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노스웨스턴대 존 헤이건 교수가 지난 2003년 내놓은 이란 책을 보면, 베트남전 당시 병역을 거부하고 캐나다로 향한 미국 젊은이는 5만여 명에 이른다. 캐나다 토론토에만 한때 2만 명이 넘는 미국인 병역거부자가 모여들기도 했단다. 일종의 ‘소도’였는데, 더는 아닌 모양이다.
캐나다 일간 는 1월7일 “미 육군 상병 출신 병역거부자 킴벌리 리베라(26·뒷줄 왼쪽)의 망명 신청이 기각됐다”며 “리베라와 그 가족은 1월 말까지 자진 출군하지 않으면 추방될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올 1월 들어서만 미국 출신 병역거부자 4명과 그 가족에게 추방령이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2006년 1월 총선에서 보수당이 집권한 뒤부터 시작된 변화란다.
캐나다 평화단체 ‘커리지투리지스트’(Courage to Resistance)가 펴낸 자료를 보면, 미 텍사스주 댈러스 외곽 메스퀴트 출신인 리베라가 군 입대를 결심한 건 17살 때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은 꿈도 못 꾸고 있던 터에, 육군 모병관이 그의 집을 찾아와 ‘대학 등록금도 대준다’고 했단다. 호기심에 지원서를 냈고, 텍사스주 방위군 훈련병으로 2001년 7월 입대했다. 기본훈련을 마칠 무렵, 뜻밖의 임신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낳고, 월마트에서 점원으로 일했단다.
2년여 만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됐지만 생활은 계속 쪼들렸다. 안정적인 고용과 괜찮은 급여, 군대 생각이 다시 간절해졌다. 2006년 1월, 다시 입대 신청을 했다. 이번엔 현역이었다. 그해 3월 주특기(운전병) 훈련을 마친 그는 미 육군 제2사단 2전투여단 2-17야포 G중대에 배치됐고, 그해 10월 이라크 파병을 ‘명’ 받았다. “정문 위병으로 복무하며, 작전에 나섰다 복귀하는 전우들을 지켜봤다. 전쟁의 참모습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파병 석 달여 만에) 부대로 박격포탄이 날아들었다. 내 침상에도 파편이 박혔다. 누워 있었다면 머리에 맞았을 게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가?’ 깊은 회의가 몰려왔다.”
2007년 1월 그는 2주간의 휴가를 얻어 귀국했다. 휴가가 끝나갈 무렵, 남편과 마주 앉았다. ‘전쟁터로 돌아갈 순 없다.’ 결론은 되레 쉬웠단다. 그날로 짐을 꾸려 북쪽으로 향했다. 며칠 뒤 그는 캐나다 이민·난민국에 정치적 이유에 따른 난민 신청을 했다. 이라크전에 반대해 병역을 거부한 첫 번째 여군이다. 난민 판정을 기다리는 2년여 동안 그는 동네 빵집에서 일했고, 남편은 노동판을 전전했단다. 그는 와 한 인터뷰에서 “신념에 따라 떠나왔다. 추방되더라도 그 믿음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캐나다에는 약 200명의 미군 출신 병역거부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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