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전 실패를 계기로 찬밥 신세… 경장갑차 도입 등 기동성 높이기 위해 안간힘

요즈음 미 육군은 쇠락을 절감한다. 과거에는 육군하면 군의 대표로 인정받았지만 이제는 해군 공군 해병대 등에 비해 오히려 뒤떨어진 신세가 됐다.
지난 5월 이뤄진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에 대한 인사는 미 육군으로서는 큰 충격이었다. 유럽 주둔 사령관이던 웨슬리 클라크 육군대장이 물러나면서 후임 사령관으로 임명된 사람은 조셉 랠스턴 공군대장이었다. 미 육군은 2차대전 이후 설립된 지역사령관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은 자리를 놓치게 된 것이다. 반면 공군은 62년 이후 처음으로 유럽을 차지했다.
기동타격부대의 어이없는 ‘자살골’
토미 프랭크스 육군대장이 이번달 세계 중동지역을 담당하는 중앙사령부 사령관에 취임함으로써 육군은 간신히 체면치레를 하게 됐다. 그나마 해군 공군 해병대가 육군을 동정해 한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육군은 이 밖에 합참의 주요 9개 사령부 가운데 중요도가 낮은 특수전사령부(사령관 피터 슈메이커 대장)에 사령관을 내보내고 있다. 둘을 합쳐도 2개뿐으로 여전히 열세이다.
미군의 지휘체계는 대통령-국방장관-지역사령관으로 이어진다. 지역사령부는 해당지역에 주둔하는 미 육·해·공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다. 따라서 지역사령관은 해당지역 군의 대표자이며, 어느 군 출신이 많은 지역사령관을 보유하느냐에 따라 각 군간에 우열이 가려진다. 역사적으로 2차대전 당시 유럽 전투를 지휘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을 지휘했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맥아더의 후임인 매튜 리지웨이 대장 등 쟁쟁한 장군들은 거의 육군 출신이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변한 것이다.
코소보전은 육군 쇠락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미 육군은 걸프전에서 이라크 최강의 군대인 공화국 수비대를 궤멸시키는 데 나름대로 공헌을 했다. 그러나 이라크보다 약체로 평가되는 유고슬라비아와의 코소보 전투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나토군 사령관 클라크 대장은 육군의 아파치 공격용 헬기 20대를 보유한 기동타격부대에 전선으로 이동할 것을 명령했다. 야간에 코소보 인근 알바니아 기지에서 발진해 레이저 유도 헬파이어 미사일로 세르비아 목표를 파괴할 계산이었다. 하지만 육군은 전투에서 승리하기는커녕 전쟁에 참가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훈련 비행도중 2대의 헬기가 추락하고 2명의 조종사가 숨지는 ‘자살골’까지 먹었다.
기동타격부대는 더디기 짝이 없었다. 먼저, 기상악화로 독일 기지에서 발진하는 데 시일이 걸렸다. 그리고 늪지대인 알바니아 티라나 부근의 기지를 배수하는 데 몇 주일이 흘러갔다. 또 아파치 기지를 방어할 수천명의 군대를 배치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군살 뺀 '목표 군대'를 창설하라



나토군의 계속된 공습에도 유고 세르비아계가 굴복하지 않고 알바니아계인들에 대한 테러를 계속하자 육군 투입이 논의됐다. 그러나 휴즈 셀튼 미 합참의장은 장갑병력과 지원부대를 배치하려면 4개월에서 6개월이 걸린다고 백악관에 보고했다. 코소보전이 끝나자 육군에 대한 비난과 분노가 쏟아졌다. 하원 군사위원회 중진인 아이크 스켈튼 민주당 의원은 육군에 최후통첩성 항의를 보냈다. “부대를 가볍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재조직하라. 그렇지 않으면 의회가 대신할 것이다.”
미 워싱턴주 포트 루이스에 있는 한 여단은 미군의 자랑인 M1 에이브람스 전차를 버리고, 캐나다에서 빌려온 경장갑차 LAV-3 46대를 이용해 훈련을 하고 있다. 이 여단은 에릭 신세키 육군 참모총장이 21세기 환경에 적합한 ‘목표 군대’를 창설하기 위해 지정한 ‘시범 군대’이다. 육군은 신세키 육군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2003년까지 모두 5개 여단을 시범 군대로 육성해 전 육군 구조개편의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그 요체는 육군의 신속한 해외파견을 가로막는 요인인 무거운 장갑차를 버리는 것이다.
에이브람스 전차의 무게는 자그만치 60∼70t이다. M2 혹은 M3 브래들리 장갑차의 무게도 30t을 넘나든다. 오는 2005년부터 육군에 배치될 155mm 자주포 크루세이더는 탄약운반차량까지 합치면 그 무게가 자그만치 110t에 이른다. 모두 슈퍼헤비급이다. 이는 공군의 수송능력이 감당하기에는 벅차다. 미 공군의 주력 수송기인 C-130(389대) 1대의 수송 용량은 겨우 20t이다. 좀더 큰 수송기로는 C-17이 있다. 공군은 C-17을 2004년까지 120대를 구입할 계획이지만 현재는 56대만 보유하고 있다. C-17은 60t을 나를 수 있어서 단 1대의 에이브람스 전차를 수송할 수 있다. 가장 큰 수송기는 C-5로 최대 적재량이 130t이어서 2대의 에이브람스 전차를 운반할 수 있지만, C-130과 C-17처럼 짧은 비포장 활주로를 이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육군은 20t 범위에서 마땅한 대상을 찾고 있다. 전차의 상징인 전차포와 궤도가 없어도 상관하지 않고 있다. 육군은 지난달 메릴랜드주에 있는 애버디인 시험장에서 궤도식 전차와 바퀴식 전차의 비교 평가회를 가졌다. 그동안 바퀴도 기술진전 덕택에 나름대로 방호력을 갖추고 있어서 궤도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미 육군은 이처럼 변신을 모색하며 과거의 영화를 되찾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일본계 미국인인 신세키 육군 참모총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구조개편을 업무 1순위로 삼았다.
한국엔 여전히 ‘무거운’군대를

