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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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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만한 기업일수록 ‘개문냉방’, 그럴수록 뜨거워지는 한반도

수도권 주요 상권·아웃렛 매장 57% 문 활짝… 정부 수요 관리는 외려 뒷걸음질
등록 2026-08-06 20:38 수정 2026-08-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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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5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신발 전문 유통매장인 ABC마트가 출입문뿐 아니라 폴딩도어로 된 한쪽 벽면 전체를 개방한 채 영업하고 있다. 김규남 기자

2026년 8월5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신발 전문 유통매장인 ABC마트가 출입문뿐 아니라 폴딩도어로 된 한쪽 벽면 전체를 개방한 채 영업하고 있다. 김규남 기자


 

‘28도 대 37.1도.’

서울에 폭염중대경보(일 최고 체감온도 38도 이상 또는 최고기온 39도 이상으로 예상될 때 발효)가 발표되며 한증막 같은 무더위가 이어진 2026년 8월5일 낮 중구 명동거리. 명동역 6번 출구 밀리오레에서 코오롱 매장까지 이어지는 직선거리는 폭염 가운데서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폭이 넓지 않은 이 거리 양쪽에 빽빽하게 늘어선 매장들이 문을 연 채 에어컨으로 냉방을 하는 ‘개문냉방’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 거리의 벽면 온도를 재보니 28도였다. 이 거리의 바깥쪽 건물 벽면의 측정온도(37.1도)와 견줘볼 때 10도 가까이 낮았다.

 

명동 안쪽 거리가 시원한 이유

 

개문냉방은 여름철 에너지 낭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녹색연합이 2026년 7월15~28일 서울의 주요 상권과 대기업들의 수도권 프리미엄 아웃렛 매장들의 개문냉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총 1170곳의 매장 가운데 절반이 넘는 57.2%(669곳)가 개문냉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아웃렛 664개 매장(신세계 여주 250개, 신세계 시흥 135개, 롯데 이천 195개, 롯데 파주 65개, 현대 송도 15개, 현대 김포 4개) 중 400개(60.2%), 서울의 주요 상권 506개 매장(홍대입구 251개, 명동 210개, 강남 45개) 중 269개(53.2%)가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었다. 다만 아웃렛의 경우 출입문이 외부와 바로 연결된 매장만 모니터링 대상으로 삼았다.

개문냉방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화장품·뷰티(82.9%)와 신발(79.6%)로, 둘 다 대형 프랜차이즈 비중이 높은 업종이다. 이어 약국(68.8%), 식료품(64.7%), 의류·패션(64.6%) 순이었다. 반면 생활용품은 개문냉방을 하는 매장이 한 곳도 없었고, 음식점(27%)과 편의점·마트(26.9%), 카페·베이커리(24.6%), 휴대전화·전자기기(22.2%) 등은 상대적으로 개문냉방 영업 비율이 낮았다.

특히 명동에서는 신발 전문 유통매장인 에이비시(ABC)마트와 식품매장인 바프(HBAF)가 출입문뿐 아니라 폴딩도어로 된 한쪽 벽면 전체를 개방해놓은 채 영업하고 있었다. 또 대기업 프리미엄 아웃렛 3개 브랜드 중에는 신세계 아울렛의 개문냉방 비율이 좀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은 “신세계 아울렛의 개문냉방 비율이 70%가 넘었고, 건물 구조 자체도 개문냉방을 방지할 장치가 거의 없는 구조였다”며 “개문냉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ABC마트 관계자는 이에 대해 “냉방 가동시 출입문을 닫고 매장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부 매장에서 충분히 준수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전 매장에 관련 운영 기준을 다시 안내하고 관리·점검을 강화해 동일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력소비량, 개문냉방 하면 1.7배 증가

 

2026년 8월5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식품매장인 바프(HBAF)가 폴딩도어로 된 문 전체를 개방한 채 영업하고 있다. 김규남 기자

2026년 8월5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식품매장인 바프(HBAF)가 폴딩도어로 된 문 전체를 개방한 채 영업하고 있다. 김규남 기자


