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병역법 위헌 제청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의 향방… “위헌 의견이 대법원 소수 의견보다 많아야" </font>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대법원 유죄 선고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주목받고 있다. 헌재는 병역법 88조 1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이다. 2002년 1월 당시 박시환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가 이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법원이 위헌 제청을 해 헌재에 계류 중인 형사 사건 가운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건보다 더 오래된 사안은 없다.
대법원 판결은 헌재 부담 줄이기?
헌재의 판결을 앞두고 추측이 잇따르고 있다. SBS는 7월6일 에 “헌법재판소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는 내용의 보도를 내보냈다. 헌법재판소는 13일 재판 결과를 예측 보도한 SBS에 공문을 보내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헌재의 판결이 이미 나와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실제 지난 17일 대법원 판결과 함께 헌재 판결도 나올 것이란 추측이 흘러나왔다. 병역거부권 연대회의 관계자들은 오는 8월 하순 헌재의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헌재 판결에 앞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상황에 대한 의혹도 있다. 민변은 16일 논평을 통해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은 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여 기본권의 본질적 침해 사태가 계속되도록 한 데 대하여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법원이 최고의 법률기관으로서 권위도 세우고 헌재의 부담도 덜어주기 위해 서둘러 판결을 내렸다는 분석이 있다. 법의 위헌성 여부를 가리는 헌재 판결보다 현행법의 적용 여부를 가리는 대법원 판결이 한결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실제 헌재의 판결이 대법원의 판결을 뛰어넘기 힘들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법률 해석의 최고기관 자리를 두고 갈등 양상을 보이던 대법원과 헌재가 병역거부 문제를 통해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었다는 평가도 있다.
헌재는 윤영철 재판소장 등 9명의 헌법재판관으로 구성돼 있다. 헌재 판결의 종류에는 합헌, 헌법불합치, 부분위헌, 위헌이 있다. 다수 헌법불합치, 부분위헌, 위헌 판결이 나오면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병역법 88조 1항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부분위헌, 위헌 결정이 나올 경우, 관련 법을 개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마련해야 한다. 법 개정 시한은 판결문의 주문에 명시되지만 강제조항은 아니다. 하지만 주문에 명시된 시한 안에 법 개정을 하는 것이 관례다. 위헌이 나올 경우, 위헌심판제청 계류 중 형이 확정된 사건은 재심을 청구해 무죄 선고를 받을 수 있다. 헌법불합치의 경우, 재심을 신청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다. 위헌심판제청 계류 이전에 형이 확정돼 수감된 사람들은 입법을 통해 사면된다. 하지만 현재 수감된 병역거부자는 모두 위헌심판이 제청된 2002년 1월 이후에 형이 확정된 사람들이다. 병역거부자의 형량이 1년6개월을 넘지 않아 그 전에 수감된 사람들은 모두 석방됐다.
“9인의 재판관, 전향적 판결 기대”
헌재는 지금껏 ‘현실’을 감안한 판결을 내려왔다. 헌재는 2001년 ‘1인1표제’에 대해 전원일치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04년 총선에서는 ‘1인2표제’의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반면 시민단체의 낙천·낙선 운동을 불법으로 규정한 선거법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양심의 자유에 대한 판례로는 준법서약서에 대한 판결이 있다. 헌재는 2002년 4월 준법서약서에 대한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7 대 2의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준법서약은 단순히 헌법적 의무의 확인·서약에 불과하므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시 김효종, 주선회 재판관은 준법서약서가 양심의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는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 두 사람은 현재 헌법재판관으로 재직 중이다. 2004년 2월 헌재 재판관으로 임명된 이상경 재판관은 2월1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질의를 받고 “순수한 종교나 양심에 의한 거부는 대체복무를 허용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대법원의 유죄까지 나온 상황에서 헌재가 위헌 판결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 김수정 변호사는 “전향적인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면서 “최소한 대법원의 소수의견보다는 위헌의견이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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