시 이외의 번호를 누르면 ‘알 수 없는 오류가 일어났습니다. 윈도를 재부팅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는 이야기도 퍼지고 있는데 헛소문이길 바랍니다.
C: 화성에서 생명체의 징후가 계속 발견되고 있는데, 혹시 그 미국 우주선이 화성인들의 심기를 건드려 총책임자인 대통령을 납치해가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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