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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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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회복 위해 소송 낸다”

등록 2004-06-16 00:00 수정 2020-05-03 04:23

‘불량 만두’ 사건에 연루된 일부 업자들의 분노… “합격 판정 받았는데도 영업정지 처분이라니…”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일주일 사이에 5kg이 빠졌습니다. 거래처가 다 떨어진 건 말할 것도 없고 아파트에서도 이웃들이 수근대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어요.”

이번 ‘불량 만두’ 사건으로 경찰에 입건된 ㅇ씨는 과의 전화 통화에서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경기도 파주에서 단무지 공장을 운영하던 ㅇ사장이 평소 친분 있던 ㅎ식품에 단무지 자투리를 주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9년이다. ㅎ식품은 단무지뿐 아니라 중국산 무말랭이를 수입해 만두업체에 공급하는 식자재 유통업체다. 평소 곰팡이가 새까맣게 끼어 있는 중국산 무말랭이 품질 때문에 고민하던 ㅎ식품 ㄱ사장은 다른 업체에서 단무지 자투리를 이용해 무말랭이를 만든다는 얘기를 듣고 ㅇ사장에게 단무지 자투리를 줄 것을 요청했다.

“오랫동안 거래한 업체였고, 평소 형님·동생 하던 사이여서 자투리 가운데 먹을 수 있는 부분만 모아 넘겼습니다. 물론 돈은 안 받았어요.”

그러나 경기도 구리에 위치한 ㅎ식품이 매일 파주까지 와서 단무지를 수거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올 초 평소 ㄱ사장과 친분이 있었던 경기 파주 ㅍ식품 사장이 ㅎ식품에 공장 부지 일부를 빌려주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무말랭이 업체인 으뜸식품 사장이 도망다닌다는 소문을 들은 ㅇ사장은 더 이상 단무지 자투리를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괜한 오해를 받기 싫었기 때문이다.

ㅇ사장은 “자투리는 우리 직원들이 집에 가져가서 장아찌로 담가먹을 만큼 깨끗한 것”이라며 “그나마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이미 4월 말부터는 자투리 단무지까지 모두 폐기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들이닥친 지난 5월 하순에는 이미 단무지 자투리는 폐기를 위해 쌓아놓은 상태였다는 주장이다. ㅇ사장은 취재진에게 폐기물 처리대장을 보여주며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받은 영수증까지 경찰에 제시했지만, 경찰은 믿지도 않고 썩은 무를 일부러 박스 위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는 등 쓰레기장 사진만 잔뜩 찍어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무말랭이 만두소 업체로 발표된 ㅍ식품도 본래는 팥빙수에 들어가는 팥소를 만드는 업체다. 한창 성수기인 6월에 불량 만두소 제조업체로 몰려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ㅍ업체 사장은 “우리가 만든 무말랭이에서는 대장균도 검출되지 않았고, 한국식품연구소에서 합격 판정도 받았다”며 “단무지 자투리로 무말랭이를 만든 게 죄가 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쓰레기를 이용했다는 누명은 너무나 억울하다. 균도 검출되지 않은 우리까지 경찰이 엮어서 발표하는 바람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하소연했다.

ㅎ식품과 ㅁ식품 등 또다른 연루업체 관계자들은 아예 연락두절 상태다.

ㅇ사장은 만두 파동 이후 탄원서를 만들어 30여곳의 거래처를 돌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ㅇ사장은 우선은 변호사를 선임해 무혐의를 입증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와 별도로 실추된 명예회복을 위해 민사소송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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