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크레 자치 추진하는 하이메 바론 수크레대 총장… “모랄레스가 국민 분열을 조장해”
▣ 수크레(볼리비아)=글·사진 하영식 전문위원 willofangel@gmail.com
“우리의 형제인 캄페시노(농민)들을 사랑합니다!”
지난 6월29일 주지사 선거가 치러진 볼리비아 추키사카주 수크레 시내 중앙광장에서 하이메 바론 수크레대 총장을 만났다. 바론 총장은 이날 선거에서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득표율을 올린 사비나 쿠예야르(46)의 당선을 이끌어낸 시민운동연합(ACI)의 대표를 맡고 있다. ‘헌법상 수도’인 수크레 시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그는 ‘볼리비아를 움직이는 10명의 정치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유력 차기 대권 후보로도 꼽히는 바론 총장에게서 정국 전망을 들어봤다.
중앙정부가 수크레 소외시켰다
주지사 선거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대단히 만족한다. 사비나 후보가 절반 이상의 지지율로 당선될 것이 확실했지만,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 아닌가. 개표가 시작되면서 사비나가 당선될 것이 확실시돼 정말 기뻤다.
현직 대학 총장이 정치조직 지도자로 활동하는 데에 놀랐다.
=사실 크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해 수크레에서 수도 복귀 청원운동이 시작되면서 시민을 대표해 청원운동에 참가하게 됐다. 정부와 정치인들을 상대로 대화하면서 느낀 것은 그들이 시민들의 말에 전혀 귀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정부와의 대화 중단은 새로운 주지사를 선출하고 새로운 주로 출발하기를 원하는 수크레 시민들의 요구로 나타났다. 대화가 중단되고 충돌이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위의 중심에 서게 됐고 시민운동을 이끌게 됐다.
선거 승리 직후 한 연설에서 “형제인 캄페시노를 사랑한다”는 구호를 외쳤는데.
=확신하고 있는 생각을 말했을 뿐이다. 부모님들이 농민은 아니었지만 나도 시골 출신이다. 그들이 사는 곳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들을 잘 알고 있다. 우리 대학에서도 시골의 농민들이나 이들의 자녀를 위해 여러 시설을 개방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캄페시노와 도시민이 서로 적대시하도록 만드는 일을 해왔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부가 분리해놓은 농민들과 도시민들, 농촌과 도시 사이의 대립과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로 통일시키는 것이다.
모두가 동의하는 헌법 제정을
새 주지사가 선출되면서, 자치주와 수도 이전 두 가지 과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는데.
=수크레는 볼리비아가 탄생할 때부터 수도였다. 그 뒤 100년 전 라파스와의 전쟁으로 수도를 빼앗긴 역사가 있다. 수크레가 수도가 되면 당연히 수크레의 경제는 발전할 것이다. 지금까지 중앙정부는 수크레와 이 지역을 소외시키면서 다른 지역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개발했다. 자치주가 성립되면 우리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이 지역을 제대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많은 이들이 볼리비아가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고 말한다. 라파스 정부와 각 지역 사이에 충돌은 격화하지만 해법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정도가 아니다. 이미 깊은 위기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정부는 다른 의견을 수용해 합의를 도출해내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사실 현 모랄레스 정부처럼 높은 지지율을 얻으며 집권한 정부는 볼리비아 역사상 유례가 없다. 이런 정부가 국민을 하나로 통일시키기보다는 도시와 농촌으로 분리해 서로 적대시하게 만들었다. 정부는 대립보다는 화합과 통일을 추구하고 도시와 농촌을 각각 특성에 맞게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일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헌법을 당리에 근거해 무리하게 통과시키기보다는 모두가 동의하는 헌법을 제정하면서 모두를 하나로 통일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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