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4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풍향을 점칠 수 있는 전초전이다. 더 나아가 미국 정치 지형이 다시 변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이는 1994년 이후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으로 올라선 조류를 재확인할 수 있는지, 아니면 바뀌는지를 가름하는 의미다.
이번 중간선거는 일단 공화당의 우세가 예상된다.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공화당은 상원에서 다수당으로 복귀하는 한편 하원에서도 의석을 더 늘려 다수당 지위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대로 이런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전망이 꼭 밝은 것은 아니다. 일단 중간선거는 집권당 대통령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있어서, 역대 선거에서는 집권당이 고전하는 편이었다.
공화당의 승리를 점치기에는…
중간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선거보다 투표율이 낮다. 버락 오바마가 당선된 2008년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63%였지만, 2010년 중간선거에서는 42%에 그쳤다. 오바마가 재선된 2012년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다시 59%로 올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중간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율 격차가 가장 높았던 때는 1970년대 중반(1974년 39%, 1976년 65%, 1978년 39%)으로 2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보통 15~20%포인트 내외의 격차를 보인다.
투표율 저하는 민주당에 불리하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지지자들에 비해 항상 투표율이 높다. 특히 중간선거는 대통령 선거가 없어서, 유권자의 관심을 끌지 못해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율이 더욱 떨어진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에서 낙승하고도, 2010년 중간선거 때는 의회 다수당 지위를 잃었다.
최근 들어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2006년 선거 때다. 조지 부시 공화당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 빠져 여론이 악화된 시점이었다. 공화당은 당시 상하 양원에서 모두 다수당 지위를 잃었다. 이는 공화당이 1994년 중간선거에서 양원의 다수당 지위로 올라선 지 12년 만의 패배였다.
이 때문에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양원 다수당 지위를 차지한다 해도, 공화당 우위의 정치 지형으로 다시 올라섰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이번 선거의 초점인 상원에서 공화당은 현재 다수당 회복이 유력하기는 하다. 다수당이 된다고 해도 절반에서 1~2석을 넘기는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40%대 지지율로 레임덕으로 가는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에다, 우호적인 선거구 환경에 비하면 좋은 성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율 저조가 예상되는데도, 대선 등 미국 선거를 좌우하는 이른바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서 그렇게 약진하는 인상을 주지 못한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저조한 참가로 투표율이 낮을 때는 스윙스테이트에서 공화당이 낙승해야 하나,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스윙스테이트인 미시간, 아이오와, 노스캐롤라이나 중 미시간은 현직 민주당 의원의 낙승이 예상된다. 아이오와와 노스캐롤라이나가 초접전 중으로, 공화당의 승리를 점치기는 이르다.
공화당의 우위 추세가 변하는 국면현대 미국 정치에서 정치 지형은 크게 몇 단계로 구분된다. 전반적으로 민주당 우위에서 공화당 우위로 바뀌는 과정이다.
그 첫 단계가 1930년대 대공황 시절부터 1950년 중반까지 압도적인 민주당 우위 시대다. 1933~53년 민주당은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했다. 이는 대공황 때 형성된 민주당 중심의 뉴딜동맹이 바탕이었다. 진보세력·소수인종·대도시·남부지역이 뭉친 뉴딜동맹은 극좌부터 극우까지 세력을 망라해 민주당의 전성시대를 구가하게 했다. 1947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한 번 양원 다수당이 된 적이 있으나, 다음 선거부터 민주당에 다시 자리를 내주었다.
2단계가 민주당 우위에 공화당이 약진하는 시기였다. 1953~81년의 이 시기에 공화당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리처드 닉슨이 재선되면서 민주당과 행정부를 번갈아 운영했다. 하지만 의회는 여전히 민주당 우위였다. 공화당은 1960년대 중반부터 민주당을 지지하던 노동계급과 남부 지역을 파고들면서 1980년대 이후 신보수혁명을 위한 밭을 갈았다.
