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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권은 여성, 양육권은 남성?

등록 2001-09-26 00:00 수정 2020-05-02 04:22

결혼제도의 변화는 달라진 남녀관계에서부터… 최근 법개정으로 가부장제의 잔재를 청소한 브라질

브라질에서는 20년 전까지만 해도 이혼율이 9쌍 중 1쌍이었다. 이제 이 수치는 4쌍 중 1쌍으로 많아졌다. 결혼이라는 제도의 위기일까?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오히려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기대를 결혼에 대해 걸고 있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한다.

오랫동안 가족이란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되는 생활집단이었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핏줄로 연결되는 ‘죽기 전에는 끊어질 수 없는’ 인연이 가족을 구성하는 핵심 고리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가족을 유지하는 중심은 부부라는 사고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브라질에서 25년 동안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가 2001년 8월에 들어서 마침내 통과된 가족법 개정안에서도 이 점을 명시하고 있다. 가족은 두 사람의 결혼을 통해 만들어지는 사회 구성단위이다. 가족개념의 변화는 결혼의 성격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어졌다. 그러면 무엇이 달라졌길래 오늘날의 결혼은 한 세대 전보다 지탱하기 힘들어진 것일까.

해답은 오히려 간단한 것일 수 있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결혼은 항상 남자들에게 유리하게, 남자를 중심으로, 남자의 인생을 뒷받침해주는 제도였다. 이제 여자들이 남자들과 똑같은 정도로 결혼생활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게 달라지고 복잡해졌다.” 브라질리아대학 인류학과에서 실시한 ‘가족 내 폭력과 성’에 대한 조사에 참여한 한 전문가의 진단이다. 이 연구 결과 남자들은 가정 안의 전통적인 가치관에 변화에 대해 여자들보다 훨씬 힘들게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조사에서도 현재 브라질 가족의 18%가 여자들이 생계를 책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가 주요 수입을 담당하는 가정 내에서도 여자들이 가족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아졌다. 전체 노동 인구의 40%가 여성이다. 20살에서 25살 사이 여자가 가족 경제에서 담당하는 비중은 최근 20년 사이 3배가 늘어났다. 대학을 포함해서 모든 학생 연령층 인구에서 여자들은 남자와 거의 같은 수이거나 더 많은 숫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여성이 섹스를 말한다”

법제도는 사회 변화를 가장 뒤늦게 좇아가게 마련이라는 걸 증명이나 하듯이 25년이나 걸려서 비로소 완성된 이번 새 가족법에서도 이를 명시하고 있다. 앞으로는 가족의 부양 책임과 운영권을 남자에게만 지우지 않는다. 부부는 똑같이 자녀와 가정을 부양할 의무와 권리를 갖게 된다. 마찬가지로 이혼할 경우 이전까지 자녀는 원칙적으로 어머니가 양육하고 아버지는 양육비를 부담하도록 했는데 새 가족법에서는 부부 가운데 자녀를 기르기에 더 좋은 조건을 가진 쪽에서 맡도록 하고 있다. 아버지가 자녀를 키울 경우 어머니는 양육비를 분담할 책임을 진다. 돈을 벌어오는 건 남자, 아이를 키우는 건 여자라는 전통적인 관념이 변하고 있고 법제도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결혼과 동시에 여자는 남자 성을 따르거나 미혼시의 성을 계속 쓰는 두 가지의 선택이 있었는데 새 가족법에 따르면 앞으로는 남자가 여자 가족의 성을 채택할 수도 있게 됐다.

여자들이 자신의 성욕과 섹스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말하고 나서는 것도 최근에 일어난 이례적인 현상이다. 2년 전 브라질의 한 성문제연구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의 85%가 오르가슴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여자는 사랑을, 남자는 섹스를 원한다는 건 옛말이다.

그렇지만 여자들이 성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고 해서 문제의 해결이 쉬워진 것은 아니다. 아직도 섹스는 아내가 남편에게 따지고 요구하기 거북한 화제다. 그 이유로는 여자 스스로가 자신의 육체와 성적 욕망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브라질같이 성에 대해 상당히 개방적인 사회에서도 그렇다. 아직도 많은 결혼한 여자들이 자신에게 만족을 주는 섹스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이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요즘의 부부문제 상담 전문가들은 “자신이 먼저 문제의 성격을 이해한 다음에 상대방에게 가져가라”고 권한다.

개인의 행복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인생의 목표가 되어가는 오늘날, 혈육이 아닌 타인과 함께하는 삶에서 무엇을 양보하여 어떤 것을 얻을 것인가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문제다. 이제 결혼은, 브라질의 모더니즘 시인 비니시우스 모라이스의 유명한 시 구절처럼 “지속되는 그날까지는 영원한 사랑”을 담는 그릇이라고 이해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상파울루=오진영 통신원 ohnong@ig.com.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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