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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도 이명박도 게 섰거라?

등록 2007-12-07 00:00 수정 2020-05-03 04:25

BBK·삼성 관련 기사로 숨가빴던 한 달, 총 대신 산책은 너무 멀리 갔네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11월27일 저녁, 15기 독자편집위원들의 두 번째 회의를 위해 커피를 준비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뭔가를 대접해야 할 듯한 날씨였다. 춥고 건조한 공기를 뚫고 8명 전원이 회의에 참석했다. 회사가 늦게 끝나, 차를 놓쳐 발을 동동거리며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까지 왔다는 위원들. 누가 알았으랴. 몸을 녹여놨더니 ‘열 올리며 회의하자니 덥다’며 창문을 열어버릴 줄을.

삼성맨 친구는 ‘폭로해봤자’라 해도

유진아: 682호 ‘독일의 DMZ, 그뤼네반트를 가다’는 너무 앞서갔다는 느낌이 든다. 새만금을 막고, 비무장지대에 땅투기가 일어나는 사회에서 담론이 형성되기 전에 결론을 내놨다.

김민: 독일로 가면서 배울 건 배워야지 했다가 가봤더니 딱히 우리나라의 경우에 적용할 만한 것이 없었던 것 아닌가. 독일에서는 그뤼네반트 보호를 둘러싼 논쟁이 없었다면 이유를 짚어줬어야 한다. 독일과 한국의 사례가 따로 놀고 있다.

윤형각: 총을 두고 산책간 것은 좋았으나, 너무 멀리까지 가느라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환경 문제를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쟁점을 제시해 좋았다.

이미지: 앞선 호 DMZ 기사에 이어 보강 탐사를 하고 그를 통해 남북관계를 다른 각도로 조명해보려 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

김지환: 특집 ‘정동영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에서 SWOT 분석을 볼 수 있어서 좋았으나 분석의 깊이는 좀 아쉽다.

유진아: 기사 중 ‘정책과 가치로 합종연횡하라’는 범여권으로 불릴 만한 세력이 한데 모여 꽤나 기대하고 봤다. 그러나 읽고 나니 제목만 거창한 표지와 목차만 있는 책을 읽은 것 같다. 짧은 기사 안에 4명의 이야기를 담으려니 무리였을 것이다.

윤형각: 특집 ‘단일화만이 희망이다’를 읽으며 그 ‘도전인터뷰’가 생각났다. 기자가 강금실과 논쟁하듯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더 많은 얘길 들을 수 있었다.

이미지: ‘정치의 속살’에서 문국현 후보가 한탄할 때 비교 대상은 권영길·이인제 후보가 아니지 않았겠나.

유진아: ‘언론만 집중해주면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란 단순 논리는 쉽게 납득할 수 없지만 아주 근거 없지도 않다. 언론의 경박함도 논해야 하지 않았을까.

김지환: 683호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의 양심 고백’을 읽고 나서 세상에 난리가 날 줄 알았는데 한동안 조용해서 놀랐다. 어찌 보면 사람들은 이명박과 삼성에 대해 취하는 태도가 비슷하다. 삼성에 다니는 친구에게 의견을 물으니 아무리 폭로해도 건드릴 수 없을 거라고 하더라.

김민: 이런 문제를 폭로할 때 조사까지 이어지도록 확실히 해야 하는데 잘됐다고 생각한다. ‘임직원 차명계좌’도 상자기사로 확실하게 짚어주어 더 신빙성이 있었다. 인터뷰 자체가 증거가 됐고 ‘내부고발자들의 외롭고 긴 싸움’까지 얘기했다. 이후 다른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을 다 찾아봤는데 이 처음 보도한 범위 안에서 맴돌았다.

윤형각: 김용철만큼 도 용기 있는 행동을 했다.

윤준식: ‘내가 구속되면 끝이 나겠지’라니 정말 대단하다. 대중이 현재 경제 때문에 위축돼 있다. 삼성을 건드리면 망할까봐 노심초사한다.

김지환: 삼성 채용이 줄어든다, 내년 사업계획을 못 잡고 있다 등의 보도를 일삼는 언론이 그런 분위기를 부추긴다.

윤형각: 조·중·동이 눈에 띄게 침묵하다가 쟁점을 흐리려는 시도를 하는데 언론의 그런 모습도 실어주면 좋겠다.

약들이 흘러흘러 도로 올 줄이야

김승현: 사람과 사회 ‘약들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를 읽고 놀랐다. 처음 안 사실이다.

김지환: 해당 기사를 못 봤던 어머니가 나중에 독자 의견에서 그 기사가 언급된 걸 보시고 좀 가져오라고 하시더라. 어디에 버려야 하는 건지 챙겨봐야겠다며.

이미지: 는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영화 기사에선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윤형각: 영화 소개라기보다는 보고 나서 읽을 기사란 생각이 들었다.

