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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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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과 환호의 가자지구!

등록 2005-08-24 00:00 수정 2020-05-02 04:24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주민들 사이에 희비 엇갈리는 정착촌 철수 현장
“철수하면 폭탄테러가 없을 것 같으냐” 이스라엘은 분노로 폭발 직전

▣ 예루살렘= 하영식 전문위원 youngsig@teledomenet.gr

“나는 지금 울고 있다. 이 편지를 쓰는 중에도 계속 눈물이 흘러내린다. 우리는 지금 짐을 싸는 중이다. 오늘 병사들이 우리 집 문을 두드리고 문을 열어주면 소개통지서가 전달될 것이다. 내일 우리는 버스에 실려 어디론가로 떠나갈 것이다. 어딘가로…. 어제 우리는 마을회관에 모였다. 정착촌에 거주하는 80%의 정착민들이 모였고 랍비는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5년 동안 폭탄 세례를 퍼붓던 전쟁은 우리를 완전히 지치게 만들었고 지난 1년간은 극도의 심리적 스트레스로 고생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여기에 서 있다…. 구시카티프(정착촌)는 언젠가 다른 곳에서 다시 일어설 것이다. 우리는 유대인의 땅에서 유대인의 권리와 영감과 위대함을 위해 싸운 근원이었다. 구시카티프는 일어설 것이고 샤론 정부는 사람들에게 경멸스러운 존재로 기억될 것이다.”

정착촌 여성 분신… 여군은 칼에 찔려

위 글은 강제 소개가 진행되던 8월15일 구시카티프 정착촌의 한 정착민이 <이스라엘 인사이드>에 보낸 편지의 일부분이다. 이스라엘 정부에 의한 가자 철수가 8월15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자지역에 건설됐던 21개 정착촌에서 8500명의 정착민들과 북사마리아의 4개 정착촌에서 600명의 정착민들이 소개 명령을 받고 이주하고 있다. 몇개의 정착촌에서는 집단적으로 소개 명령을 거부하고 저항하면서 군경과 충돌하고 있다.

8월17일 현재 강제 소개가 진행되고 있는 가자지구는 강제 소개에 저항하는 정착민들과 이를 지지하는 활동가들이 군·경찰과 충돌하면서 많은 불상사가 빚어지고 있다. 정착촌의 한 여성이 분신을 기도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고 시나고그(유대교회)를 점거하고 농성 중인 저항세력을 해산하러 들어갔던 한 여군이 칼에 찔리는 사태도 발생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정부는 예상한 것보다 훨씬 순조롭게 소개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는 애초 정착민들이 무장투쟁도 불사하리란 가정하에 군인들을 훈련시켰다. 이번의 가자지구 철수로 인해 이스라엘은 철수를 지지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뉘어 극심한 충돌을 빚고 있다. 심지어 내전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착촌은 오래전에 가자지구에 건설됐다. 가장 오래된 정착촌은 1936년에 세워진 키부츠 ‘케파 다롬’인데 1948년 이집트군에 의해 완전히 파괴됐다. 1967년 6일전쟁을 치르면서 영토를 더 확장한 이스라엘은 정착촌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해 점령한 팔레스타인 땅에 지속적으로 정착촌을 건설해왔다. 가자지구도 1967년 6일전쟁 당시 이집트로부터 뺏은 땅이다. 가자지구에 건설됐다 파괴된 케파 다롬은 1970년에 다시 건설됐고 서서히 정착촌 수가 늘어나 21개의 정착촌이 가자지구에 들어섰다. 가자지구뿐만 아니라 서안지역 전역에도 군사적인 필요에 따라 정착촌이 계속 늘어났다. 60년대 말 정착민 수는 5천명 남짓이었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거의 24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점령지에 정착촌이 세워지면 ‘정착촌 보호’라는 명분으로 곧바로 군사기지가 함께 들어서 점령지의 통제를 용이하게 만들었다.

더구나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평화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서도 계속 점령지인 서안에 정착촌을 건설해왔다. 평화협상 테이블에서는 98%의 땅을 돌려주겠다는 협상안을 팔레스타인쪽에 제시하면서 돌려줄 땅에 정착촌의 건설을 지원하는 모순된 정책을 시행해왔다. 충만한 신앙심에 정착촌을 개척하러 들어간 이주민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면서 이들을 정치적인 흥정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적대적인 팔레스타인 지역의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정착민들의 일상생활은 항상 불안정하다. 그래서 정착민들끼리 많이 의존한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종교다. 당연히 정착촌 거주민들은 대부분 철저한 유대교 신봉자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로켓포 공격을 간간이 받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들 대부분은 20년 이상을 가족처럼 함께 살아왔다. 이들이 정부의 강제적 소개에 대항해 공동으로 저항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더구나 이번에 내려진 가자지구 정착민들에 대한 강제적인 소개 집행은 정착민들이나 이스라엘 국민의 의사결집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의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된 사항이기 때문에 반발이 더 심했다.

