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초정밀 유도무기 선보인 걸프전에 경악한 중국… 한국군 여전히 ‘보병전’에 매몰돼 있어
▣ 김성걸 기자/ 한겨레 정치부 skkim@hani.co.kr
한국군이 군 개혁에 제대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의 군사 분야는 과거나 지금이나 무척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세계사적으로 이런 변화를 제대로 따라잡은 군대는 전쟁에서 국가를 지켜냈지만, 과거에 집착한 군대는 패전의 쓰라림을 당해야만 했다. 전쟁 영웅 나폴레옹은 “군대는 10년마다 전술을 바꾸지 않으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동안 무기의 발달과 전술의 발전으로 군사혁명(Military Revolution)을 이룩한 적은 수없이 많았다. 전쟁사 전문가인 앤드루 크레피네비치의 분석에 따르면 우선 14세기의 보병 혁명을 들 수 있다. 영국-프랑스의 백년전쟁이 일어나면서 보병이 기병을 대신해 주력군의 자리를 차지했다. 길이 1.8m짜리 장궁이 나타나면서 궁수들은 장거리에서도 기병의 갑옷을 뚫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병을 이용한 전술은 패배를 예약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18세기 나폴레옹 혁명도 그 중 하나이다.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장비와 대포의 크기를 표준화했다. 그에 따라 신속한 부품 교환이 가능해져 전투력 유지에 획기적인 향상을 가져왔다. 또 유럽 각국의 대프랑스 동맹에 따라 다수의 국가와 대적하고 있었지만, 징병제를 실시해 필요한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집중할 수 있었다. 군사혁명을 달성한 국가는 산업혁명에 성공한 국가가 해외무역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과 똑같은 우위를 안겨주었다.
군사혁명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제2차 세계대전 때의 독일의 전격전도 당시로서는 첨단전쟁이었다. 그 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전차를 보병에 배속해놓았지만, 독일은 별도의 판저 전차부대를 편성해 프랑스의 마지노선을 유린했다. 비록 독일과 프랑스는 전차 등에서 비슷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전쟁 결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세계의 군사변혁(RMA)을 주도해온 미국은 10여년 전 걸프전과도 차원이 다른 전쟁 방식을 세계에 선보였다. 걸프전 당시 폭탄의 7%만 초정밀 유도무기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라크전에서는 70%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은 걸프전에서 68만명을 동원해 43일 만에 전쟁을 종료했지만, 이라크전에서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만명의 지상군 병력으로 21일 만에 전쟁 승리를 선언할 수 있었다.
이라크전보다 구식 전쟁인 걸프전을 바라보았던 중국 지도부는 당시 미국의 전쟁 수행 방식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한국전쟁에서 인해전술로 미군에 공포감을 안겨주었던 중국군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병력을 보유해 대군주의(大軍主義)의 상징이었다. 중국은 걸프전을 계기로 기존 방식을 포기하고 100여만명이 넘는 육군 병력을 감축하면서 첨단무기 도입에 박차를 가했다.
한국군은 아쉽게도 1950년대 미 보병학교의 교리에 집착해 ‘보병전’의 범주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전쟁 시기와 마찬가지로 산악 지형을 참호로 연결해 전선 방어에 집착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대전은 전선을 구분하지 않고 지휘부와 통신시설 등 중요 목표물을 초전에 박살내는 비선형, 정밀파괴 전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군은 그동안 개혁다운 개혁이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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