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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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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홈피 vs 블로그

등록 2004-07-15 00:00 수정 2020-05-03 04:23

두 가지를 초보적 수준에서 합친 와플닷컴의 ‘피클’ 서비스 등 ‘퓨전 개인 미디어’도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커뮤니티의 절대강자로 불리던 다음 카페의 아성을 무너뜨린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이 미니홈피는 넓은 의미의 블로그에 포함된다고 볼 수도 있다. 굳이 구분하라면 블로그가 ‘정보’를 매개로 ‘실용’을 나눈다면, 미니홈피는 ‘관계’를 통해 ‘감성’을 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둘은 일상과 관심사를 글이나 사진, 동영상 등을 통해 표현하는 웹 툴로서 인터넷상에서 독립적인 성격을 지닌 개인 미디어다. 아직까지는 미디어적 기능보다는 오락적 요소와 사교적 기능에 치중해 진정한 웹 미디어로 보기엔 찜찜한 구석도 있다.

미니홈피와 블로그에는 또 다른 차이도 존재한다. 미니홈피의 콘텐츠는 스크랩이나 복사로 원본이 그대로 사이버 공간을 떠돈다. 아무리 미니홈피의 콘텐츠를 퍼날라도 원본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이에 비해 블로그는 개별적인 콘텐츠가 나름의 형태소를 가지고 로그(Log)적 연계를 통해 진화를 거듭한다. 이 과정에서 블로거들은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면서 원본을 가공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미니홈피는 단방향 링크와 스크랩에 기반한 기존 웹 사이트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고 블로그는 진화적 요소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개인 미디어가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연계한 서비스로 진화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콘텐츠 중심의 블로그와 오락적 기능의 미니홈피의 맞대결은 국내 사용자의 성향에 따라 미니홈피쪽으로 쏠린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의 서비스가 개인 미디어의 최종 결정판이 아니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대형 포털 서비스 업체에서는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동시에 서비스하지 않는다. 다만 다음의 경우 프로필 기능을 강화해 두 서비스를 아우르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형태는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미니홈피와 블로그의 통합은 초보적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 기존의 미니홈피를 주재료로 삼아 블로그 냄새를 풍기는 양념을 첨가한 ‘퓨전 개인 미디어’를 내놓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중소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와플닷컴(www.waaple.com)의 ‘피클’ 서비스다. ‘홈피 클럽’의 준말인 피클은 미니홈피형 블로그를 지향한다. 사용자가 스킨(배경 디자인) 설정을 바꾸면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와플 익스프레스’를 이용하면 다른 사이트에서 사용하던 미니홈피를 통째로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미니홈피와 블로그 기능을 통합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두 가지 기능이 서로 결합하는 과정에서 제각각의 맛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자칫 통합 서비스는 서버와 회선에 과부하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소형 업체라면 특성화된 서비스를 위해 시도할 수도 있지만 대형 포털 사이트 업체라면 사정이 다르다. 다음이 섣불리 개인 미디어 서비스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장비 확충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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