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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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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이 지진 부르고 물고기 죽인다

티베트에서 발원해 동남아로 흐르는 누강·메콩강에 중국의 대형 댐 건설 잇따라
해양 생태계 파괴와 지진 우려 커져
등록 2011-03-10 00:25 수정 2020-05-03 04:26

“중국 정부는 아직도 대형 댐의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지난 1월30일 중국 정부는 윈난 서북부 누강에 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 신재생에너지사의 스리산 부사장은 뉴스 브리핑에서 “오랜 기간 누강의 수자원 개발을 위해 연구해왔다”며 “제12차 5개년 개발계획 기간(2011~2015년) 중 누강 댐을 반드시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에너지국이 누강 댐 건설을 처음으로 대외에 공식 천명한 것이다.
소식을 접한 시민단체 ‘녹색유역’(綠色流域)의 위샤오강 주임은 과의 전화 통화에서 “크게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누강 댐 건설에 맞서 투쟁해온 대표적 인물인 위 주임은 “중국 정부가 대형 댐 건설에 매달리는 것은 전력 생산뿐만 아니라 토목사업으로 얻는 파급효과가 막대하기 때문”이라며 “대형 댐 건설이 경제성장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했다.

타이-라오스 국경 인근의 바짝 마른 메콩강변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지난해 3월11일의 모습이다. 이처럼 메콩강이 마른 것은 50년 만의 최악의 강수량과 함께 상류의 중국 댐 건설에 따른 영향으로 지적된다. REUTERS/ CHAIWAT

타이-라오스 국경 인근의 바짝 마른 메콩강변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지난해 3월11일의 모습이다. 이처럼 메콩강이 마른 것은 50년 만의 최악의 강수량과 함께 상류의 중국 댐 건설에 따른 영향으로 지적된다. REUTERS/ CHAIWAT

중국, 댐 건설로 수자원 독점

중국 정부가 누강에 대형 댐과 수력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을 처음 밝힌 것은 2004년이다. 누강 댐 건설 계획은 중국뿐 아니라 주변국에서도 큰 논란거리였다. 누강은 티베트고원 탕구라산에서 발원해 칭하이성, 티베트자치구, 윈난성을 거쳐 동남아로 빠져나간다. 총길이 3240km로, 동남아에서는 ‘살윈강’이라 불린다. 버마와 타이를 가로질러 인도양 안다만해로 흘러나가는 국제하천으로, 중국 정부의 댐 건설 계획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왔다. 메콩강의 나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로 불리는 메콩강은 누강처럼 티베트고원에서 발원한다. 총길이는 4180km로, 중국에서는 ‘란창강’이라 불린다. 강물의 평균 방류량이 초당 1만800㎥에 달해 양쯔강과 갠지스강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윈난성을 가로질러 나온 강물은 버마·라오스·타이의 국경선을 가르고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지나 남중국해로 흘러간다. 강 주변에 사는 인구만 6500만 명에 달한다.

오랜 세월 동안 메콩강은 평온을 유지했다. 메콩강의 수자원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유역 국가 간의 견제와 환경단체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런 메콩강의 평화를 깨뜨린 것은 중·상류의 수자원을 독점한 중국이었다. 티베트·칭하이·윈난 3개 지방정부가 공동협력 사업으로 펼치는 ‘메콩강 수력개발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2020년까지 메콩강 중·하류에는 8개의 계단식 댐과 수력발전소가 세워진다. 벌써 4개 댐이 완공됐는데, 지난해 8월에 완공된 샤오완(小灣)댐도 그중 하나다.

