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다수가 마약성분 함유된 카트잎 씹어… 안티카트운동도 전통에 맞서기에는 역부족

“카트 씹을 줄 아세요? 이리 와서 카트나 씹지요.” 오후 시간이면 예외없이 예멘 곳곳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삼삼오오 무리지어 무엇인가를 연신 씹어댄다. 말도 많아지고 어느새 한쪽 볼은 퉁퉁 부어오른다. 길거리는 물론이고 노천 카페, 공공장소, 집안 가릴 것 없이 볼을 볼록하게 한 남자들로 가득 넘쳐난다. 무엇인가를 되새김질하는 모습으로 입술 주변은 푸르른 빛이 가득하다. 예멘인들의 대표적인 기호식물인 카트잎을 씹는 모습이다. 예멘 남성들의 80% 가까운 사람들이 빈부귀천을 떠나 카트잎 씹는 맛에 빠져들고 있다. 이제는 어린아이들과 부녀자들까지도 카트에 중독되었다. 예멘인들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카트는 환각성분 때문에 허용 여부를 놓고 논의가 분분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마약으로 규정한 환각식물이다. 전통의 유지냐 집단 환각으로부터의 탈출이냐. 카트 퇴치운동도 벌어지지만 달걀로 바위치기처럼 보인다.
학생들은 공부를 위해 씹는다

왜 카트잎을 씹느냐는 물음에 예멘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대답한다.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줍니다.” 사실 그렇다. 예멘 남성들은 오후가 되면 한결 여유로워 보였고, 활력이 넘쳐났으며, 무엇인지를 성취한 듯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카트가 성인 남성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카트잎을 씹으면 한결 편해지고 쉽게 이겨낼 수 있어요.” 사마르 무하마드는 날마다 3∼4시간을 카트잎을 씹으면서 보낸다. 밤을 새워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카트는 더할 나위 없는 각성제 역할을 한다. 또 다른 학생 아마니 만수르는 “밤을 새워 공부할 때 공부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카트를 끊지 못해요”라고 말한다. 여성들이 카트잎을 씹으면 성욕이 증대되는 반면 남성은 오히려 무관심해진다는 보도도 있다. 예멘 사람들은 카트를, 공동체 안의 모든 사람들을 이해하고 도우며 서로를 단단하게 묶어주는 끈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예멘에선 환각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HO)의 연구에 의하면 카트에는 카틴과 카티논 성분이 있어 자극제 역할을 한다. 카틴과 카티논이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촉진시킨 결과 감정이나 정서적으로 흥분하고, 알코올 중독과 비슷한 증세가 나타난다. 식욕상실, 불면증세와 졸음, 신경과민, 무력감과 습관적 폭력의 증세를 보인다. 오후 내내 카트잎을 씹으면서 소일하고, 월급의 3분의 1을 카트 구입에 쓰는 것은 나라 경제를 좀먹는 일로 비판받는다. 게다가 이제는 어린아이들도 카트잎 씹는 것을 통과의례처럼 여기고 있다. 때문에 소수의 의식 있는 사람들은 카트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안티카트운동’을 벌이지만 아직은 턱없이 역부족이다. 카트의 폐해가 인정되지만 대안문화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1990년에 시작된 안티카트운동 관계자들도 ‘카트 없는 예멘’으로 가는 길을 닦는 것이 역부족인 것을 인정한다. “카트 추방을 위한 세미나가 끝나자마자 세미나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조차 이내 카트잎을 씹으러 흩어져버렸습니다.” 안티카트운동의 홍보담당 압달라 앗잘라브 박사가 전해준 일화다.
정치적으로 이용된 측면도
약 700년 전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유입된 카트는 일부 상류층의 고급문화로 자리잡았다. 최근 30여년 동안 카트는 상류층을 흉내내는 서민들의 유행으로 변신하고 급기야 대중화되어버렸다. 카트의 재배면적은 5배가 넘게 증가했고, 확실히 ‘남는 장사’를 보장하기에 재배농가는 날로 확대 추세에 있다. 이제는 예멘 국내총생산(GDP)의 40%나 차지한다. 일부에서는 정치적인 이유에서 지배권력이 카트 문화를 조장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한편으로는 지방 토호들의 주요 자금원인 카트 재배에 대해 중앙집권을 도모하는 살레 대통령 정부가 ‘카트와의 전쟁’을 선포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트고 있다.
마리브(예멘)=글·사진 김동문 통신원 yahiy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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