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시설에 의존하는 한국은 아직 아동인권 침해국… 입양활성화 위한 종합대책 시급
버려진 아이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아이들에게 가정을 찾아주는 일이다. 즉 찢어진 가정이 회복돼 아이들이 다시 친부모에게 돌아가거나 입양을 통해 양부모의 사랑을 얻게 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란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버려지면 시립아동보호소나 상담소를 거쳐 고아원 등 시설에 수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대한사회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홀트아동복지회 등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입양아들은 아직도 혈연주의와 비밀입양풍조 때문에 ‘깨끗한 아이’(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은 미혼모의 아이)만이 선호된다. 98년 한국수양부모협회가 생겨 수양부모 가정에 위탁되는 경우나 청소년 그룹홈 시설에 맡겨지는 경우도 있다.
수양부모협회 박영숙 회장은 한국 아동복지의 이런 실태에 대해 “한국은 여전히 아동 인권침해국 상황”이라고 잘라 말한다. 박 회장에 따르면 서구에서는 고아원 등 아동복지시설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아이들을 일정시설에 집단수용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우리에겐 그나마 선진적이라고 평가되는 청소년 그룹홈도 이미 1920∼30년대에 문제많은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서구에서 그룹홈은 특별치료가 필요한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복지시설인 것이다.
박 회장에 따르면 ‘국가간 입양과 관련한 아동보호 및 협력에 관한 헤이그협약’에는 기본적으로 ‘아동은 시설이 아닌 사랑과 이해 및 행복한 분위기의 가정환경에서 자라야 함’을 못박고 있다. 버려지는 아이들은 국내든 해외든 가정에서 길러야 한다는 뜻이며 더 중요한 것은 친부모의 보호 아래 머물 수 있도록 조처를 취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이다. 박 회장은 특히 소년소녀가장이란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인권침해국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정부는 한때 헤이그협약 국회비준을 검토한 바 있으나 이 협약비준 추진이 “해외입양을 장려하는 것으로 비칠까봐” 당분간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재 아동복지차원에서 나름의 입양활성화 대책과 가정위탁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생활보호대상자들의 요보호아동(이른바 소년소녀가장과 기아 등 시설아동, 가정위탁아동 등)의 경우에는 양육비 6만5천원에 기초생계비를 지원한다. 이들이 중·고등학교를 진학하면 학비를 면제한다. 비록 법적으로는 아직 미인가시설이지만 그룹홈의 경우도 일정 운영비 등을 지원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아동복지차원에서 입양활성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갖고 있지 않다. 되레 입양을 가로막는 입양제도와 낡은 정책뿐이다. 한림대 허남선 교수는 친권을 중시하는 국내제도로 인해 법적으로 입양이 가능한 아동이 그리 많지 않은 문제를 지적한다. 부모가 아이를 시설에 맡기고 간 지 3∼4년이 되도록 소식이 없어도 아동은 입양될 기회를 가질 수 없다. 많은 아이들은 돌아오지도 않는 부모를 기다리며 따뜻한 가정에서 자랄 기회를 상실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로 입소한 아이도 마찬가지이다.
입양을 하는 입양부모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입양을 원하는 이가 입양시 입양비란 수속비를 지불하는 어처구니없는 제도가 운영되는 데도 아무런 대책도 없는 형편이다. 이 입양비는 가정형편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비밀리에 입양이 이뤄져 수천만원이 오가는 경우도 있다는 말도 공공연히 돈다. 허남선 교수는 정부가 “우리의 아이는 우리가 키운다”는 취지의 국내 입양활성화를 위한 어떤 홍보나 구체적인 행위가 거의 없는 점도 문제다. 사실 이런 문제를 거의 개별입양기관이나 입양부모들의 단체에 떠넘기고 있을 뿐이다.
한국수양부모협회 박영숙 회장은 “이른바 깨끗한 아이를 통한 국내의 비밀입양은 많은 경우 아이를 위한 봉사보다도 입양아를 통해 가문의 대를 잇거나 노후를 보장받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제한 뒤, “국내 입양활성화를 위해서는 외국처럼 유언이 법적효력을 얻도록 제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입양을 꺼리는 데는 입양아와 나중에 빚어질 재산분쟁을 두려워하는 데도 큰 이유가 있다는 게 박 회장의 분석이다. 유언제도가 도입돼 재산분쟁 소지가 적게 되면 입양이 활성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박 회장은 이 밖에 부모가 마약 등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을 때 국가에 일정기간 아이를 키워달라고 의뢰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부모 안식년 제도, 입양은 나누는 삶이며 나누는 삶이 가장 인간다운 삶이라는 사회적 인식변화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이어 수양부모협회에서는 이를 위해 △버려지는 남의 아이 내 아이와 함께 키우는 운동 △가족재결합 운동 △아동학대 및 가정폭력상담센터 운영 등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허남선 교수는 입양활성화 대책으로 △입양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초·중·고 교교과정에 입양에 대한 교육내용 삽입 △정부의 입양부모나 기관에 대한 폭넓은 경제지원 △공개입양 활성화 캠페인 △친권상실청구소송 제도화 △입양기관의 종합적인 체계망 확립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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