샤오완댐의 발전용량은 420만kW로, 중국 최대 댐인 싼샤(三峽)댐(1820만kW)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저수용량은 149억㎥에 달해 동남아의 모든 저수시설 용적량을 합한 것과 맞먹는다. 중국이 선수를 치고 나가자, 동남아 국가들도 대규모 댐 개발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2009년 라오스는 10년 내 메콩강과 그 지류에 70여 개의 크고 작은 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캄보디아도 대형 댐 2개를 만들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현재 메콩강 중·상류의 수력자원 이용률은 7%에 불과하다”고 항변하지만, 난개발의 고삐를 끌어당긴 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09년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댐 건설로 메콩강의 유량과 흐름이 변화하고 수질 악화와 생물다양성 파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거대한 오염호로 변한 싼샤댐

대형 댐 건설로 인한 환경오염은 1994년 착공해 2008년 완공된 양쯔강의 싼샤댐을 통해 잘 살펴볼 수 있다. 지난 1월26일 반관영 통신사인 (中國新聞)는 “댐 건설 뒤 싼샤댐은 거대한 오염 호수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는 “지난 10년간 싼샤의 오염 방지를 위해 500억위안(약 8조5천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양쯔강의 부영양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오수정화처리장에서 무분별하게 살포되는 화학 용해액으로 인해 2차 오염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여 년간 싼샤댐 상류의 수질 변화를 연구해온 인민해방군 제3군의대학 수웨이췬 교수는 “양쯔강 상류에는 100여 종의 비휘발성 유기오염물질이 침전돼 있는데, 물막이공사가 시작된 2003년부터 양쯔강 유속이 느려지면서 강의 자정능력이 급속히 떨어졌다”고 밝혔다. 충칭대학 정쩌건 명예교수는 “양쯔강 상류 유역 대도시에서 쏟아내는 막대한 공업 폐기물과 생활쓰레기는 싼샤댐 주변에 퇴적물로 떠다니며 쌓이고 있다”며 “양쯔강 상류 격인 진사강의 대형 댐은 강물의 정화기능을 더욱 감퇴시켰다”고 비판했다.

윈난성과 쓰촨성을 가로지르는 진사강에는 2개의 대형 댐이 건설되고 있다. 발전용량 1386만kW, 높이 278m에 달하는 시뤄두(溪洛渡)댐과 발전용량 640만kW, 높이 162m인 샹자바(向家壩)댐이 그것이다. 두 댐은 2005년과 2006년에 각각 시공해 모두 2015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여기에 올해 건설 타당성 조사가 완료되는 우둥더(烏東德)댐과 바이허탄(白鶴灘)댐도 2022년까지 사업을 끝낼 계획이다. 진사강에 건설되는 4대 댐의 총 발전용량은 3850만kW. 세계 최대인 싼샤댐의 2배가 넘는 대역사다.

싼샤댐은 양쯔강을 호수로 만들어 자정능력을 저하시키고, 강물 정화기능을 하는 미생물이 함유된 진흙과 모래의 이동을 막아버렸다. 싼샤댐에는 각종 폐기물과 함께 진흙과 모래가 쌓이면서 전력 생산마저 곤란해지고 있다. 시뤄두댐과 샹자바댐은 퇴적물 처리설비를 갖추어 싼샤댐으로 흘려 내보내는 진흙과 모래의 양을 34% 감소시킬 예정이지만, 강물의 정화기능은 더욱 약해지게 된다. 정 교수는 “홍수 예방, 전력 생산 등 대형 댐이 가져다줄 경제적 혜택에만 사로잡힌 결과 자연의 역류를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고 개탄했다.

중국 윈난성 시솽판나(西雙叛納)를 가로지르는 메콩강변에서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모종혁

중국 윈난성 시솽판나(西雙叛納)를 가로지르는 메콩강변에서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모종혁

