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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너무 의식하지 마세요

등록 2004-09-09 00:00 수정 2020-05-03 04:23

“보여주기 행사 많고 정부 비판 소극적”… 참여연대 향한 외부의 쓴소리들

▣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참여연대가 자라온 지난 10년은 시민운동이 한국 사회에서 ‘주류’로 성장한 시기와 겹친다. 시민운동은 2000년과 2004년 두 차례의 낙천·낙선 운동을 거치며 탈법·위법 논란을 명분과 힘으로 잠재울 만큼 파워를 보여줬다. 그 힘의 한가운데에 참여연대는 서 있었다. 힘을 만들고 응집하는 역할. 그 구심력이 거스르기 어려운 강제성을 띨 때, 우리는 통상 ‘권력’이라는 말을 붙인다. 참여연대는 권력화됐는가?

송두율 사건 초기에 입을 다물다

참여연대 출신의 한 활동가는 “참여연대는 일을 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참여연대가 소액주주운동·총선연대 등을 거치며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상을 갖게 됐고 그만큼 사회적 요구도 늘어났다. 참여연대 내부에서 이름만 걸어놓는 연대사업은 벌이지 말자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막상 닥치면 참여연대가 이것도 안 하면 어떡하냐는 식으로 분위기가 흘러갔다.” 그는 참여연대가 이름 안 끼는 데 없이 백화점식으로 일하는 것은 부분적으론 참여연대에 대한 기대와 요구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뒤집어 생각하면, 참여연대가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은 참여연대가 꼭 끼어야 한다는 논리와 마찬가지다. 동시에 이는 다른 단체들에 ‘압박’이 된다. 한 인권단체 운동가는 “언젠가부터 운동 진영에선 ‘참여연대가 움직이면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겨났다”라고 설명한다. “총선연대·파병반대 등 참여연대와 함께 연대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점은, (긍정적 요소이기도 한데) 아주 강력하게 다른 단체를 독려하고 이끌어간다는 것이다. 사실 호흡이 급하다. 자신들이 종전에 해오던 대로 자기들 페이스로 밀어붙인다.”

저돌성과 추진력은 참여연대가 성장해온 동력이었다. 참여연대가 밀어붙인 만큼 운동은 탄력을 받고 성과도 냈고 박수도 받았다. ‘화끈한’ 모습에 언론도 반겼다. 언론의 환대에 대해 참여연대 활동가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참여연대가 다른 단체들과 함께 연대활동을 할 때 단체 이름을 연명한 보도자료나 성명서를 내면 대부분의 언론은 ‘참여연대 등 ○개 단체는…’이라고 보도한다. 다 같이 하는 건데 우리만 거론될 때는 미안한 기분도 들지만 우리가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다.”

참여연대와 언론의 돈독함은 몇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 우선 참여연대처럼 경제·정치 등 많은 분야에서 폭넓은 활동을 하는 단체가 없고, 그만큼 갖가지 사안에서 ‘준비된 대답’을 해줄 수 있는 곳이 없다. ‘안 나오는 곳 없고 말 안 하는 때 없다’라는 이죽거림이 나올 만큼 김기식 사무처장이 각종 시사프로에 출연해 각종 사안에 대해 논평을 하는 까닭도, 따져보면 언론이 그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의 활동방식이 언론친화적인 것도 중요한 이유다. 대중동원 조직을 갖추지 않은 참여연대로서는 정책 제안과 논평·성명발표 등 대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언론을 가장 효율적인 도구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 언론의 노출 빈도가 높고 언론 위주의 운동을 하는 데에는 내부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참여연대 10돌을 맞아 출간된 기념논문집 (아르케 펴냄)엔 홍일표 참여연대 연구팀장의 글이 실려 있는데, 그는 여기서 참여연대의 운동방식을 14가지로 범주화한 뒤 이를 통계화했다. 논평·성명발표·기자회견 등 언론 대상 활동이 전체의 61%를 차지했고, 소송·감사청구·입법 청원 등 ‘법률적 수단’은 2위로 19%에 그쳤다. ‘집회’도 5.6%였으나 이는 대중의 동원력에 의지한 집회라기보다는 1인시위 등 언론에 보여주기 위한 시위의 성격이 짙다고 평가했다.

