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적 지도자들이 오늘의 정부에게 주는 교훈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 지음, 조중빈 옮김, 지식의날개 펴냄,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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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분야가 학문 중의 학문(master science)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확신 속에 지난 수십 년 동안 리더십의 본질을 찾는 연구에 열정을 바친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는 이 책을 통해 리더십의 핵심적 가치를 설파하고 있다.
번스는 계몽주의 철학자인 존 로크의 “행복 추구에서 바로 세상을 변혁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았다”라는 말을 우리에게 상기시키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변혁적 능력에 고삐를 풀어줄 행위자가 없다면 우리는 늘 불행 속에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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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드골·간디…
또 행복 추구란 인간적 욕구에서 부름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지도자가 수행해야 할 과업은 그 욕구에 부응하는 변화를 세상에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도자의 행동과 업적은, 그 자체가 가장 심오한 인간 욕구의 표현인 최상의 공공적 가치들(자유·평등·정의·기회·행복 추구)에 의해서 평가되는 것이다. 그래서 리더십이란 도덕적 필연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번스는 역사를 바꾸는 변혁적 리더십의 핵심적 의제로서 행복 추구의 기회를 모든 국민에게 확대해나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바꾸다’(change)라는 동사의 의미 속에는 대체, 주고받기, 자리 맞바꿈, 장소 이동 등의 뜻이 함축돼 있다. 이에 반해 ‘변혁시키다’(transform)의 의미 속에는 형식과 구조의 대변신, 상태와 본질 자체의 변화, 눈에 보이는 현실과 내적 특성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도록 하다 등의 뜻이 있다. 너비와 깊이가 있는 변화는 변혁적 리더십을 통해서만 일어난다는 것이 번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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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적 지도자들은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대신 추종자들을 옹호하고 고무한다. 비전을 제시하고 추종자들에게 자유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변혁적 리더십의 기능이다. 변혁적 지도자들은 역사의 산물이 아니라 역사를 만드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 번스가 사례로 들고 있는 역사적인 인물들 가운데 제퍼슨, 루스벨트, 드골, 간디, 엘리엇 등은 역사가 만들어낸 인물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낸 사람들임이 틀림없다.
21세기 지도자들의 배신
변혁적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미덕과 윤리, 그리고 변혁적 가치(질서·자유·평등·정의·행복 추구)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조직과 사회, 국가 더 나아가 인류 공동체가 처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새로운 일들이 끊임없이 도전으로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여기에서 지도자는 둘로 갈린다. 한편에는 상황에 대처하는 쪽을 보는 지도자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상황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생각을 모으는 지도자가 있다. 후자의 태도가 바로 번스가 말하는 변혁적 유형의 사고이자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의 요체다.
만약 인류의 행복이 사회구성의 제1법칙이라면, 그리고 일반 국민을 위해 가능한 한 최대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정부가 가지는 유일의 정통적 목표라고 한다면, 21세기의 지도자들은 이 원칙을 심대하게 위반하고 있다. 물질적 풍요가 넘쳐나고 있는데도 수십억 명의 사람들은 사회적 예속과 비참한 궁핍 속에서 연명해 가고 있다. 생명과 자유를 위협하고 행복 추구의 기회를 축소시키는 다양한 도전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이를 변혁하려는 지도자들의 노력과 열정은 여전히 부족하다.
우리가 상황의 장난감이나 역사의 노예가 되는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는 오로지 우리가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다. 변혁적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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