개문냉방 영업을 할 때 냉방에 필요한 전력량은 문을 닫고 하는 냉방의 약 1.7배, 전기요금은 약 1.3배 증가한다.(한국에너지공단 2023년 분석) 그럼에도 여름철마다 개문냉방이 반복되는 것은 정부가 자율 참여 중심의 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따라 정부가 에너지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에너지 사용의 제한에 관한 공고’를 발표해 개문냉방을 금지할 수 있고 위반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개문냉방을 금지하는 에너지 사용의 제한에 관한 공고는 2011년 9월 전국 정전 사태 이후인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총 5번 있었을 뿐이다. 정부는 이후 10년 동안 매장들이 개문냉방을 자율적으로 자제하도록 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와 미국 뉴욕시는 상시적으로 개문냉방을 금지하고 있고, 위반하면 각각 최대 750유로(약 123만원)와 최대 1천달러(약 142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개문냉방은 ‘에너지 수요(소비)’와 관련해 감축이 필요한 하나의 사례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신규 핵발전소 건설, 탈석탄, 송전망 건설 등 ‘에너지 공급’ 위주로 이슈가 됐지만, 에너지 수요 감축은 주요하게 거론되지 않았다. 더구나 최근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메모리 반도체 팹,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3대 분야에 대규모 투자) 발표 이후 기후·생태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대규모 에너지를 소비하는 개발 속도전이 펼쳐지는 상황이라 에너지 수요 감축 정책은 더욱 소홀히 다뤄질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올여름 우리나라와 유럽 등을 강타한 재앙 수준의 폭염과 프랑스·스페인·그리스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등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에너지 수요 감축 정책이 필요하고, 국제사회도 그런 노력을 지속 중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2022년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AR6)에서 처음으로 ‘수요’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다루는 별도의 장(WG3 제5장 감축의 수요·서비스 및 사회적 측면)을 신설했다. 이 장에서 IPCC는 수요 감축 전략을 사용하면, 현재의 정책이 그대로 유지되는 시나리오에 견줘 건물, 육상 수송, 식품 세 부문에서 2050년까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70%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2023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130개 국가는 2030년까지 매년 세계 평균 연간 에너지 효율 개선율을 약 2%에서 4% 이상으로 두 배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이 내용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근거한 것이다. IEA에 따르면,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에너지집약도’(국내총생산(GDP) 1달러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의 양. 이 수치가 낮을수록 에너지 이용 효율이 높다는 의미. ‘에너지원단위’라고도 함)의 연간 개선율이 평균 4.1%가 돼야 하는데, 이는 2022년에 전세계가 달성한 개선율의 두 배에 해당한다. 이렇게 되면 2030년 에너지 수요가 2022년 대비 약 10% 낮아지고, 이러한 수요 감소는 탄소 배출 감축으로 이어진다.

 

목표 미달한 수요 감축… 그나마 점진적 축소

 

2026년 7월23일 경기도 신세계 시흥 프리미엄 아울렛 의류매장들이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2026년 7월23일 경기도 신세계 시흥 프리미엄 아울렛 의류매장들이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그러나 국내에서는 에너지 수요 정책이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너지 수요 목표는 과거에 20년을 계획기간으로 5년마다 수립하는 ‘에너지기본계획’에 담겼다. 근거는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2010~2022년)이었고, 에너지위원회 심의를 거친 뒤 녹색성장위원회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됐다. 그러나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이 폐지되고 이를 대체하며 2022년부터 시행된 탄소중립기본법에는 에너지기본계획 근거가 사라졌다. 이에 더는 에너지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는다. 대신 에너지 수요 목표는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따라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5년을 계획기간으로 5년마다 수립하는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본계획’에 담긴다.

현재는 2025년 수립된 제7차 계획(2025~2029년)이 시행 중이다. 제6차 계획(2020~2024년)까지는 기존에 있던 에너지기본계획의 수요 목표를 차용했지만, 제7차 계획부터는 자체적으로 산출한다. 또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본계획은 에너지위원회 심의만 거치면 되고 계획기간도 축소되는 등 에너지기본계획에 견줘 위상이 낮다. 이에 녹색연합은 “에너지 수요 감축 정책에 실효성 있는 집행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제7차 계획을 보면, 지난 5년(6차 계획) 동안 에너지 수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6차 계획에서는 2024년 아무 정책수단을 쓰지 않았을 때의 최종 에너지 소비 전망치인 ‘기준 수요’를 1억9470만t으로 보고 ‘목표 수요’를 1억7650만t으로 설정했지만, 실제 ‘소비실적’은 1억8330만t으로 목표 수요 대비 680만t을 초과(초과율 3.9%)했다. 또 6차 계획에서 2024년 에너지원단위 목표를 백만원당 0.094t(GDP 100만원어치를 생산하는 데 원유 94㎏이 든다는 의미)으로 세웠지만, 실제로는 0.101t으로 목표에 미달했다.

