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투레 후보 대통령 당선…쿠데타로 집권한 뒤 민간정부에 정권이양한 ‘민주군인’

지난 5월12일 아프리카 말리의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무소속의 아마두 투마니 투레 후보(ATT)가 집권당의 시세(Cisse) 후보를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ATT란 이니셜은 미국 통신회사의 이름이 아니고, 투마니 투레 후보 이름의 머릿글자로 애칭이다. 이 선거 결과가 지금 아프리카 국가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튀니지에 있는 말리 대사관 직원에게 새 대통령 ATT에 대해 물어보니, 길거리에서 아이들과 같이 공을 찰 정도로 허물없는 좋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아동재단을 설립해 어린이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이 거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
면화 생산 이외에는 특이할 것이 없는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말리가 어떤 이유로 관심의 초점이 되었을까. 서아프리카 내륙국 말리는 남한 면적의 12배(124만㎢)에 이르지만 인구 1100만명에, 1인당 국민소득 850달러, 핸드폰 사용자 수 2842명(1997년 기준)의 아주 ‘소박한’ 나라이다.
그 해답은 바로 투레란 인물에 있다. 그는 아프리카 민주주의의 모델은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 투레는 원래 공수장교 출신이다. 옛 소련 리아잔 공수사관학교 유학 당시 그의 동기 중엔 소련 해체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 군인정치가 레베드가 있었다. 23년간에 걸친 무사 트라오레 장군의 군사독재에 염증을 느낀 투레는 민주시위대를 향한 군의 발포로 다수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1991년 3월26일 쿠테타를 일으켜 대통령에 취임한다.
여기까지는 여느 아프리카 나라의 정치상황과 다를 바 없다. 투레가 칭송받는 이유는 재임 1년여 동안 문민정부로 길을 닦은 뒤 민간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정치에서 손을 뗐기 때문이다. 올해 대통령 1차투표에서 24명의 후보가 등장할 정도이니 다당제가 확실하게 자리잡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투레는 ‘민주군인’이란 별명을 얻었고 주목을 받게 되었다.
정치에서 손을 뗀 뒤 다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까지 10여년 동안 미국 카터 재단의 주요한 파트너로서 어린이 재단을 설립해 어린이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뿐만 아니라 르완다 대학살진상조사위원회 활동,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분쟁중재역 등 아프리카 지역분쟁의 평화조정자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빈곤추방에 힘을 보여줄 것인가
아프리카에서 군부가 자발적으로 다당제 민간정부에 정권을 넘겨준 것은 아프리카 현대정치사에서 지금까지 딱 두번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투레는 국민의 폭발적 지지와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이 공로로 1996년 아프리카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빈곤퇴치공로 아프리카상’을 받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만델라 대통령도 이 상을 받은 적이 있다.
공수부대장으로 쿠데타 성공, 대통령 취임, 민간정부로 정권이양…. 23년간의 군사독재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민주주의의 기반을 닦은 뒤 투레는 선출된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고 있다. 투레의 과제는 과거 쿠데타 때도 그랬지만, 60% 이상에 이르는 절대빈곤층의 고통과 불만을 치유하며 경제발전을 이루는 것이다. 또한 아프리카 민주주의 상징으로서의 이미지를 어떤 방식으로 승화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도 안고 있다. 대통령 당선 뒤 투레 자신이 실토했듯 할 일이 너무나 많기에 정치판은 전장보다도 더 힘들 것 같다. 빈곤추방, 고용확대, 교육개혁, 부패정치 일소, 도덕적 정치 등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고, 민주주의를 맛본 뒤 더 잘 살아보자는 외침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군인은 이제 빈곤추방 전사로서 새로운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 만델라가 세계인들에게 관용과 용서의 힘을 보여주었듯이 투레는 민주주의 정착과 빈곤추방의 아프리카식 모델을 보여줄 것인지 기대해본다.
튀니스(튀니지)=김병국 통신원 ibnkim@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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