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오콘, 이슬람= 테러리스트’ 안될 일… 국적으로 사람을 나누지 말자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이라크에서 1만명의 김선일이 죽어갈 때 우리는 무엇을 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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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반전평화팀의 일원으로 지난해 이라크에 다녀온 한 평화운동가는 따져 물었다. 그는 “한명의 한국인이 죽은 것도 슬픈 일이지만, 수천·수만명의 이라크인이 죽어갈 때 우리 사회가 외면한 것은 더욱 슬픈 일”이라고 질타했다. 팔루자의 비극에 대해서도, 팔레스타인의 고통에 대해서도 침묵하는 한국 사회를 향한 외침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1년을 넘겼지만, 그동안 이라크인이 몇명이나 숨졌는지조차 알 수 없다. 서방 언론은 지난 4월까지 500~600명 수준이라고 집계했지만, 최소 2만~5만명이 희생됐다는 보고서도 있다. 희생자에 대한 공식 통계조차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국 사회가 김선일씨 참수 사건의 아픔을 통해 ‘국경을 넘어선 슬픔’을 느끼고, ‘국경을 뛰어넘는 연대’를 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반성이 일고 있다. 권혁범 대전대 교수는 이 비극을 국적 문제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로 삼자고 제안했다. 권 교수는 “한국 국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김선일씨는 죽어야만 했다”며 “국적으로 사람을 나누고 판단하는 일이 심지어 소중한 목숨까지 빼앗을 수 있는 위험한 사고임을 한국 사회가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박순성 동국대 교수도 “미국과 네오콘을 동일시해서도 안 되고, 이슬람과 테러리스트를 동일시해서도 안 된다”며 “미국 안의 반전운동과 연대하고, 이라크의 평화적 저항세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희진 성공회대 강사는 전쟁이 사회적 약자의 몸을 유린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정씨는 “강간 전범들은 여성의 몸을 적국의 영토로 생각하고 더럽히는 것”이라며, “김선일씨의 몸이 같은 방식으로 희생자의 몸이 된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폭력과 폭력이 악순환을 이루는 극단의 세계에서 약자의 몸은 전쟁터(Battle ground)가 되는 이중의 비극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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