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 때문에 밤 12시에도 환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서늘한 8월을 맞아 월동준비 한창
지난 7월 한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한낮 평균기온이 몇주 동안 30도를 웃도는 이상열대기온을 나타냈다. 지역 기상청 보고에 의하면 1930년대 이래 가장 무더운 여름이었다. 한국과 같은 열대야 현상에 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때만큼은 높은 야간기온에 익숙지 않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주민들은 잠을 설쳐야 했다.
더위 탓도 있겠지만 거리를 헤매는 인파가 낮보다 밤에 더 많은 것도 이 시기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왜냐하면 이곳의 밤이란 6월 하지를 전후로 해서 저녁 12시가 넘어도 노을이 완전히 지지 않아 거리가 환히 보이는 백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시절에 맞춰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10여개 도개교가 화물선이 지나가도록 새벽 2시부터 5시까지 들어올려지는 장관을 연출하기 때문에 이를 구경하는 인파가 네바강변을 따라 운집한다. 백야 때문에 한낮의 일사량도 여느 지역 시간대와는 다른 분포를 나타난다. 이를테면 연방 보건당국은 러시아 북서유럽 일대 주민들에게 한낮에 너무 많이 햇볕에 노출되는 것을 경고하고 자외선의 강도가 좀더 적은 오후 8∼10시경에 선탠할 것을 권장하기도 했다.
덥고 추운 ‘상트페테르부르크 날씨’
8월로 접어들면서 북국의 여름은 타지역의 가을과 같은 날씨로 바뀐다. 이 기간중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낮 평균기온은 20도 정도로 찌는 듯한 더위는 세를 완전히 상실하고 만다. 여기에 핀란드만에서 자주 불어대는 바람으로 체감온도가 섭씨 15도선에 머문다.
이곳 날씨를 묘사하는 말로 ‘상트페테르부르크 날씨’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남과 밤의 기온격차가 거의 10∼15도를 웃돌고 맑은 햇살과 장마비, 강한 북서풍 등이 교차하는 순간적인 기상변화 때문에 생긴 말이다.
변덕스러운 ‘상트페테르부르크 날씨’는 행인들의 우스꽝스러운 옷차림에서도 감지된다. 8월에 이곳을 찾는 관광객에게 어김없이 권하는 두 가지 물건이 있다. 하나는 우산이고 다른 하나는 급작스레 추워진 기온에 대비하기 위한 스웨터나 점퍼이다. 아직은 백야현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여름 언저리에서 날로 줄어드는 햇살을 맞으랴 민소매 옷을 입고 스웨터나 점퍼를 허리에 두르거나 어깨에 걸친 아가씨들을 이곳에서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가을과도 같은 여름의 8월을 맞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세계요트경기, 백야제, 맥주페스티벌 등과 같은 여름을 위한 행사가 대폭 줄어든다. 몇개 안 되는 축제라도 가을 개념에 맞는 행사로 장식된다. 전통적으로 이 지역 주민들에게 8월이 추수의 달로 여겨지는 것도 이같은 기상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8월의 가장 큰 행사는 한국의 한가위와 같이 추수감사제의 정신을 담고 있는 ‘전러시아농산물전시회’이다. 이 전시회에서는 갓나온 각종 농축산물들이 선보이는데 현지에 상주하고 있는 유학생, 교민들이 이곳에서 대규모로 배추를 사서 본격적인 김장준비를 하는 것도 이때이다.
옛 시가지 주민들은 벌써 한겨울
어쨌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8월은 다가올 추위에 대한 공포감(?)이 한껏 느껴지는 여름임에 분명하다. 가을이 짧은 지역 특성상 이 시기야말로 겨울을 준비하기에 적기이다. 상수도 및 가스관 보수공사 등 겨울을 대비한 각종 공사도 이 시기에 집중되고 있다. 6∼7월에 시골로 휴가를 떠났던 이들이 8월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일에 복귀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여름 한때 중단됐던 온수도 추워진 8월에 맞춰 다시 공급된다. 그러나 큰 문제가 있다. 비교적 빈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옛 시가지역은 지역 행정당국의 재정난으로 수도관 보수공사 등이 지연된다. 때문에 이들은 8월에도 온수 없는 여름을 보내야 한다. 이 지역 주민들에게 8월은 정말 추운 계절일 수밖에 없다. 차제에 연방정부가 재정 부족 등의 이유로 겨울대비를 충분히 못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면 가뜩이나 움츠린 시민의 심리는 더욱 위축되게 마련이다.
아닌게아니라 지난 8월9일 정부는 빅토르 흐리스텐코 부총리를 주재로 하는 월동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과 러시아 일부지역에선 난방을 위한 석탄 준비량이 규정수준에 못 미쳐 추운 겨울이 예상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대도시지역은 사정이 나은 편인데 연해주나 시베리아지방 등 고질적으로 에너지난을 겪고 있거나 교통사정이 열악하거나 가스관, 수도관과 같은 기본적인 생활설비가 낙후된 지역의 주민들은 벌써 한겨울의 추위를 느끼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박현봉 통신원 parkhb_spb@yahoo.com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윤석열, ‘사형’ 훈장으로 여길 것”…서울대 로스쿨 교수 경고
![[단독] “나경원 머리 높이지 마라” 김건희 메모장…국힘 당무 개입 정황 [단독] “나경원 머리 높이지 마라” 김건희 메모장…국힘 당무 개입 정황](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2/53_17682232429106_5417682227122231.jpg)
[단독] “나경원 머리 높이지 마라” 김건희 메모장…국힘 당무 개입 정황
![[단독] 이 대통령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 만들자”…시진핑 “좋은 제안” [단독] 이 대통령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 만들자”…시진핑 “좋은 제안”](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3/53_17682541281811_20260112503825.jpg)
[단독] 이 대통령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 만들자”…시진핑 “좋은 제안”

‘뒤늦은 반성’ 인요한 “계엄, 이유 있는 줄…밝혀진 일들 치욕”

김병기 “이토록 잔인한 이유 뭔가…제명 의결, 즉시 재심 청구”
![[단독] ‘김병기에 1천만원’ 구의원 “총선 때 필요하대서…구의원 더 있다” [단독] ‘김병기에 1천만원’ 구의원 “총선 때 필요하대서…구의원 더 있다”](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2/53_17682093766219_20260112503379.jpg)
[단독] ‘김병기에 1천만원’ 구의원 “총선 때 필요하대서…구의원 더 있다”

서울 시내버스 막판 협상 결렬…버스노조 “새벽 4시 첫차부터 파업”

트럼프 “이란과 거래하면 관세 25% 부과”…이란 정권 압박

홀로 사는 어르신 올해 기초연금 34만9700원…이달부터 7190원↑

트럼프 ‘그린란드 야욕’에…EU 국방수장 “미군 대체할 유럽군 만들자”

![[단독] 서울시가 세운3-2·3구역 용적률 올리자, 한호건설 예상수익 1600억→5200억원 [단독] 서울시가 세운3-2·3구역 용적률 올리자, 한호건설 예상수익 1600억→5200억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09/53_17679679801823_2026010850388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