제7차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본계획(2025~2029년)의 에너지 수요 전망과 목표설정.(단위: 백만t) 자료: 제7차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본계획

제7차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본계획(2025~2029년)의 에너지 수요 전망과 목표설정.(단위: 백만t) 자료: 제7차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본계획


7차 계획에서 에너지원단위 개선율 목표 설정이 축소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7차 계획에서는 2024년 대비 2029년 에너지원단위 연평균 개선율을 0.9%의 두 배인 1.8%로 잡아, 2024년 백만원당 0.092t인 에너지원단위를 2029년 0.084t이 되도록 해서 2024년 대비 8.7% 개선할 수 있게 설정했다. 쉽게 말해 GDP 100만원어치를 생산하는 데 2024년에는 원유가 92㎏* 들었는데 정부가 2029년까지 84㎏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잡았고, 이 개선 폭이 8.7%라는 뜻이다. 정부의 이 목표는 COP28의 ‘2030년까지 에너지 효율 개선 수준을 두 배로 향상’하기로 한 글로벌 선언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두 배의 기준으로 내세운 에너지원단위 연평균 개선율 0.9%는 향후 5년(2025~2029년)간의 ‘예측치’다. COP28의 에너지 효율 두 배 개선 선언도 2022년에 ‘실제로 달성한 개선율’을 기준으로 두 배 향상한다는 것이지, 앞으로의 개선율 예측치를 기준으로 삼은 게 아니다. 이 때문에 정부의 기준이 낮게 설정돼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황인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만약 한국의 2010~2019년 실제 연평균 에너지원단위 개선율 1.6%(IEA 데이터)를 적용하면, 2030년까지 효율 개선 목표는 그 두 배인 3.2%로 7차 계획에서의 목표(1.8%)보다 크게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전환도 차질
2010~2019년 아시아-태평양 나라들의 연평균 에너지원단위(에너지집약도) 개선율. 이 기간 한국의 연평균 에너지원단위 개선율은 1.6%다. 출처: 국제에너지기구(IEA) ‘에너지 효율 개선 진행 추적기’

2010~2019년 아시아-태평양 나라들의 연평균 에너지원단위(에너지집약도) 개선율. 이 기간 한국의 연평균 에너지원단위 개선율은 1.6%다. 출처: 국제에너지기구(IEA) ‘에너지 효율 개선 진행 추적기’


이뿐만이 아니다. 전체 에너지 중 전력부문의 ‘수요관리 목표’도 축소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사업법에 따라 2년마다 수립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향후 15년간의 전력수요를 전망하고, 발전설비와 송·변전 설비 확충 계획 등을 담는 최상위 국가 전력계획이다. 현재 기후부 주도로 제12차 전기본(2026~2040년)이 수립 중이고 2026년 하반기에 발표될 예정이다. 전기본에서 GDP와 인구 변화, 산업 변화 등에 따른 전력수요(기준 수요)를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 줄이기로 한 것이 ‘수요관리 목표’다. 이는 ‘최대전력 절감계획’과 연간 ‘전력소비량 절감계획’, 두 갈래로 수립된다.

그런데 제8차(2017~2031년)부터 제11차(2024~2038년)까지 전기본에서 수요관리 목표는 계속 축소됐다. 제8~11차 전기본에 모두 들어 있는 연도인 2030년을 기준으로 보면 최대전력 절감계획은 제8차 1만3198메가와트(㎿)→제9차 1만988㎿→제10차 1만470㎿→제11차 6670㎿로 줄었다. 전력소비량 절감계획도 제8차 9만255기가와트시(GWh)→제9차 7만4736GWh→제10차 6만4787GWh→제11차 3만5111GWh로 낮아졌다. 황인철 전문위원은 “정부의 전력수요 절감 정책에 대한 후퇴를 보여주는 분명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황 전문위원은 이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한데, 에너지 수요 자체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경우 화석연료 축소가 이뤄지지 못하게 된다”며 “정부는 에너지 수요를 줄이기 위해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워 시행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6차 계획에서의 2024년 값인 101㎏과 다른 이유는 에너지원단위는 에너지 소비를 GDP로 나눈 값인데, 이 두 값이 모두 7차 계획에서는 달라졌기 때문. 6차 계획에서는 에너지 소비에 납사소비를 반영하지 않았지만 7차 계획에서는 반영했고, GDP도 6차와 7차 계획에서 다른 값이 사용됐음.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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