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부터 생물무기 이용한 전쟁 벌여… 극단적 세력들이 위협수단으로 활동하기도
전쟁에서 생물무기를 사용한 것은 오랜 역사 기록으로 남아 있다. 가장 이른 기록은 B.C.6세기께인데 아시리아인들은 적의 우물에 호밀 맥각을 넣어 오염시켰다. 호밀 맥각병은 곰팡이의 일종이 호밀에 기생해 생기는 것으로 이 곰팡이가 내는 독성성분인 알칼로이드는 신경교감차단 작용을 가지고 있어 사람에게 맥각중독증을 일으킨다. 호밀은 밀을 먹을 수 없는 하류 계층이나 기근 때 먹는 식량으로, 중세 때 흉작으로 곰팡이에 오염된 호밀로 만든 빵을 먹고 많은 사람들이 맥각중독증에 걸려 사망하거나 고통을 겪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인 B.C.6세기 아테네의 솔론 군대는 크리샤를 점령할 당시 크리스마스로즈라는 식물 뿌리의 가루를 식수에 넣어 적의 설사병을 유도했다는 기록이 있다. 코끼리를 이끌고 험준한 알프스 산맥을 넘어 세계 전쟁사에 한 획을 그은 한니발 군대는 B.C.184년 페르가몬의 유메네스왕과의 해전에서 적군함의 선창에 독뱀으로 가득 찬 항아리를 던졌다. 이 때문에 한니발 군대는 적병뿐만 아니라 독뱀과도 싸워야만 했던 페르가몬 군대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사실상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미군 특수부대와 탈레반과의 지상전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탈레반은 경고한 바 있다. 험준한 산맥에 자연적으로 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동굴에 은신하고 있는 탈레반과 오사마 빈 라덴 병력을 물리치려면 동굴 속에서 살고 있는 독뱀, 독전갈과의 싸움을 미군이 먼저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견고한 성을 무너뜨린 중세의 흑사병
생물전쟁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1346년 타르타르 군대가 크림반도의 카파를 점령할 당시 흑사병에 걸려 죽은 주검을 투척기를 이용해 성 안으로 던져 적군에 역질이 돌도록 한 사례다. 견고하게 지어진 유럽의 성들은 적의 공격에 잘 버틸 수 있었지만 행동반경과 식수가 제한되어 있던 성 안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흑사병 앞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많은 병사와 주민들이 죽어갔고 전투력을 상실하게 된 카파는 무조건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전염병은 카파를 점령하고 전쟁승리를 즐기던 타르타르인에게도 전염되었고 곧 다시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이것이 중세 흑사병 대유행의 시작이었으며 이로 인해 죽은 사망자는 4년 동안 250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었다. 지금도 대역질 하면 으레 중세의 흑사병을 떠올리고 특히 서양인들의 뇌리에 가장 무서운 질병으로 각인돼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역사 때문이다. 러시아 군대도 1710년 스웨덴을 침공하면서 레발시 성벽 위로 흑사병으로 죽은 사체를 던졌다.
두창을 사용한 경우도 있다. 스페인의 탐험가이며 정복자인 피사로는 1532년 남미 페루 잉카제국 원주민에게 두창 바이러스로 오염된 옷을 선물했다. 잉카전사와의 싸움에서 한때 궁지에 몰렸던 피사로 군대는 이 생물무기를 이용한 싸움으로 추격의 위기에서 벗어나 뒤에 승리할 수 있었다. 15∼16세기 찬란한 문명을 일궜던 잉카제국이 생물전쟁의 희생물이 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미국에서도 벌여졌다. 1754∼67년 프랑스와 영국은 신대륙 미국에서 전쟁을 벌였다. 전쟁 막바지인 1767년 영국군은 프랑스편인 카릴론 요새의 인디언을 공격했다. 하지만 저항은 완강했고 요새는 난공불락이었다. 이 때 영국 장군 제프리 앰허스트경은 카릴론 요새의 인디언 추장에게 담요를 선물했다. 아 담요는 실은 선물이 아니라 두창 환자의 분비물이 묻어 있던 오염된 것이었다. 담요를 선물받은 지 며칠 만에 환자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서양인과는 달리 선조 대대로 단 한번도 두창이나 매독과 같은 전염병에 노출된 적이 없는 인디언들은 괴역질 앞에 순식간에 무너져갔다. 영국 군대는 힘 안 들이고 요새를 점령할 수 있었다.
20세기 들어와서 생물무기 개발 연구와 실제 전쟁에서의 사용은 더욱 가열됐다. 독일 첩보기관이 1차대전 때 미국에서 프랑스로 보내는 말과 가축에게 비저병을 접종시킨 증거가 드러난 바 있다. 당시 독일군은 탄저균과 콜레라균으로 연합군을 공격한 사실이 있으며 2차대전 때에도 나치정권은 1936년부터 본격적인 생물학전 연구를 벌였다. 같은 시기 일본은 만주지방에 있는 하얼빈 근교에 731부대라는 특수세균전부대를 세워 중국, 한국 등의 전쟁포로 등을 대상으로 각종 탄저균과 페스트균 등 생물무기 실험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1940년 10월4일과 29일 각각 중국의 저쉬안과 닝파에 페스트균을 비행기에서 생물폭탄 투하 등의 방법으로 뿌려 21명과 99명을 숨지게 했다. 미국 기록에 따르면 당시 이 부대에서 생물무기 실험용(일명 마루타)으로 3천명이 죽어간 것으로 추정되며 특수제작된 파편폭탄에 사용할 탄저균을 400kg이나 비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도 1941년 스코틀랜드의 한 작은 외딴 섬에서 나치 독일에 대항해 사용하기 위한 탄저균 폭탄 실험을 벌인 적이 있다. 1945∼50년 이스라엘이 이집트에 대항해 콜레라균을 사용한 바 있으며 미국은 카리브해지역 분쟁 때 세균무기를 사용하였고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탄저, 페스트 등을 사용했다고 중국, 북한 등이 주장했다.
