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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 공산당의 화려한 복귀

등록 2002-01-22 00:00 수정 2020-05-02 04:22

동독의 옛공산당을 직접 계승한 독일 민주사회주의당(민사당, PDS)이 베를린시를 통치하는 시정부에 지난 1월17일 집권 사민당(SPD)의 연정파트너 자격으로 복귀했다. 지난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이듬해 동서독이 하나가 된 이후 12년 만이다. 사민당이 시장 외에 5개 장관자리를 차지한 반면, 민사당은 경제, 보건·사회, 과학·문화 등 3개 장관자리를 맡았다.

민사당의 연정참여자로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그레고르 기시 전 당수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과거 동독 공산당 시절에도 공산당 의장을 지낸 인물이며 독일 통일 이후 공산당의 개혁을 주도해와 지금도 민사당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는 스스로 경제장관직을 맡을 것을 강력히 주장해 이를 관철시켰다. 민사당은 그동안 독일 우익들로부터 신뢰할 만한 경제정책을 펼 수 있을지 의구심을 받아왔다. 한 우익 정치가는 동독 경제의 실패 책임을 이들 민사당에 돌렸으며, 다른 우익 정치가는 “민사당의 정책은 베를린의 존립에 위협을 줄 것”이라고 비난했다. 현재 독일 연방의회 총의석에서 5%를 차지하고 있는 민사당을 독일의 주요 정당으로 끌어올리려는 야심을 갖고 있는 기시로서는 우익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이번 기회를 최대한 이용할 속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시의 앞길에는 만만치 않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베를린시가 안고 있는 360억달러의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새 연정은 재정위기를 최우선 당면과제로 인식하고 지출삭감과 세금인상, 관료기구 축소 등을 대안으로 내세웠지만 쉽지만은 않다. 이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통일 이후 심각한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는 옛동독인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이들의 경제적 자활을 돕는 것이다. 기시는 지난 98년 연방의회 선거 때부터 옛동독 지역의 파괴된 산업을 회생시키고 길거리로 나앉은 옛동독인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해 주겠다는 공약을 펴왔다. 부유층에 대한 ‘호화세’ 도입, 일자리 나누기 등이 구체적인 정책대안들이다. 민사당은 지난해 10월 베를린시 의회 선거에서 옛동독인들의 절반 이상으로부터 지지를 받아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기시는 지난 17일 경제장관으로 임명받으면서 행한 연설에서 “내가 바라는 것은 이 도시에 통합을 가져오는 것”이라며 “우리가 역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과거 냉전의 방식을 탈피해 서로에게 귀기울이는 방법을 배운다면 통합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생 기자/ 한겨레 국제부 j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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