가자 철수와 비슷한 예를 든다면 1982년 이스라엘이 이집트와 맺은 평화협정으로 시나이반도를 반환할 당시의 일이다. 당시에도 이스라엘 정부는 시나이반도에 건설됐던 정착촌을 파괴하고 정착민들을 강제로 추방해 극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가자 지구는 테러의 천국이 될 것인가

가자 철수를 중단시키려는 투쟁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시위가 벌어지고 극단적인 테러가 발생했다. 지난 8월4일, 이스라엘 북부 시파람에서 이스라엘 극우주의 병사 에덴 추베리(19)가 버스 내에서 승객들과 운전사, 행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해 4명이 사망하고 12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곧이어 그는 성난 아랍 군중의 공격을 받아 숨졌다. 이 사태로 이스라엘은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사태가 또 하나의 ‘인티파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전 병력을 동원해 이스라엘 전역에서 검문과 경계를 강화했다. 가자지역에서 철수를 앞둔 상황에서 심각한 돌발사태가 발생하자 이스라엘 정부는 이례적으로 샤론 총리가 직접 성명을 발표해 공격을 감행한 유대인 병사를 “피에 굶주린 유대인 테러리스트”라는 강력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비난했다.

그리고 지난 8월7일에는 가자 철수를 반대해오던 재무부 장관 네타냐후가 항의의 표시로 샤론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하고 사임했다. 제출한 사표에서 그는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뒤 가자지구가 테러의 천국이 될 것임을 우려했다. 팔레스타인쪽에서 아무런 보장도 받지 않고 일방적인 철수를 결정한 샤론 총리를 질책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정착촌들의 소개가 진행 중인 8월15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TV는 <소개와 해방의 아침>이라는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방송은 투쟁적인 노래들과 함께 그들이 고대부터 살아온 땅에 유대인들이 정착할 권리가 없음을 밝혔다. 또한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장관인 나빌 샤트는 “행복함과 시원함, 기쁨이 걱정과 함께 교차하는 기분이다. 철수를 단지 추측으로만 여겼지만 현실로 드러났다”면서 가자 철수를 반겼다.

“유대인끼리 싸우기는 이번이 처음”

유대인 정착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이스라엘 군인들과 경찰들과 대치하면서 강제 소개에 저항하는 동안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축제 분위기에 젖어 있다. 모스크에서는 마이크를 통해 이스라엘의 철수를 기뻐하는 들뜬 기도가 흘러나왔다. 하마스나 파타의 무장단체들은 떠나는 정착민들을 향해 공격을 자행하기도 했다. 이들의 공격은 이스라엘의 철수가 일방적이 아닌 이들의 무장투쟁에 의한 결과임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쪽에서는 철수하는 정착민들이나 군인들을 공격할 경우 최대한의 보복을 감행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어 팔레스타인과의 유혈 충돌도 점쳐지고 있다. 무장투쟁을 주장하는 하마스는 “순교자의 피가 해방을 가져왔다”고 쓴 현수막을 가자지구와 라말라시 곳곳에 세웠다. “오늘은 가자지구, 내일은 서안과 예루살렘”이라는 자극적인 문구의 현수막도 곳곳에서 휘날리고 있었다.

예루살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로 성전산에 세워진 알아크사 모스크와 통곡의 벽이 있다. 무슬림의 3대 성지 중 하나인 알아크사 모스크와 유대인들의 최고 성지인 통곡의 벽은 위아래로 서로 맞붙어 있어 언제나 충돌의 시발지가 돼왔다. 2차 인티파다도 알아크사 모스크에 모인 무슬림 청년들이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던 유대인들을 향해 돌을 던지면서 시작됐다.

8월10일 이른 아침, 통곡의 벽 현장에는 수많은 유대인들이 나와 있었다. 비애를 상징하는 흰 숄을 머리에까지 걸치고 팔에는 검정색 테이프를 감은 유대인들이 기도하고 있었다. 어린이들까지 눈물을 머금고 있었고 군인들도 하얀 숄을 걸치고 있었다.

이날부터 이스라엘에서는 솔로몬 성전의 파괴(기원전 586년)와 헤롯 성전의 파괴(70년)를 애도하는 기간이 시작됐다. 그리고 가자 철수가 시작된 8월15일은 공교롭게도 애도일인 ‘티샤 베아브’가 시작되는 날이어서 전 이스라엘의 슬픔을 가중시켰다.

