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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으로 본 세계_프랑스] 출산보조금, 복잡도 해라

등록 2005-10-26 00:00 수정 2020-05-02 04:24

▣ 파리=이선주 전문위원 koreapeace@free.fr

프랑스에서 일반 봉급자인 직장여성이 임신·출산으로 국가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임신·출산에 따른 진료비는 무상이며, 임신 4개월부터 아이가 만 3살이 될 때까지 자녀 수당을 받고, 아이의 탄생 축하금(2004년부터)으로 826유로가 지급된다. 법정 출산휴가는 일반 봉급자의 경우 최고 16주까지다. 이렇게 출산이 끝나고 나면 직장여성은 공립 탁아기관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우선순위가 된다. 탁아기관 대신 개인 보모를 채용할 경우 보모보조금이, 아예 육아를 위해 휴직한다면 휴직보조금이 지급된다. 만일 이 여성이 미혼모나 이혼모이며 부양해야 할 가족이 많다면 보조금 지원 내역은 더 늘어난다.
‘어린아이 교육을 위한 부모보조금’이라는 이름으로 1985년에 만들어진 휴직보조금은 유치원 입학(3살) 전까지의 아이를 기르기 위해 휴직이나 퇴직하는 이에게 국가가 지급하는 수당이다. 그동안 아이 세 명부터 적용되다가 두 명부터로 확대됐고, 엄마든 아빠든 육아휴직을 하는 이가 받게 된다(매달 512유로). 20년 동안 휴직보조금 제도를 실시한 결과 봉급이 적은 직장여성일수록 둘째 아이부터 출산·육아로 직장을 그만두는 데 영향을 미쳐, 결국 직장 복귀가 힘들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내년 7월부터 셋째 아이 출산시 1년 동안의 육아휴직은 매달 750유로의 수당이 더해지게 됐다. 즉, 직장과 출산의 문제를 가장 고민하는 층인 높은 봉급자를 겨냥해, 더 짧은 기간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해 단기간의 휴직 뒤 복직을 도우면서 출산율도 높이려는 의도다. 여기에 탁아시설을 대폭 증설하는 계획이 덧붙여졌으니, 일과 출산을 병행하는 일이 더욱 쉬워질 전망이다.
출산장려책은 해당 사회의 가족정책의 일환이며, 국가가 가족을 보조하는 것은 사회보장제도의 차원이다. 다시 말해 단지 출산율을 높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출산을 전후로 가족을 지원하는 국가와 사회의 보조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프랑스의 사회보장제도는 오랜 역사 속에서 간헐적·국부적으로 실시되다가 2차 대전 직후인 1945년 모든 국민을 위해 좀더 보편적인 내역을 가진 정식의 사회보장제가 탄생했다. 가족수당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그 내역을 이해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복잡한 메뉴를 가지고 수혜자의 여건에 따라 차등을 두어 실시된다. 그 바탕엔 평등과 사회 균등 분배라는 일관성이 자리하고 있고, 흐르는 세월과 함께 보태지는 국가 보조의 노력에는 사회 변화상을 수렴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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