1972년 맺어져 1975년 발효된 생물무기금지협약에도 불구하고 생물무기를 만들거나 이를 사용하는 사례가 뿌리뽑히지 않고 있다. 1978년 소련은 아프가니스탄, 캄보디아, 라오스 등지에서 진균독소인 트리코테센을 사용해 1만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1979년 러시아의 스베르들로프스크(지금의 예카테린부르크)에서 96명의 탄저병 환자가 발생하여 6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옛소련 당국은 오염된 식육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발표하였지만, 이 사건은 근교에서 소련 육군이 관리하고 있던 생물무기 시설에서 폭발사고와 함께 소량의 미생물 입자들이 누출된 것이라고 1992년 옐친 대통령이 공식인정했다.
최근 들어서는 국가나 시민들을 위협하기 위해 극단적 종교에 빠진 광신도나 백인우월주의자 등이 생물무기를 사용하거나 사용하려던 사건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편을 이용한 탄저균 테러도 그동안 미국에서 생물테러를 벌였던 이들 극단주의자들의 짓일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이번 탄저테러의 배후 또는 범인으로 이라크나 오사마 빈 라덴 등을 들먹이다가 미국 안에서 누군가가 탄저균을 배양해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극단주의자들, 생물테러로 국가·시민 위협
생물테러 위협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일본 옴진리교 사건을 꼽는다. 1995년 일본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를 감행한 옴진리교가 보툴리눔 독소를 보유하고 있었고 자이르까지 방문해 에볼라 바이러스를 확보하려 했던 사실이 사건 뒤 이루어진 수사에서 드러났다. 1972년 미국 시카고에서는 ‘떠오르는 태양의 명령’이란 극우주의집단의 일원을 체포했는데 이들은 시카고와 세인트루이스 그리고 다른 중서부지역 도시의 식수공급원에 집어넣어 오염시킬 목적으로 30∼40㎏의 장티푸스균 배양액을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1982년 식수공급원에 생물병원체를 넣으려던 사람과 1983년 1온스의 리시닌 독소를 제조한 두 형제를 체포한 적이 있다. 1984년에는 인도 신비주의적 종교집단인 라즈니쉬교 교도들이 오리건주에서 벌어진 지역선거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댈러스와 와스코카운티의 샐러드바에 식중독균인 살모넬라를 뿌려 750명이 감염됐으며 40명이 병원에 입원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는 이것이 생물테러인 줄 몰랐으나 1년 뒤 종교집단 내부 갈등으로 내부고발자가 이 사실을 폭로함으로써 밝혀졌다. 1995년 실험실 연구보조원으로 일하는 한 극단적 백인우월주의자가 상업적으로 연구용 미생물을 공급하는 기업인 ATCC에 페스트균을 주문했다가 구입 직전 체포되기도 했다. 1997∼98년 탄저균이 들어 있는 소포 또는 우편물을 보냈다고 위협하는 사건이 잇따랐으나 거의 대부분 엉터리였으며 극소수는 인체에 무해한 세균인 것으로 FBI 조사결과 드러났다.
| 주요 생물테러사건 | |||
| 테러주체와 시기 | 동기/목적 | 병원체/전파방법· 장소 | 결과 |
| R.I.S.E(1972) | 자연파괴를 막기 위해 대부분의 인간을 살상하고 소수의 인간만 남김 | 장티푸스, 디프테리아 등 8종류(비행기, 도시상수시설) | 배양액이 사전에 발견돼 공격이 좌절 |
| 적군파(1980) | 서독 지도층과 정부 관리들 공격, 마르크스 혁명이념 실현 | 보툴리눔 독소 | 독일 정부는 공격받은 사실 부인 |
| 라즈니쉬 사교집단 (1984) | 지역선거에서 승리 하기 위해 투표자들을 무력화 | 살모넬라균 (식당 샐러드바) | 사교집단의 내부붕괴로 알려짐 |
| 미네소타 애국주의자 평의회(1991) | 연방정부에 타격을 주기 위해 개인적 복수심 | 아주까리 씨에서 추출한 리신 | 주범들 사전 체포 |
| 옴진리교(1995) | 종말론 예연을 증명, 일본 정부 장악 | 보툴리눔 독소 애볼라, 사린 등(지하철) | 도쿄 지하철 승객 등 20여명 사망, 1천여명 부상 |
| 래리웨인헤리스(1998) | 미국인들에게 이라크의 생물무기 위협을 경고하기 위해 | 탄저와 페스트균 (농약살포비행기) | 주범들 사전 체포 |
안종주/ 한겨레 심의위원·보건학 박사과정 수료 jj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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