3단계가 공화당 우위에 민주당 약세 시기다. 1981~93년 공화당은 행정부를 확고히 장악했다. 로널드 레이건의 신보수혁명으로 공화당은 미국 정치 지형에서 민주당을 내용적으로 압도했다. 1981~87년에는 상원 다수당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하원에서 여전히 다수당을 유지하는 등 의회에서는 전반적으로 우위를 보였다.
4단계가 1993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공화당 우위 시기다. 공화당은 60여 년 만에 양원 다수당 지위에 올랐고, 행정부도 장악했다. 1991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빌 클린턴이 당선됐으나, 곧 1993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양원 다수당으로 올랐다. 공화당의 의회 장악은 1980년대 초 시작된 신보수혁명의 완성이었다. 당시 뉴트 깅리치 공화당 원내총무는 작은 정부 및 복지 축소 등을 내걸고 의회 혁명을 주도했다. 공화당은 2001년 조지 부시 대통령을 배출하며 70여 년 만에 의회와 행정부를 동시에 장악했다.
90년대 들어 공화당 텃밭 된 남부2006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이라크 전쟁의 수렁으로 양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내주었다. 그리고 2008년에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이 취임해, 다시 행정부와 의회 모두를 민주당이 장악했다. 하지만 다음 중간선거부터는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으로 돌아왔다. 이런 추세로 보면, 현재는 공화당의 우위 추세가 변하는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현대 정치 지형 변화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민주당의 아성이던 남부 지역의 공화당화다. 남부 지역은 1960년대까지 민주당에 ‘묻지마 몰표’를 줬다. 하지만 1960년대 중반부터 민주당 내 이념이 양극화되면서 보수세력이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 남부는 원래 이념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이었다. 공화당도 이념 지향을 도시 상공계층 중심에서 비도시 지역의 보수 백인 중심으로 바꾸면서 남부 등으로 파고들었다. 이는 결국 1980년대 레이건의 신보수혁명을 거치면서 1990년대 들어 남부를 완전히 공화당 텃밭으로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1990년대 이후 의회에서 공화당 우세의 열쇠는 남부 지역이었다. 하지만 남부 지역을 포함한 정치 지형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 변화는 199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의 인구구성 변화 가속화와 남부 지역의 도시화가 맞물리며 나타났다. 첫째는 인구 변화다. 유권자 구성에서 백인이 점점 줄어들고 소수인종이 늘어나고 있다. 오바마를 당선시킨 2008년 대선 때부터 비백인 인구의 파워는 극적으로 신장했다. 그리고 비백인 인구의 다수가 민주당 지지자다. 특히 흑인은 압도적 다수가 민주당 지지자고, 미국의 가장 큰 비백인 인종 집단으로 부상한 히스패닉도 약 70%가 민주당 지지 성향이다. 이 비백인 인구들의 투표 참여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둘째, 남부 지역의 도시화다. 남부 지역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조지아의 애틀랜타 등을 포함해 많은 도시가 대도시화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정보기술(IT) 바람이 불면서 남부 지역에 관련 기업이 몰리고 대규모 공장이 증설되고 있다. 여기에 종사하는 노동인력은 자유주의 성향이 강하다. 특히 남동부 지역에서 이주 등으로 인해 극적인 인구구성 변화가 일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남부, 특히 남동부 지역에서 공화당이 여전히 우세를 보이기는 하겠으나, 득표율에서 민주당이 약진한다면 향후 정치 지형에서 의미 있는 변화의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 도 조지아에서 민주당이 얼마나 득표하느냐, 그리고 이미 공화당이 대선 때 우위를 잃기 시작한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등에서 민주당이 새로운 유권자층을 얼마나 동원해느냐를 주목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남부 지역 득표율 오른다면민주당이 당락과 상관없이 남부 지역에서 득표율 신장을 보여준다면, 2016년 대선 전망은 아주 유리해진다. 차기 대선에서 공화당은 대선주자가 마땅치 않기도 하다. 무엇보다 남부 지역에서 민주당이 득표율을 올린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드는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
11월4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양원 다수당 복귀뿐만 아니라, 남부 지역에서 민주당의 선전 여부를 찬찬히 살피자.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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