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에 대해 “무조건 어쩔 수 없다”… 김선일씨 비극은 국민적 ‘울분’으로 남을 것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무조건 ‘어쩔 수 없다’는 논리는 우리 안의 극단주의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의 말이다. ‘뭐가 어쩔 수 없는지’에 대해서 토론하지 않고, 한-미동 맹 때문에 파병은 무조건 불가피하다는 ‘숙명론’은 민주주의를 죽이는 또 다른 ‘극단주의’라는 주장이다. 이태호 실장은 “3천여명의 대규모 추가 파병을 결정하면서 국회에서 토론한 시간이 국방위원회, 본회의를 합쳐 고작 4시간이었다”며 “대미 협상력이 떨어지니까 논쟁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유일한 이유였다”고 한숨을 지었다. 그는 “이라크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조차 국회가 럼즈펠트 국방장관 등을 불러 청문회를 하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예측의 실패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태도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실장은 “정부는 이라크가 곧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현실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예측이 틀렸지만 정부는 인정하지 않고, 국회는 예측의 실패에 대해 따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17대 국회도 파병이 16대 국회의 결정이어서 우리의 책임이 아니라는 발뺌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또 “김선일씨의 비극은 한국인의 가슴에 ‘한’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참수의 비극 앞에서 파병 강행론이 힘을 얻어도, 장기적으로는 ‘강대국의 압력 때문에 우리 국민이 원하지 않는 곳에 가서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다’는 국민적 ‘울분’으로 남을 것이라는 얘기다. 같은 민간인 참수를 당했지만, 비교적 자발적으로 파병을 한 이탈리아의 경우와 참수의 효과가 다르다는 주장이다.
협상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파병 강행을 고수한 정부의 정책이 남근주의적 극단론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희진 성공회대 여성학 강사는 “오직 파병 강행만을 되뇌는 정부의 모습에서 타협의 기술도, 의지도 찾아볼 수 없었다”며 “타협을 곧 굴욕으로 여기는 남성적 이분법 사고의 극단론”이라고 지적했다.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이기느냐 지느냐’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무고한 시민의 희생에 한몫을 거들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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