언론이 가장 주요한 활동 수단이기 때문에 자신을 비춰보는 절대적인 잣대로 언론을 바라보고 있다는 비판도 따른다. 인권단체의 한 간사는 “언론이 참여연대를 띄워주는 데는 (띄워줄 만한) 다른 단체가 마땅치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참여연대도 언론에 매우 민감해한다”고 지적했다. “송두율 교수 사건을 겪으며 참여연대 등 메이저 시민단체들이 원칙보다는 ‘정치적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간첩 혐의로 떠들썩할 때 우리는 언론의 마녀재판식 논조에 대해 비판했고 이런 기본적인 논조로 참여연대를 비롯해 경실련·여성단체연합·환경운동연합 등 메이저 단체에 함께할 것을 부탁했다. 성명도 내고 석방대책위원회에 참여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참여연대에선 1심판결이 나올 때까지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간접적 통로로 알아보니, 중앙집행위원회에 이 안건이 부쳐졌는데, 논의 끝에 ‘지금은 나서기가 곤란한 때’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입장 발표를 못한다는 것이었다. 송두율 사건 자체가 본질적으로 개혁과 진보를 따지는 잣대는 아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폐지하라고 열심히 나서면서 민감한 구체적인 사안에선 침묵하는 것은 스스로 발목 잡는 것 아닌가.”

참여정부 자문 역할의 딜레마

정치권력과의 친밀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1) 현 참여정부에 참여연대 출신 다수가 직접·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으며 2) 참여연대가 주장하는 정책적 대안들이 정부와 여당에서 받아들여지고 있고 3) 공식적 통로 외에도 ‘이심전심의 교류’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참여정부에서 활동하는 참여연대 출신 전문가들은 김대환 노동부 장관(1995년 ?), 이은영 규제개혁위원회 위원(2002년 맑은사회만들기본부 본부장), 최은순 참여수석(2000년 정보공개사업단장) 등이 있으며 한명숙 의원은 2001년(2002년?) 참여연대 대표로 물망에 오르다 여성부 장관으로 발탁됐고, 국가안전보장회의 한 관계자는 참여연대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참여연대의 성격상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뭉쳐 있는 각종 위원회들이 많기 때문에 자문위원·위원장 등을 맡았던 이들이 참여정부의 정책 자문 역할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 예를 들어 김근태 복지부 장관에게 매주 토요일 비공식적으로 ‘과외수업’을 해주고 있는 김연명(중앙대)·이태수(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김창엽(서울대) 교수 등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전문가 그룹이다.

아직까지 참여연대 출신자로 정치권에 직접 투입된 사례는 없다. 그러나 지난 4월 총선에서 시민단체 출신 후보로 조명을 받았던 김두수 후보는 2001년 참여연대 시민참여국장으로 일했다. 그가 만약 선거에서 이겼더라면 참여연대로선 국장급 임원으로 국회에 진출한 첫 사례가 됐을 것이다.

노무현 정권과의 ‘밀착’ ‘유착’에 대한 의혹을 참여연대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에 내부적으론 정치권과 관련해 몸을 사리는 분위기도 있다. 김두수씨는 “선거를 치르면서 참여연대쪽으로부터 여러 번 ‘참여연대 출신’임을 내세우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잖아도 참여연대와 여당과의 관계가 입방아에 오르자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공식 프로필에는 한줄 썼지만, 참여연대의 활동을 자랑스럽게 내세우긴 어려웠다.”

참여연대의 정책이 참여정부에 의해 ‘구현’되는 것을 ‘유착’으로만 볼 게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준정당적 기능을 가진 참여연대가 정부의 정책 방향과 노선이 비슷하다면 함께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주제준 민중연대 사무국장은 “시민단체가 정부 비판에 날을 세울 수 없다는 점은 비판해야 하지만, 참여연대가 깊이 있게 정부를 바꿔내기 위한 정보와 루트가 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김선일 사건 이후 파병반대운동을 함께했는데, 참여연대는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라는 플래카드를 만들어가지고 왔다. 그러면 추가파병만 반대하고 기존 서희·제마부대는 그대로 두자는 이야기냐며 논쟁을 벌였다. 참여연대가 정부 비판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는 노 대통령을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우리는 정치적 중립은 지키지만 정책 연합은 할 것”이라며 개혁의 생산적 역할을 강조했다.

권력화 막기 위한 ‘자리매김’ 급하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10년의 성장기를 거쳐 성숙기로 접어드는 이 시점에서, 참여연대를 비롯해 자연스럽게 정권과 가까울 수밖에 없는 메이저 단체들이 스스로 정확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는 지적은 정당하다. 예전에 함께 활동했고 지금도 기본적인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운동가들이 정부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지극히 애매한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는 향후 운동의 전망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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