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델리= 우명주 전문위원 greeni@orgio.net
인도에서도 연예정보 프로그램이 인기다. 그런데 이 연예정보 프로그램은 ‘영화가 중계’ 내지는 ‘한밤의 영화 연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인도의 연예인은 사실상 영화배우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그다지 인지도가 높지 않고, 가수도 노래 부르는 장면을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없다. 대신 영화 속에서 영화배우가 그 음악에 맞춰 춤추며 립싱크를 한다. 당연히 인도의 유행가는 모두 영화 삽입곡이다.
미디어 관련 시장조사로 정평이 나 있는 영국의 리서치 회사 스크린 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인도는 1991~96년 국가별 평균 영화 제작 편수에서 851편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이 수치는 2위를 차지한 미국보다 약 280편 더 많은 것이다. 또 국가별 1인당 연간 관람 횟수에서도 1위를 차지해 한 사람이 1년에 거의 9편의 영화를 관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영화관 입장객 수도 거의 8억 명에 달해 역시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인도의 영화산업을 할리우드에 빗대 흔히 ‘볼리우드’(Bollywood)라 부르고 이 단어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등재됐다. 그러나 많은 인도의 영화배우와 영화감독들은 이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미국 영화산업의 명칭을 따오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의 몇몇 배우들은 할리우드의 캐스팅 제의를 몇 년째 고사하고 있다. 최근 인도 영화는 인도뿐만이 아니라 주변국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 인도에서는 할리우드 영화의 시장점유율이 5% 미만일 정도로 자국 영화 사랑이 대단하다. 대도시의 멀티플렉스 극장 외에는 외화가 걸리는 경우가 드물다. 가끔 미국 영화사들이 인도 정부에 미국 영화를 위한 스크린쿼터를 요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도에는 놀이문화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영화 관람이 가장 보편적인 유흥이다. 영화 사랑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는데 아마도 한 편의 영화 속에 멜로, 액션, 가족애, 심지어 애국심까지 섞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다 노래와 춤까지 있으니! 그리고 가난한 인도 민중들은 인형같이 잘생긴 배우들이 대궐 같은 집에 살며 천상의 풍경에서 춤추고 결국은 해피엔딩을 맞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고단한 현실을 잠시 잊는다. 보통 출연료로 10억씩 받는 인기 배우들은 거의 신의 경지와 비슷한 인기를 누린다. 최근 인도의 국민배우가 수술을 받아 병원에 입원하자 전국의 수많은 사원들이 의식을 올리며 그의 쾌유를 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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