김승현: 특집이 알찼다. ‘사법부 판결을 재판하자’를 읽고 송씨 일가 사건에 대한 판결 대책을 안기부로 전했다는 대목에서 어안이 벙벙했다.

김민: 형식 자체가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젊은 사람들에게 옛 사건의 사실관계만 제시하면 별 감흥이 없을 수 있는데 마음에 와닿게 썼다.

이미지: 연세대생 내란음모 사건과 같은 지난 사건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어 아쉬웠다.

윤준식: 684호 표지이야기 ‘김인주가 기획하고 이학수가 승인했다’의 ‘정·관·법·언·학… 이건희의 넓은 품’은 회장 지시사항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유진아: 이렇게 광범위한 범위에 걸쳐 삼성이 힘을 갖고 있구나 싶었다.

김민: 김인주, 이학수가 제목에 들어갔는데 기사에는 별 얘기가 없었다. 두 사람에 대한 설명이라도 했어야 한다.

유진아: ‘비례대표직에 비정규직을 보내겠다’는 권영길 인터뷰는 너무 걸러지지 않아서 놀랐다. 대선 후보가 아닌 민노당 대표와 하는 인터뷰 기사가 됐다.

윤형각: 홍세화씨가 민노당 내부의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권영길은 궁색한 변명을 하는 구도였다.

전수경: 내부 문제가 까발려져야 할 필요는 있겠지만 친한 사람끼리 준비 없이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김민: 노땡큐 ‘가회동 블루스’는 평소에 생각지 못했던 소재를 잘 포착했다.

전수경: 남편이 요즘 카메라를 들고 삼청동을 돌아다니는데… 진땀이 났다.

이미지: 농협 반론 기사에 오히려 농협과 관련한 설명이 더 자세히 나왔다.

유진아: 사기업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면서 공기업과 같이 이득을 보고 있다. 겉만 번지르르한 글이었다.

전수경: 농협은 이렇게 잘나가는데 농촌의 현실은 뭐냐. 금융업의 처지에서만 쓰고 있다.

윤형각: ‘정조가 10년 더 살았다면’은 정조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기획은 좋았는데 정작 정조가 무슨 업적을 남겼는지는 안 나와 있다. 현재와 엮으려고만 했다.

전수경: 산책하면서 멋스럽게 쓰려 했는데, 너무 멋을 부렸다.

유진아: 스포츠ON ‘언제 스포츠에 감동받으시나요?’는 ‘이기는 게 유일한 선’이란 편견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기자가 정말 호감쟁이다.

BBK 보도, 짜증난다 vs 뜻깊게 본다

김민: 685호 ‘창 한 방에 날아간 진보’는 최고의 표지였다. 이회창의 출마는 그 후폭풍이 중요한데 우선 민심이 어떤지를 알 수 있었다. 모두 보수층 지지자로만 좌담자를 구성한 게 주효했다. 최장집 교수의 설명은 명쾌했다.

이미지: 표지이야기 제목을 ‘날아간 진보’라고 해서 창 이야기와 함께 진보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그냥 창의 귀환과 그로 인한 보수의 이야기여서 실망했다. 심층좌담을 보면서 ‘날아간 진보’에 대해 의문이 더해졌다.

유진아: 왜 서울 거주 남성들만으로 좌담자를 구성했는지 알고 싶다.

윤형각: 어쨌든 단순 여론조사보다 신뢰감이 가는 조사 방식이었다.

윤준식: 지루한 논쟁보다는 정책을 분석해줬으면 좋겠다.

윤형각: BBK와 관련한 보도를 계속 보자면 도 네거티브 캠페인을 하는 듯해 불편하다. 최장집 교수의 인터뷰처럼 분석 기사를 싣고, 참여정부에 대해 평가해보고, 국민의 고통을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 아닐까?

이미지: 처럼 탐사보도를 하는 곳이 없다. 언론의 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래서 BBK나 삼성 관련 기사도 뜻깊게 본다.

김민: 정책 선거가 안 되는 건 정치 문제지, 언론의 문제가 아니다.

김승현: 보도 그 뒤 ‘우토로 절반 살 수 있게 됐죠’를 보고 50년간 외면하다 살짝 내민 손에 감사해하는 우토로 주민에게 미안하고 감사했다. 절반의 성공이지만 의 지속적인 보도가 한몫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윤형각: 한국타이어 노동자 문제가 심각하게 다가왔다. 이런 노동 문제에 대해 연재로 기사를 냈으면 좋겠다.

이미지: 특집 ‘삼성의 도련님 부자 만들기 마술쇼’는 사건을 시간순으로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김용철 변호사 폭로건과 연계해 좋았다. ‘그때 삼성생명 주식거래, 수상하다’는 여러 증거자료와 그를 통한 비리 검증 과정이 돋보였다.

전수경: 정태인의 노땡큐 ‘알 수 없어요’에 나온 한나라당의 ‘대한민국 747’ 같은 말에 대해 대중이 너무 모르고 있다. 그래도 지지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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