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개표 결과를 전하는 뉴스를 따라가지 못할까봐 계속 휴대폰을 들여다보게 된다면? 나만 다른 후보를 지지해 분위기를 깰까봐 여럿이 대화 중 선거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망설여진다면? 전형적인 선거 스트레스 증후군 증상이다.
병원을 찾을 필요는 없다. 실제 의학 용어는 아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스티븐 스토스니 박사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환자들의 ‘조난 전화’에 완전히 압도됐다며,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선거 스트레스 장애(election stress disorder)’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세 명 중 한 명(68%)이 2020년 대통령 선거가 심각한 스트레스의 원천이라고 응답했다. 2016년엔 절반(52%)의 응답자가 이같이 답했다. 미국 내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시민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수준 또한 함께 올라갔다. 특히 스스로를 민주당 지지자라 밝힌 응답자 가운데 76%가 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미국의 한 와인 브랜드는 지난달 스트레스 해소용 마사지 공과 눈물을 닦을 휴지, 소음 방지용 베개, 그리고 레드 와인으로 구성된 ‘선거 생존 키트’를 출시했다. 키트는 순식간에 완판됐다. <뉴욕타임즈>는 원판을 돌려 가며 도자기 빚는 사람, 호수 위를 헤엄치는 백조떼, 당근을 씹어 먹는 토끼 등, 선거 결과에 신경쓰느라 곤두선 신경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을 주는 짧은 영상을 모은 특별 웹페이지를 제작했다.
전문가들은 ‘키보드 배틀’ 참전 욕구를 줄이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잠시 멀리하거나, 최신 뉴스를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휴대폰 알림 설정을 끄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선거 스트레스 증후군을 완화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효과적인 해결책은 스트레스의 원인을 없애는 것. 선거운동이나 자원봉사 활동, 투표 독려 운동 등에 나서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데에 직접 기여하는 것만큼 선거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일은 없겠다. 물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상심은 배로 커질 수 있으니 마음 굳게 먹으시라.
정인선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자
관심분야 - 기술, 인간,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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