4분의 1로 줄어든 어획량

양쯔강에서 흘러나오는 민물과 황토는 바다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준다. 양쯔강이 바다로 쏟아붓는 담수는 한강의 80배인 초당 8만㎥에 달한다. 양쯔강은 동중국해의 염분 농도를 낮춰주는 일등공신이다. 또 민물 속에 함유된 100여 가지 미생물은 동중국해와 황해에 다양한 영양분을 제공해왔다. 저장성 앞 저우산섬의 선자먼항은 그 혜택을 받은 항구다. 선자먼의 어획량은 중국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난 2009년 12월에 찾은 선자먼항은 활기가 없었다. 수년간 어획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2001년 130만t에 이르던 어획량은 2005년 98만t으로 줄어들었고, 2008년에는 38만t으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선장 량샤오위는 “200km 이내 근해의 물고기는 씨가 말랐다”며 “멀리 푸젠·광둥성 앞바다까지 가야 어류 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우산시 주자젠에서 양식장을 운영하는 리청밍은 “5년 전만 하더라도 꽃게 생존율이 70~80%에 달했는데 지금은 30~40%에 불과하다”며 “양쯔강의 황토물이 줄어들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말했다. 2006년 대만 중산대학 연구팀은 “싼샤댐으로 양쯔강 하류 수량이 10% 줄어들 경우 동중국해 염분 농도는 20% 높아지고 바다 유기물질이 9%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 댐은 인간에게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 지진의 재앙이다. 막대한 양의 물이 가둬지는데, 수압은 주변 암석층을 깨뜨릴 정도로 강력하다. 지표층으로 스며든 물은 지층의 균형을 깨뜨려 크고 작은 지각운동을 일으킨다. 2008년 3월 미국 과학잡지 은 “1968년 미국 최대 규모인 캘리포니아 오로빌댐이 건설된 뒤 주변 지역에 10여 년에 걸쳐 10차례가 넘는 지진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싼샤댐은 이미 지진의 공포를 불러오고 있다. 지난해 6월 충칭시 싼샤 지질재해방지판공실은 “댐 수위를 최고 목표치인 175m까지 높이면서 5386곳이 산사태 위험 등에 노출되고 97곳은 이미 붕괴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2천여 명의 주민을 대피시키고 대대적인 지질재해 조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잇따른 지진 피해에도 댐 건설 강행

충칭대학 레이헝순 명예교수는 “싼샤 일대는 히말라야 조산운동 이래 지층 구조의 변화가 지속돼 지난 수천 년간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꾸준히 발생했다”며 “쓰촨성의 지형 구조는 부서지고 깨지기 쉬워 대형 댐 건설로 생기는 막대한 수압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뤄두댐과 샹자바댐은 2008년 5월 규모 8의 강진이 일어나 9만 명의 희생자를 낸 원촨현에서 200여km 떨어져 있다. 우둥더댐과 바이허탄댐도 같은 해 8월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한 판즈화시에서 100km 거리에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지질 전문가들도 누강의 댐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 2월24일 베이징지질연구원 쑨원펑 연구원은 (第一財經日報) 인터뷰에서 “현지 답사로 누강 일대는 지질구조가 복잡해 강한 압력에 취약한 사실을 발견했다”며 “대형 댐이 들어서면 거대한 수압을 견뎌내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지난 수년간 윈난성에서는 지진이 빈발하고 있다. 올해만도 1월1일과 2월1일 잉장현에서 각각 규모 4.3과 4.6의 지진이 나 수천 채의 가옥이 파손되고 18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월12일에는 자오퉁시에 규모 4.4의 지진이 찾아와 집 1천여 채가 무너지고 주민 2만여 명이 피해를 입었다.

안팎으로 쏟아지는 우려 속에 중국 정부는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구실로 대형 댐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2009년 코펜하겐 기후협약에서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단위 기준당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45%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중국으로서는 대체에너지 자원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7월 중국 국가에너지위원회는 “수력발전소에서 얻어지는 2억kW의 발전량은 화력발전소가 2억8800만t의 석탄을 태워 이산화탄소를 무려 8억5500만t 배출하는 것을 막는다”고 분석했다.

중국 수자원의 70%가 분포된 쓰촨·윈난·티베트 등은 개발의 중심 무대다. 중국은 이 지역에서 생산될 전력을 연해지방으로 보내는 ‘서전동송’(西電東送)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윈난성은 메콩강, 진사강, 누강에 건설되는 댐의 전력을 동남아 국가들에 수출할 계획도 세웠다. 이미 2만2천여 개의 대형 댐을 건설해 세계 최대 댐 국가가 된 중국의 욕심은 이처럼 끝이 없다. 중국 정부는 국제하천에 댐을 건설하면서 주변국이나 민간사회에 제대로 양해를 구하거나 협의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의 일방적인 대형 댐 사업은 이제 멈춰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충칭(중국)=모종혁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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