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식 상태로 이끌어주는 ‘명상’의 효능은 어디까지… 암센터나 정신과에서도 활용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영어를 우리말처럼 제2모국어로 배우려면 우리 머릿속에서 한국적 사고를 지워야 한다. 명상으로 한국어는 끄고 영어를 켜는 순수의식 상태를 이끌어낸다.” 15년 동안의 명상 수련을 바탕으로 명상영어 초학습법을 개발한 박인수(38)씨. 그의 강의실은 명상 수련원 분위기를 풍긴다. 분필과 지우개도 따로 없는 칠판에는 커다란 검은 원만 덩그러니 그려져 있다. 수강생들은 검은 원에 눈을 집중한 뒤 깊은 명상에 빠져든다. 눈을 집중해 마음을 고정하는 것이다. 1분여 동안 검은 원을 바라보면 주위에 코로나 현상처럼 빛이 보이면서 시야가 180도까지 확장된다. 마치 무사들이 한 지점에 의식을 집중하면 주변 상태가 빈틈없이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이런 과정에서 한국어 모드는 꺼지고 순수의식 상태가 만들어질 때 영어 속으로 빠져들어간다는 게 명상 영어의 원리이다.

서구선 ‘심신의 비누거품 목욕’으로 불려
정말로 명상은 순수의식의 상태로 이끄는 것일까. 단순하게 생각해도 마음을 비워 편안하게 하면 집중력이 높아질 것은 틀림없다. 만일 명상으로 순수의식의 상태에 이른다면 이미지를 떠올리는 능력도 길러지게 마련이다. ‘지금보다 책을 10배나 빨리 읽는다’는 폴 쉴리의 도 명상의 원리에 바탕하고 있다. 포토리딩의 1단계에서 입을 다물고 숨을 코로 깊게 마시며 배꼽 밑(단전)에 집중하다가 잠시 멈춘 뒤, 코로 천천히 숨을 내쉬는 게 바로 명상에 이르는 과정이다. 이때 뇌파는 베타파에서 알파파로 옮겨간다. 알파파 상태에서는 오른쪽 뇌가 활성화되어 언어적인 사고보다 이미지 사고가 강해진다. 박씨는 순수의식 상태에 대해 “깊은 명상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커진다. 비단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지식도 효과적으로 습득하며 순수의식의 힘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명상은 자아 초월 심리치료의 대표적인 기법이다. 마음이 편하고 집중이 되면 뇌파의 파동이 느려지고 에너지를 더 잘 느낀다. 뇌파가 느려진다는 것은 외부 의식의 감각에서 벗어나 내부 의식의 깊은 세계로 빠져든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바로 뇌파를 낮춰 내면에 몰두하는 ‘지감’(止感)이다. 명상으로 알파파 상태가 되면 신체적으로도 변화를 겪게 된다. 인체에서 알파파를 방출하는 것은 베타 엔도르핀과 같은 쾌감물질을 분비하는 과정이다. 베타 엔도르핀은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가운데 가장 긍정적인 효력을 발휘하는 물질이다. 반대로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파가 높아져 마음이 혼란스러워지고 에너지 소모가 많아져 면역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때는 강력한 혈압상승제 구실을 하는 신경전달물질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돼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소판을 파괴해 혈액의 흐름을 방해한다.
최근 명상은 정신수련의 한 방식으로 심신의학적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서구사회에서 유명인들이 명상 수련에 나서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심신의 비누거품 목욕’으로 불릴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주로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허버트 벤슨 박사가 개발한 ‘이완 반응법’을 명상 모델로 삼고 있다. 이완 반응은 힌두교의 박티요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리학적 에너지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면서 근육과 뼈, 신경 그리고 정신적인 측면을 강화한다. 이완 반응을 경험하는 것은 간단하게 이뤄진다. 일단 조용한 곳을 찾아 불을 끄고 고요히 생각에 잠긴다. 이때 외부 세계와의 단절을 꾀하려면 눈을 감아 뇌 활동이 느려지도록 한다. 그런 다음 특정 단어를 골라 소리나 리듬에 맞게 읊조리거나 소리내 외치면 된다. 