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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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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농민을 테러리스트라 하는 곳”



카프르카둠 마을 자치위 사커 부위원장 인터뷰…

이스라엘 점령촌 건설이 낳은 불안·빈곤·불평등의 나날들
등록 2010-11-10 08:43 수정 2020-05-02 19:26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카프르카둠 마을의 농부이자 자치위원회 부위원장인 사커는 농민들이 “1년 동안 올리브 수확 기간만을 기다릴 만큼 올리브는 우리에게 모든 것이자 삶”이라며 “이스라엘 점령촌과 군인들의 수확 방해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점령촌 건설로 겪는 어려움은.
주민의 65%가 올리브 수확에 생계를 의존한다. 올리브나무 한 그루를 수확하면 보통 7kg의 올리브유가 나오는데, 1kg당 6달러(약 6700원)에 팔려서 한 그루당 약 42달러의 소득을 얻는다. 50그루 정도를 가진 농민은 올리브로 한 해 235만원 안팎의 소득을 올리는 셈이다. 이스라엘 군사기지와 점령촌이 건설되면 점령민을 위한 도로와 군사도로가 개설된다. 그만큼 마을의 땅이 빼앗기고 주변 농장에 대한 주민의 접근이 통제된다는 의미다. 카프르카둠의 25%가 이스라엘이 군사와 행정을 관할하는 C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마을 사람들이 집조차 지을 수 없다. 유대인 점령민들은 거의 매일 밤 마을에 내려와 난동을 부린다. 지난 10월21일과 22일 밤에도 마을에 내려와 담벼락과 집 대문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하고 공중에 총을 발사했다. 점령민들은 올리브나무 아래에 온갖 쓰레기와 폐기물을 버려놓아 수확을 포기하게 만들거나, 나무를 태우거나 잘라놓고 수확한 올리브를 훔쳐간다. 마을 주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 늘 불안감 속에서 살아야 한다. 이스라엘 군인들의 수확 방해는 올리브 농사에 의존하는 주민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경작을 못하면 생계가 어려워지고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찾아 마을을 떠나게 된다. 이것이 이스라엘이 바라는 것이다. 지금 마을 주민의 40%가 심각한 빈곤 수준에 놓여 있다.

카프르카둠 마을 자치위원회 부위원장인 사커가 이스라엘 점령촌을 가리키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힘겨운 삶을 설명하고 있다.국제여성평화서비스 제공

카프르카둠 마을 자치위원회 부위원장인 사커가 이스라엘 점령촌을 가리키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힘겨운 삶을 설명하고 있다.국제여성평화서비스 제공

올리브는 어떤 절차를 거쳐 수확되나.

수확 2~3주 전에 팔레스타인의 지역연락사무소(DCL)와 상의하면, DCL과 이스라엘의 협력사무소(DCO)가 협상하고 수확 활동이 가능한 지역과 일정을 정한다. 늘 수확 작업을 끝낼 수 없는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을 준다. 점령촌 부근에 올리브 농장이 있는 농민에게는 1년에 단 두 번 1~5일씩만 출입이 허가된다. 특히 올해처럼 올리브가 풍작인 해에는 작업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 기간 연장을 요청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DCO에서 아침에 올리브 수확 작업이 가능하다고 통보받았는데도 군인들이 와서 농민을 쫓아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군인들이 점령민에게서 팔레스타인 사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수확을 방해하기 때문에 점령촌 존재 자체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스라엘 군인에게 체포되는 주민이 많다는데.

지난해만 해도 마을에서 35명이 체포됐다. 명확한 증거 없이 점령민의 안전을 위협했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됐다. 점령민들에게서 자신의 토지를 지키려고 나섰던 젊은이 3명도 포함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한 마을 노인이 점령민이 다니는 도로 옆에 있는 농장에서 일하고 집으로 오던 중 점령민의 차에 치여 숨졌다. 그의 아들이 이에 항의해 몸싸움을 했다가 23년형을 선고받았다. 항의한 많은 마을 젊은이들이 체포됐다. 점령민이 차 사고를 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으면 사고로 단정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똑같은 사고를 내면 테러라고 한다.

팔레스타인에 한 번도 와보지 않은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평화와 자유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팔레스타인에 와서 현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농민을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알아야 한다. 특히 점령촌 건설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해주기를 바란다.

칼킬랴(팔레스타인)=알리아 ellieyoung7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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