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열린우리당 위기 분석… 경제난에 대한 안이한 대응과 정책 설명 부족 등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4·15 총선 직후 40%대를 유지하며 한나라당을 멀찌감치 따돌렸던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최근 20% 중반대로 급락하고, 한나라당에 1위 자리를 내준 위기 상황에 직면한 원인을 어떻게 분석할까.
전문가들은 일단 과거 집권 여당에 견줘 지지 기반이 취약하고 비전도 불명확한 열린우리당이 탄핵 정국에 힘입어 단기간에 급격한 지지율 상승을 이룬 만큼 어느 정도의 하락은 예견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규갑 리서치플러스연구소 연구실장은 “열린우리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개혁 지향 세력에 대한 확고한 지지라기보다, 탄핵에 대한 반대 정서라는 다분히 감성적인 지지가 포함돼 있었다”며 “거품이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진단했다.
‘경제 위기 아니다’ 원론만 거듭
그러나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급전직하에 가까운 지지율 급락은 핵심 지지층조차 만족시키지 못하는 열린우리당의 실책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첫째, 서민들의 경제난에 대한 안일한 대응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경제 불황을 몸으로 실감하는 사람들은 블루칼라와 자영업자 등 전통적으로 한나라당보다 열린우리당 지지 성향이 강한 계층이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지금까지 ‘경제 위기가 아니다’는 원론만 거듭하면서 이들이 이탈했다.”(노규형·리서치 앤 리서치 대표) 홍형식 한길리서치 연구소장도 “현재 경제 위기는 지지층인 서민층의 위기인데, 열린우리당과 노 대통령은 ‘경제위기론’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면서 중·하층 전체를 적으로 돌리고 있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둘째, 공약 파기나 정책 변화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이나 논리가 없다는 것이다. 조용휴 폴엔폴 대표는 “열린우리당 위기의 심각성은 단순히 공약 파기나 정책 변화의 문제라기보다, 그 과정을 한번도 합리적이고 일목요연하게 설명하지 못한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접근하면서 합리적 선택과 일관성을 중시하는 40대 지지층의 신임을 잃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약을 바꾼 이유나, 그 효과를 설명하지 않은 채 찬반 논쟁을 벌인 것 △행정수도 이전과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정한 것이니 그대로 가자’고 주장한 것을 구체적 사례로 꼬집었다.
셋째, 민주노동당의 출현, 한나라당의 변신으로 야당 시절 누려온 진보와 개혁에 대한 독점권을 상실한 상황에서 정체성이 불분명한 개혁을 부르짖을 뿐, 집권당다운 국정 운영의 성숙도를 보여주지 못한 점도 한계다.
신보수주의 지향하며 지지층 이탈
홍형식 한길리서치연구소장은 “과거에는 개혁을 외치는 것만으로도 진보 세력의 지지를 독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는데, 열린우리당은 여전히 애매한 개혁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한나라당이 수구적 이미지를 탈피해 보편적 가치인 절차적 민주주의 실현에 동의하고 민주노동당이 진보를 외치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은 개혁을 내세우는 순간 양쪽으로부터 그 내용에 대한 검증을 요구받게 됐다”며 “우리당은 개혁을 목청껏 외치며 요란스레 접근했지만, 실제는 신보수주의를 지향하면서 핵심지지층까지 이탈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회복은 불가능한 것일까.
노규형 리서치 앤 리서치 대표는 “열린우리당에서 이탈이 많았지만, 아직 소수를 제외하면 한나라당 지지로 이동한 것이 아니고, 위기의 실체도 ‘성과 없는 개혁’ ‘국민적 공감대와 동떨어진 열린우리당의 처신’에 따른 신망의 축소 성격이 크다”며 “하기 나름”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지금 같은 혼돈이 장기간 지속되면 힘들어질 것”이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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