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알선행위 등 방지에 관한 법률’ 시안을 통해 본 한국 성매매의 문제점
성을 산 사람과 성을 판 사람 중 누가 범죄자일까.
둘 다 범죄자다. 현행법에 따르면 그렇다. 그러나 최근 여성개발원이 발표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4명은 성을 사고파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또 불법임을 아는 사람 중에도 10명 중 3명은 누가 처벌되는지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 법과 국민의식이 따로 놀고 있는 셈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 첫째 원인을 법 자체라고 지적한다.
윤락→성매매, 상대방→성을 사는 자
현행 윤락행위 등 방지법은 해방후 제정·공포된 법률 중 가장 ‘선언적 의미’가 큰 사문화된 법률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법적으로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140여 군데 이르는 성매매 집촌지역이 성업중이고, 각종 유흥업소나 전화방, 인터넷을 통한 신종 매매춘이 계속 생겨나며 법을 비웃고 있다.
법에서 포괄하는 개념과 용어도 헷갈린다. 윤락(淪落)이라는 말은 ‘스스로 빠져서 허우적거린다’는 뜻이다. 성매매의 책임을 매춘여성에게 두고 있는 개념이다. 또 각 조항에서 ‘윤락행위를 한 자’와 ‘상대방’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성을 산 사람에 대한 일종의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다. 법률용어 자체가 성매매와 관련한 문제들을 개별여성의 타락으로 정의하고 있어 업주나 포주, 중간알선자들의 범죄를 감추는 모순된 구실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오래 전부터 매매춘지역 현장활동가들은 ‘윤락’ 대신 ‘성매매’를 ‘상대방’ 대신 ‘성을 사는 자’라는 표현을 쓰자고 주창해왔다. 지난해 9월 발생한 군산 대명동 화재사건이나 올 2월에 알려진 충북 청원군 노예매춘사건을 거치며 ‘성을 판 사람’ 대신 ‘성매매된 여성’이라는 표현을 쓰자는 이야기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성매매업소 여성 4명 중 3명은 일상적인 감금·성폭행·폭행·갈취·인신매매의 위협에 처해 있고, 이들이 헤어나오지 못하는 수렁은 스스로의 타락이 아니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을 판 자는 매춘여성이 아니라 성매매를 통해 이득을 보는 업주나 포주 등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여성부와 법무부가 한국여성개발원에 의뢰해 마련한 ‘성매매알선행위 등 방지에 관한 법률’ 시안은 현행법의 한계를 상당부분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행위주체에 대한 처벌형태를 달리하는 이 개정안은 성매매알선자인 업주나 포주, 핌프의 경우 법정형을 상향조정하고 성매매로 얻은 재산은 몰수·추징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또 성을 산 사람은 처벌하되 선고·집행유예시 성교육과 남녀평등의식교육을 수강하도록 하고, 성을 판 사람은 처벌이 필요한 경우 외에는 위탁처분을 내려 상담과 직업교육 등 사회복귀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성부는 이 시안에 대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친 뒤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7월5일 열린 공청회도 그 과정의 하나였다.
공창 허용론도 제기돼
법학 교수, 경찰, 형사정책 연구원, 변호사, 현장활동가, 여성운동가, 보호시설 책임자 등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이 나와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수서경찰서 최동해 형사과장은 성매매 근절의 비현실성과 수사력 한계를 이유로 들며 “특정지역에서의 자유의사에 의한 성년의 성매매행위를 처벌조항에서 제외하자”고 제안했다. 흔히 ‘공창’이라고 불리는 처벌제외지역을 두자는 이야기다. 이에 덧붙여 지광준 강남대 교수(법학)는 “매춘여성들의 자발적 선택을 인정하고 외국인노동자 등 성적 분출구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특정지역에서는 성매매를 부분적으로 허용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성매매가 범죄라는 인식에는 토론자 가운데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매춘여성이 피해자라는 인식도 함께하고 있었다. 논란이 된 문제는 법과 단속으로 성매매를 근절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었다. 공창이나 부분허용 제안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법집행의 비실효성을 뒷받침하는 논리는 ‘유사 이래 성매매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는 이야기와 ‘성매매가 성폭력을 예방한다’는 논리이다. 매매춘근절을 위한 한소리회와 기지촌 자활공동체 새움터를 대표해 토론자로 나선 김현선 새움터 대표는 성매매에 대한 일반의 편견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김 대표는 “유사 이래 있어왔던 성매매의 확산을 막기 위해 특정지역에서의 공창을 허용하자는 논리는, 역시 유사이래 있어왔던 살인이나 강도, 강간의 확산을 막기 위해 특정지역에서만 너무 끔찍하지 않을 정도의 이런 범죄를 허용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 “성매매가 성폭력을 예방한다면 가까이는 기지촌 미군만행이나 멀게는 일본군위안부 강제동원도 면죄부를 주어야 할 게 아니냐”고 반박했다.
