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10월14일 공화당 후보의 선거유세를 마친 뒤 애리조나주 불헤드시티 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이다. 임기의 절반에 해당하는 집권 2년차 11월 첫째 화요일에 ‘중간선거’를 치른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2026년 11월3일로 예정된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불안해 보인다. 그럴 만하다. 역대 대통령 절대다수가 중간선거에서 졌다.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학 교정에 딸린 ‘미국 대통령 프로젝트’(APP) 연구팀의 자료를 보면, 1934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집권 1기 때부터 2022년 조 바이든 대통령 때까지 치른 23차례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은 평균 하원에서 27석, 상원에선 3.4석을 잃었다. 불안한 트럼프 대통령의 절박한 말과 행동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단히 성공적인 대화를 지금 막 끝냈다. 러시아가 미국과 세계 시장에 경유(디젤유) 30만t을 즉각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11월 한 달 동안 50만t을 공급하고, 그 직후 추가로 100만t을 공급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9일 오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정유시설 상황에 따라 단기간에 걸쳐 경유 300만t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며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을 완벽하게 통제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경유 공급이란 엄청난 소식이 더해졌다. 미국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경유 가격이 기록적으로 빨리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미국민, 특히 위대한 농민과 목축업자, 트럭 기사들에게 값싼 경유를 공급하는 건 나의 최우선 정책과제다. 러시아의 경유 공급 소식은 대단히 크고 중요한 일이다. 이에 더해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도 분명히 해둔다.”
미국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부터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를 포함해 강도 높은 대러시아 제재를 부과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산 디젤유의 수출 제재를 2027년 4월까지 유예한다고 공표했다. 당장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 쪽에선 “전쟁 중인 우방에 대한 배신이자, 러시아에 전쟁 경비를 지원하는 꼴”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10월11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분야에서 휴전이 성사됐다. 효력은 즉각 발효된다. 양쪽이 합의했다. 합의를 깨지 말라”고 못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 무슨 속셈일까?

2026년 10월12일 오만의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해협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위대한 농민과 목축업자, 트럭 기사’는 경유의 주요 소비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기반이다. 엔비시(NBC) 방송의 10월14일 보도를 종합하면,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침공한 이후 현재까지 미국의 경유 가격은 70% 이상 급등했다. 중간선거는 코앞이고, 지지기반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무리수’라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10월12일치에서 복수의 외교안보 소식통 말을 따 이렇게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경유 수입 계획을 밝힌 10월9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골프장에서 스티브 윗코프 평화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 당국자들과 회동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휴전 협상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국 쪽이 뜻밖의 통보를 했다. 미국은 러시아산 경유 수출 제재를 유예하기로 했으며,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가 ‘대가는 뭐냐’고 묻자, 미국 쪽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중단 요구는 대가가 있는 거래가 아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을 위해 사활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정보 차단’ 가능성을 내비친 위협이었다.”
우방도 내팽개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까? 10월14일 미국 에너지 시장에서 11월 선적분 경유 선물가격은 갤런당 4.93달러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단 0.07% 떨어졌다. 이란 침공 직전 미국의 평균 경유 가격은 갤런당 3.50~3.76달러 선에 그쳤다. 러시아에서 막대한 경유를 들여온다 해도 이란 전쟁이 지속되는 한 경유 가격을 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2026년 10월8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에서 불꽃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의 10월11일 자료를 보면, 지난 2주 동안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시도하던 상선과 유조선 등 선박 24척이 ‘미확인 비행물체’ 등의 공격을 받았다. 개전 이후 최대 규모다. 같은 날 에너지 정보업체 케이플러는 “최근 7일 평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원유 수송량은 개전 이전 수준보다 약 43% 줄었다”고 전했다.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거짓이다.
전쟁으로 막힌 호르무즈해협의 ‘대체재’였던 홍해 연안 바브엘만데브해협을 둘러싼 무력 충돌도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4년여에 걸친 휴전을 깨고 7월 중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전면전을 공언했던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은 9월 들어 파죽지세로 바브엘만데브해협 주변 지역 장악에 나섰다. 호르무즈가 막히면서 동서 횡단 파이프라인을 통해 서부 얀부항을 거쳐 홍해를 통해 원유를 수출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즉각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후티 반군 쪽도 결사항전에 나섰다.
10월10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으로 미사일이 날아들었다. 여행객 등 12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쳤다. 후티 반군은 이튿날에도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공항 국내선 3·4터미널이 공격당해 1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앞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는 후티 반군이 홍해 연안 항구도시 모카를 장악한 9월1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미국 쪽은 후티 반군의 행태를 비난할 뿐, 여전히 사우디에 대한 군사 지원을 머뭇거리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섣부른 개입이 이란 전쟁까지 키울 수 있다는 우려 탓으로 보인다. 답을 찾기 어려운 상태다.
“오늘 노벨위원회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스스로 명예를 실추시켰다. 유엔의 나비 필라이에게 노벨평화상을 줌으로써 한때 위대했던 노벨평화상의 위상을 훼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월9일 트루스소셜에 공유한 글의 일부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수상 직후부터 노벨평화상에 과도한 집착을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2003~2008년)을 거쳐 유엔 인권최고대표(2008~2014년)를 지낸 필라이의 수상 소식에 ‘격노’했다. 집단살해(제노사이드) 분야 권위자인 필라이가 위원장을 맡은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점령된 팔레스타인 땅과 이스라엘에 대한 독립국제조사위원회’는 2025년 9월 펴낸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침공을 ‘집단살해’로 명토 박았다.

2026년 10월12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시민들이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압수수색을 당한 일한 오마 민주당 의원을 지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수상 불발에 대한 ‘분노’를 미국 내부로 돌렸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집트계 무슬림 공중보건 전문가 출신으로 미시간주에서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한 압둘라흐만 무함마드 엘사예드 민주당 후보를 ‘지하드(성전)주의자’로 몰아붙이며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엘사예드 후보는 공화당 마이크 로저스 후보를 3~4%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 10월12일엔 소말리아계 난민 출신인 일한 오마 하원의원(미네소타주)의 워싱턴디시 자택을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압수수색했다. 민주당 진보파의 일원인 오마 의원은 2018년 중간선거에서 팔레스타인계 러시다 털리브 의원(미시간주)과 함께 ‘사상 첫 무슬림 여성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내리 4선을 했다. 소수를 쳐, 다수를 얻는다. ‘트럼프식 파시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어려울 것 같다. 미국의 저명한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가 10월8일 공개한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0%까지 추락했다. 센터 쪽은 “집권 1기 막판이었던 2021년 1월 대선 결과 불복과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쳤던 시점(29%)을 떠올리게 한다”고 짚었다. 2026년 1월 조사에서 2024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의 83%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7월 조사에선 그 수치가 75%까지 떨어졌다. 이번 조사에선 67%까지 낮아졌다. 조사 대상 유권자의 44%는 이번 중간선거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힐 기회’라고 답했다. 세계와 함께, ‘위대한 농민과 목축업자, 트럭 기사’가 트럼프 대통령한테 등을 돌리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10월15일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51석 대 49석)과 하원(235석 대 200석)에서 모두 다수당 지위를 되찾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11월3일 선거 때까지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행’을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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