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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주정부, 산적에 굴복하다

등록 2002-11-27 00:00 수정 2020-05-02 04:23

‘잔인한 악당’과 ‘현대판 로빈 후드’의 두 얼굴로 알려진 인도 산적 쿠스 무니스와미 비라판이 다시 유명세를 탔다.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 당국이 비라판에게 납치된 전직 고위관료의 석방 협상을 위해 비라판의 요구대로 감옥에 갇힌 그의 동료를 풀어줬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8월25일로 거슬러올라간다. 비라판은 평소 산적에 대한 강경책을 주장해온 전 카르나타카주 농업장관 나가파를 이날 납치하고 감옥에 있는 타밀민족주의자 콜라투 마니의 석방을 요구했다. 마니는 당시 비라판에게 무기를 공급한 혐의로 수감 중이었다.

카르나타카주 정부는 이후 3개월 동안 구출 압력을 받아온데다, 비라판이 “나가파의 석방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마니를 정글로 돌려보내라”는 통첩을 보내자 11월23일 임시 각료회의를 연 뒤 마니에 대한 무혐의를 결정했다. 나가파의 부인인 파리말라는 주정부가 남편을 안전하게 구출하지 못하면 자살하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국 방송은 마니의 석방에 대해 “인도 주정부가 산적에게 굴복했다”고 평했다.
올해 50대 후반인 비라판은 인도 남부인 카르나타카·타밀나두·케랄라 등 3개 주에 걸친 밀림을 근거지 삼아 산적단을 이끌고 있다. 그는 300여명의 인명 살상과 코끼리 밀렵, 희귀목 벌목 등의 혐의로 30년 넘게 수배를 받아왔으나 근거지를 옮기며 번번이 수사당국을 따돌렸다. 2000년에는 유명 남자배우 라즈쿠마르를 납치해 인도를 떠들썩하게 하기도 했다.
인도 소수민족인 타밀족 출신인 비라판은 카르나타카 지역 등에서 활동하는 타밀민족전선은 물론, 스리랑카 무장반군인 타밀엘람해방호랑이의 지원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콧수염을 위로 말아올린 특이한 모습으로도 유명하다.

정재권 기자/ 한겨레 국제부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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