세계 각국은 처지와 형편에 따라 성매매에 대해 다른 정책을 펼친다. 우리처럼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일부지역을 정부 통제 아래 두어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나라가 있고, 성매매자에 대한 통제 자체를 폐지하는 나라가 있다. 그러나 어느 나라라도 성매매 알선행위까지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인정하는 나라는 없다. 규제주의나 폐지주의는 성매매 자체를 현실로 인정하며 매춘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한 것이다. 성매매를 비범죄화해야만 매춘여성이 범죄인으로 낙인되지 않아 이중삼중의 착취와 처벌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매매 방지와 매춘여성의 인권보호에 가장 획기적인 정책을 펼치는 나라는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성을 사고파는 행위를 성폭력·가정폭력과 같은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보고 있다. 스웨덴의 ‘여성폭력방지법’은 돈을 지불하는 어떠한 형태의 성매매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는 사람은 처벌한다. 그러나 이러한 처벌은 성을 사는 사람과 알선·조장한 포주들에게 해당된다. 매춘여성은 범죄자가 아닌 사회복지적 대상이기 때문이다. 정부나 의회, 지자체 공직자의 여성비율이 40∼50%이고 여성취업률이 70%가 넘을 정도로 ‘여권이 신장된’ 스웨덴에서도 성매매를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착취로 이해하는 이유는 성매매를 둘러싼 무수한 관행이 상당부분 남성중심적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라는 데 착안한 것이다.
여성개발원의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인그룹은 성매매 만연의 원인에 대해 △처벌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36.5%) △성매매를 당연시하는 남성중심의 사회문화(25.9%) △매춘여성에 대한 복지대책 미흡(21.9%) △여성의 취업기회 제한(11.4%) 순서로 응답했다. 전문가그룹의 경우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이 성매매를 당연시하는 남성중심의 사회문화(51.9%)에 가장 큰 책임을 두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문제
그렇다면 으슥한 길거리에서 사람을 잡는 ‘나홀로 영업’과 고액의 거래자를 둔 ‘출퇴근 영업’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드물긴 하지만 일부에서는 노예매춘이나 미성년매춘이 아닌 경우 개인적인 ‘거래’를 국가가 나서서 통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매매춘 단속을 오래 했던 한 일선경찰관은 이에 대해 “거대한 인간사슬구조로 돼 있는 성매매산업에서 길거리 여성이든 고급 콜걸이든 아무런 뒷힘없이 혼자서 영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한다. 처음에 권유·알선한 중간관리자가 호객을 위한 루트도 마련해주고 그뒤에는 이득의 상당부분을 챙기는 얼굴없는 ‘업주’들이 있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흔히 ‘바지사장’으로 불리는 중간관리자나 포주를 내세워 법망을 피해가거나 설사 적발이 되도 다른 이름으로 또 사업체를 세운다. 매매춘지역 현장활동가들은 “성매매라는 인간카스트 구조 안에서 설사 자발적으로 뛰어든 여성이라고 할지라도 자발적으로 벗어나기란 어렵다”고 강조한다. 빚을 포함한 폭력이나 협박이 가장 큰 이유이고, 특히 어린 나이에 유입된 여성들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에 홀로설 경험과 용기를 갖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탓이다.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순결이데올로기 또한 이들의 사회복귀에 큰 장애가 된다.
우리 사회는 성매매에 대한 이중적 태도 속에서 뿌리깊은 체념상태에 빠져 있다. 성매매를 사회적 범죄로 보는 인식은 확산되고 있지만, 신종매매춘은 쏟아져 나오고 성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는다. 또 한쪽에서 매매춘과의 전쟁을 벌이는 동안, 또다른 쪽에서는 묵인이든 개입이든 성매매 착취구조의 한켠에 경찰과 공무원이 연루된 사건이 이어진다.
여성정책연합 조영숙 정책실장은 “수많은 국제조약의 공통분모는 성매매 행위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책임의 문제로 강조하고 있다”며 “성을 파는 이들은 몸 대주는 여성들이 아니라 업주나 포주들이라는 사실과, 성매매가 강력범죄라는 사회적 합의를 분명히 할 때만이 성매매 근절을 위한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는 성매매 방지를 위해 “제대로 된 시각과 의지를 갖고 할 일을 다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성부가 준비하는 성매매방지법이 그 첫발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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