물론 생각을 단순화해야 집중력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동안의 연구에 따르면 명상은 중독성 약물에 대한 예방이나 재활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불면증이라든가 시험 불안, 읽기 장애 등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심혈관계 질환이나 통증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종합병원 암센터나 정신과 진료에 명상을 도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관점에서 심신의학적 치료를 유도해 환자들이 차분한 마음으로 질병을 극복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명상의 효과가 객관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뇌에 미치는 영향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4살의 나이로 에베레스트 산악마라톤을 완주한 참선 연구가 박희선 박사는 명상의 효과를 이렇게 설명한다.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긴장이나 자극이 지속되면 이것이 대뇌피질에서 간뇌로 전달돼 부신 호르몬 분비를 방해한다. 이로 인해 만성병이 생기는데 명상은 호르몬의 균형을 꾀한다.”
잃어버린 약손, 엄마 손을 다시 찾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마 손은 약손’으로 신비한 효능을 발휘했다. 동네마다 병원이 자리잡은 요즘 엄마 손은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잃었다. 이런 가운데 이달희(48) 한국약손연구회 상임간사는 명상에 이르는 약손으로 삶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는 약손요법에 대해 “전래의 약손 정신에 명상과 기공을 접목했다. 명상으로 몸과 마음의 긴장과 불균형 상태를 극복하면 자연치유력과 면역력을 높인다”고 말한다. 마치 엄마 품에 안긴 것 같은 푸근함을 느끼면서 깊은 이완과 명상의식을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어쩌면 명상의 치유력은 영혼의 거울을 바라보려는 간절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명상 연구자들은 이 과정에서 초월적 의식이 인체에 기를 불어넣어 세포가 복원된다고 말한다. 자동차의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처럼 인체의 수십억 세포에 활력소를 불어넣어 ‘웰빙 라이프’를 꾀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명상산업은 영혼을 깨워 마음을 비우고 육체를 다지며 머리를 채울 것을 권하고 있다.
명상을 통한 순수의식 체험 |
1단계- 마음 가다듬기: 편안한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한다.
2단계- 시선 고정하기: 마음을 고정시키는 과정으로 한 점을 1분여 동안 바라본다.
3단계- 시야 확장하기: 원 둘레에 코로나 현상이 일어나 빛이 주위로 확대된다.
4단계- 순수의식 상태: 기존의 사고가 제거되면서 감각이 최대한 깨어난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한덕수-특검, ‘징역 23년’에 쌍방 항소

“같잖은 윤석열, 내가 내란 전문”…만년에 더 노련했던 ‘민주화 거목’ 이해찬

박근혜, 장동혁 단식 출구 터주고 유영하 공천 확보?

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반값 생리대’ 나온다

백령쇠살모사·제주쇠살모사…국내 고유 살모사 2종 최초 확인

“이 대통령 보유세 인상, ‘똘똘한 한채’ 잡는 데 초점 맞춰야”

차은우, 장어집에 기획사 차렸나…‘200억 탈세’ 의혹 점입가경
![빈손 단식이 아니라고? [그림판] 빈손 단식이 아니라고? [그림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6/0125/20260125502001.jpg)
빈손 단식이 아니라고? [그림판]

박성재, 첫 재판서 내란 가담 혐의 전면 부인…‘이진관 재판부’ 심리

정의선도 60조원 잠수함 수주전 지원…캐나다 ‘현대차 공장’ 원해

![[단독] “마두로만 잡혀갔을 뿐… 베네수엘라 정부, 100명 새로 가뒀다” [단독] “마두로만 잡혀갔을 뿐… 베네수엘라 정부, 100명 새로 가뒀다”](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23/53_17691721381769_2026012250376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