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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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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도 민주주의도 마을이 핵심이다”

인도네시아 ‘마을법’ 입법 주도한 부디만 수잣미코 투쟁민주당 의원
등록 2014-02-20 17:39 수정 2020-05-03 04:27

부디만 수잣미코 의원은 2009년 초선 도전 때 지역구에 약속한 마을법 입법 공약을 지켜낸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2014년 재선에 실패해도 지난 수년간 쌓아온 마을, 주민운동가, 정보기술(IT) 전문가 등을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있으니 마을법은 반드시 시행될 거라고 말한다.

초선 도전 때 마을법 입법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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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첫 선거 때부터 마을법 발의와 통과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왜 마을법인가.

=나는 마을법을 통해 마을 사람들의 수익이 늘고 마을 자체 금융제도를 만들 수 있기를, 그래서 부를 더 공정하게 나눌 수 있길 바란다.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 경제성장의 새 중심을 만들면 풀뿌리 단계에서부터 중산층을 늘릴 수 있다. (마을에) 더 많은 부가 축적되고 활발해진 중산층 유권자들이 돈을 뿌려 선거운동 하는 후보를 거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시민들이 좋은 지도자를 뽑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 아닌가. 빈곤이 인도네시아 유권자를 금권선거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고 본다. 모든 마을 주민들이 정부 예산을 받아 마을회사를 설립하거나 장사를 하면서 점진적으로 중산층이 늘어나는 것이 인도네시아 정치와 민주주의 발전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왜 지역과 마을의 경제개발에 집중하는가.

=나는 중부 자와 시골 출신이다. 어릴 때부터 마을 사람들의 가난한 삶을 봐왔는데, 5살 즈음 이웃 농민이 가난한 현실을 비관해 목매 숨진 것을 목격했다. 아주 충격적인 기억이다. 이 기억이 나에게 지방과 시골의 빈곤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갖게 했다.

-한 해 정부 예산의 12%가 마을에 배정될 예정인데, 12%는 어떤 수치인가.

=마을별 인구 대비 빈곤율을 기준으로 마을의 인프라 부족 등을 고려해 산출한 평균 수치다. 중앙정부 예산에서 마을로 배정하는 예산이 2%고, 10%는 지방기금에서 가져온다. 지방기금은 그간 정부부처와 국가기관의 지역개발 사업에 쓰였는데, 마을법 통과 이후 이 기금이 곧장 마을 단위 가용 예산으로 배정되는 것이다. 마을법의 중요한 부분이 매년 정기적인 정부 예산 배정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법이 주민들 스스로 마을에 배정된 경제적·인적 자원, 광물자원 등을 활용해 마을 개발을 주도하는 기회를 열었다는 것이다.

-왜 마을 경제개발 재원으로 인도네시아에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가 아닌 정부 예산을 고집하는가.

=정부의 책임 영역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마을 인프라 개발에 외국인 투자를 받는 것이 허용돼 있지만 마을의 역량이 강화되려면 초기에는 외국인 직접투자보다 정부 예산을 통해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안정적) 기반을 닦는, 마을회사 설립 등이 우선순위라고 생각한다. 주민 참여적으로 아래에서부터 시작되는(bottom-up) 마을 개발이 마을법의 기본 정신이다.

마을 누리집 통해 예산 집행 감시·평가

-마을법 통과 뒤 예산 집행 모니터 관련 우려가 높은데, 어떤 방식으로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보장할 건가.

=기본적으로 예산 집행 감시는 감사원을 통한다. 마을법 제88항에서는 지방정부가 스스로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는 온라인 통로를 마련하도록 하는데, 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예산 집행 내용을 감시·평가하게 된다. 마을법 시행에는 투명성과 책임성이 요구되는데, 인터넷 통신기술 등 과학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마을에서 진행하는 모든 사업은 온라인으로 보고된다. 마을별 사업 담당자는 마을 이장 개인이 아닌 마을위원회 조직이고 이는 민주주의와 감시를 위해 아주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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