육군 구조개편 사업은 새로운 장비와 새로운 기술을 필요로 한다. 육군은 이를 위해 내년 예산에 10억달러(1조2천억원)를 구조개편 기금으로 요청해 놓고 있다. 또 앞으로 5년간 125억달러(15조원)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육군은 그렇다고 모든 구조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목표 군대가 제대로 무장을 갖춘 군대와 대적하기에는 아직 장비수준이 못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무거운 장비를 공급했던 기존 방산업계의 로비도 작용하고 있다. 미 육군장관 루이스 칼데라는 “목표 군대가 육군 전체에 걸쳐 배치되기 전까지는 무겁고 디지털화된 사단이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 이유로 “소련시대 장갑으로 무장한 군대를 이기기 위해서”라면서 해당지역을 “한국과 서남아시아”로 지칭했다. 따라서 한국에 주둔중인 주한미군은 당분간 육군 구조개편에서 비켜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에이브람스, 브래들리 등 무거운 장갑차가 한반도의 지축을 흔들 것 같다.
| 미 해군 공군 해병대는 육군 구조개편에 대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구조개편으로 많은 예산이 소요돼 자신들의 국방비 몫이 줄어드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이들은 물론 육군의 노력을 도와주기는 한다. 육군이 코소보전쟁에서 죽쑤는 것을 보았고, 각 군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명분도 있기 때문이다. 이달에도 미 해병대 사령관 제임스 존스 대장은 신세키 육군 참모총장을 만나 상대편 군에 도움이 되는 능력들에 대해 의견교환을 가졌다. 그렇지만 각 군은 육군 25%, 공군 29%, 해군과 해병대 31%, 국방부 15%라는 국방비 배정비율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 “육군이 구조개편하려면 자신들의 예산을 최대한 활용해 예산 내에서 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공군이 가장 열이 올라 있다. 공군은 “지난 10년간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가운데 구조개편을 추진했다”며 “그 결과 전천후 비행, 야간공격, 정밀 무기를 가능하도록 했고, 최근에는 스텔스 전폭기, 폭격기를 개발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육군이 구조개편 및 새로운 장비 개발을 이유로 예산을 더 달라고 할 이유가 없다고 단언한다. 해군과 공군 등은 구조개편에 대한 육군의 모호한 태도에 대해서도 못마땅한 눈치이다. 실제 육군은 군 경량화 사업을 한다면서도 내년에 에이브람스와 브래들리 장갑차 구입비용으로 10억달러를 배정하고 있다. 이는 올해 10억8천만달러와 별 차이가 없다. 해·공군은 “구조개편이 그토록 급한 사정이라면 육군이 다른 계획들을 마땅히 희생해야 하는데도 그렇지 않다”고 비난한다. 육군은 내년에 몇몇 단거리 미사일, 공중 지도작성 체계, 지휘차량 사업을 포기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신세키 총장이 구상하고 있는 돈을 대기에 어림없다. 모든 육군 현대화 프로그램의 예산을 삭감하지 않고서는 전투사단을 구조개편하는 데 수십억달러가 부족한 실정이다. 타군은 또 자신들도 육군의 구조개편에 못지않은 긴급사업이 있다고 주장한다. 해병대는 시가지 전투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해군은 통합전투체계를 완성해야 하며, 잠수함전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75대의 잠수함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언론에 흘리고 있다. 해군은 또 국가미사일방어망 계획이 실패를 거듭하자 적 미사일을 우주에서 요격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진입 이전단계에서 파괴하는 해상 미사일 방어망 계획을 제안하고 있다. 공군은 자신들이 그동안 추진해온 원거리 공격방식이 성공을 거두고 있으므로 이를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미 의회는 지금까지 육군에 대해 대체로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상원 존 워너 군사위원장(공화)은 “육군이 경량화사업과 기존 사업을 병행한다면 육군의 현대화 계획은 곤경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들 문제는 당분간 해결될 전망이 없다. 내년에 미 대통령이 새로 선출되면 각 군은 주요 국방정책 검토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맞붙게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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