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테가와 정면대결 펼쳤던 ‘산디니스타개혁운동’ 대선 후보 에드문도 하르킨
▣ 에스텔리(니카라과)=글·사진 하영식 전문위원 willofangel@gmail.com
[니카라과 혁명의 기억]
혁명은 역사가 됐다. 그 대열에 뛰어들었던 젊은이도 어느새 환갑을 넘겼다. 1960년대 후반 ‘운동권 학생’으로 출발해 1970년대 소모사 정권 퇴진 운동에 앞장섰던 정치인 에드문도 하르킨(61)을 만나 혁명의 어제와 오늘을 되짚어봤다. 그는 산디니스타 혁명이 성공한 뒤 15년간 외교관으로 일했고, 한때 내무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06년엔 ‘산디니스타개혁운동’ 후보로 대선에 출마해 다니엘 오르테가 산디니스타 후보와 정면 대결을 펼쳤다.

소모사 정권 관련자들이 지금껏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들었다.
=소모사 정권을 계승했다는 ‘자유당’이 바로 그들이다. 소모사당은 죽지 않고 살아남았고, 정권까지 잡은 바 있다. 산디니스타 혁명이 있은 뒤 소모사당이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현실은 산디니스타의 극단적인 경향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대표로 있는 산디니스타개혁운동은 산디니스타의 극단주의적 경향에 맞서 이를 개혁하려는 운동이다.
과거 산디니스타 운동에 참여했다가 지금은 그 반대편에 섰는데.
=지금 산디니스타 정권은 시대가 변했음에도 여전히 냉전시대의 사고에 머물러 있다. 니카라과를 이미 망한 ‘쿠바 모델’로 이끌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니카라과에 합리적인 사회민주주의 체제가 들어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시장경제의 원리를 수용하고,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적 정치체제 말이다. 그러나 산디니스타 내부에는 여전히 쿠바와 같은 권위적인 정치체제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산디니스타 정권에서 일하면서 갈등을 겪은 걸로 안다.
=산디니스타 혁명은 민중이 직접 참여해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혁명 세력이 정권을 잡은 뒤 슬그머니 쿠바와 같은 모델을 도입하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결국 민중을 분열시키고 니카라과를 내전 상황으로 몰고 간 책임이 산디니스타 쪽에 있다. 좀더 지혜로웠어야 했다. 콘트라 반군과의 내전이 벌어졌을 때 멕시코 정부가 니카라과 내전을 외교적으로 풀기 위해 전체 라틴아메리카의 대표들을 소집해 중재 역할을 맡았는데, 내가 니카라과 대표로 참여했다. 당시 라틴아메리카 대표들은 하나로 뭉쳐 유엔에서 콘트라를 통한 미국의 개입에 대해 외교적 압박을 가했다. 지금 생각해도 내전의 결과는 너무 끔찍했다.
혁명이 일궈낸 가장 큰 성과는 뭐라고 보나.
=1990년 선거를 꼽겠다. 니카라과 역사상 최초로 이뤄진 민주적 선거였고, 권력을 평화롭게 이양하는 의미 있는 선례를 남겼다.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다양한 차이를 정치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연 게다. 또 민간이 군을 통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군이 최초로 정규군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물론 지금도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있지만, 최소한 평화가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
차라리 소모사 정권 시절이 나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던데.
=그 시절엔 민주적 절차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의 니카라과를 소모사 정권 때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3대에 걸쳐 소모사 가족들이 자자손손 정권을 잡고 국부를 독점하던 시대였다. 니카라과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진행형이며 계속 발전시켜나가야 할 과업이다.
니카라과 정부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현안은 뭐라고 보나.
=당연히 경제 문제다. 국민 5명 중 1명이 절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고용 창출과 임금 수준을 높이는 데 모든 힘이 모아져야 한다. 니카라과는 여전히 외국 투자의 불모지다. 전세계 투자자들이 니카라과 진출을 노리고 있다.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정치적 안정과 강력한 법치가 이뤄져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줘야 한다. 정부의 전망이 불확실하고 경제 운용에 관한 아무런 계획이 없는 상태가 지속돼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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