통곡의 벽 앞에서 만난 랍비 실로모(42)도 흰 숄을 쓰고 팔에는 검정 테이프를 감고 있었다. 그가 짊어진 가방은 온통 오렌지색의 리본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가 가자 철수에 반대하고 추방당하는 정착민들과 같은 대열에 서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예루살렘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정착촌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추방당할지 모른다. 날마다 통곡의 벽에 기도하러 온다는 그에게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지를 물었다. “메시아가 하루빨리 와서 우리를 이 험난한 세상에서 구원해주기를 기도하고 있다. 메시아가 올 때에만 진정한 평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곳에 정착촌을 건설하고 삶을 개척한 지 수십년이 지났다. 정치적인 이유로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내쫓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같은 정착민으로서 이들의 심정을 백분 이해한다”고 말하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대부분의 이스라엘인처럼 벤 셜리(72)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해온 뒤 30년 동안 살아온 그는 이번에 벌어지는 가자 철수로 인해 깊은 시름에 빠져 있었다. “이스라엘의 현대 역사에서 유대인들끼리 싸움을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내분을 가장 걱정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의 철수가 이스라엘의 안전을 가져올 것이란 이스라엘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이스라엘이 물러난다고 하마스가 무기를 내려놓을 것 같으냐?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물러난다고 자살폭탄이 터지지 않을 것 같으냐?”고 반문하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부시 행정부의 압력 때문”이라면서 부시 행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이라크전을 수습하지 못해 인기가 떨어진 부시 대통령이 개인적인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부분의 정착민들처럼 그가 믿는 것은 정치적인 국경선이 아니라 구약성서에 나오는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다. 그는 “가자지구나 사마리아 땅 모두 하나님이 유대인들에게 약속하신 땅”이라고 말하면서 성서를 펼쳐 보였다.

유대인은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라?

자신을 팔레스타인 사람이라고 밝힌 모하메트(가명·70)는 동예루살렘에서 상점을 운영하면서 경제적인 기반을 닦아 세 자녀를 모두 대학까지 보낸 사실을 가장 큰 자랑으로 여겼다. 예루살렘에서 태어나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오면서 팔레스타인의 현대 역사를 두 눈으로 지켜봤다는 자부심도 대단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는 것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이스라엘의 철수는 우리 팔레스타인 민족의 힘찬 투쟁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며 “서안지구와 예루살렘이 해방될 때까지는 이 땅에는 평화가 없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진정한 평화가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묻자 “유대인들이 모두 이 땅을 떠나 이전에 살았던 유럽이나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인들은 한번도 이 땅에 산 적이 없으며 이 땅과는 역사적으로도 아무런 관계도 없다. 모세나 다윗, 솔로몬은 모두 창작된 소설 같은 이야기들”이라면서 유대민족의 역사를 완전히 부정했다.

그의 상점에서 나와 다마스커스 게이트 방향으로 내려가다 팔레스타인 식당에서 용감하게 앉아 있는 유대인 청년을 발견했다. “정말로 가자지구에서 철수한다고 평화가 이뤄질 거라 보나요?” 젊은 사진작가 지프라는 가자지역에서의 철수에 대한 나의 질문에 이렇게 되물었다. 대부분의 유대인들이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는 절대로 평화가 올 수 없다고 믿는 것 같았다. 인티파다가 중단된 지 열달이 지난 지금 겉보기에는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지만 여전히 속은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홀로코스트로 온 가족을 잃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한 유대인 여류화가는 평화에 대해 아주 낙관적이었다. 화가로서 명성이 높은 토바 벌린스키(85)는 자타가 공인하는 이스라엘 현대 역사의 산 증인이다. 십대 후반부터 시온주의 운동에 가담해 이스라엘의 건국을 위해 투쟁했다. 더구나 유대민족의 가장 큰 비극의 현장인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부모와 남동생 세명과 어린 여동생 한명이 모두 죽어간 아픔을 삼키면서 살아왔다. 이스라엘에 살면서 그동안 수많은 전쟁을 겪어온 벌린스키는 더 이상의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대이스라엘? 말도 안 되는 소리! 과거 우리가 겪었던 홀로코스트나 수많은 전쟁을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지금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자 단호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철수해야 한다. 가자지구는 성서에도 삼손시대 때 언급된 게 전부여서 유대민족의 땅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민족도 독립국가를 건설하고 나면 자부심을 가질 것이고, 이스라엘을 증오의 대상이 아닌 선의의 경쟁상대로 여길 것이며, 당연히 평화를 원할 것”이라는 게 그의 희망에 찬 대답이었다.



“다음은 서안과 동예루살렘”

가자지구 철수 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정치적 미래는?

팔레스타인쪽이 바라보는 가자 철수는 앞으로 점령지에서 이스라엘의 완전한 철수를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다. 완전한 철수란, 1967년 6일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역과 동예루살렘에서까지 물러나는 것을 뜻한다. “오늘은 가자, 내일은 서안과 동예루살렘”이라는 표어가 말해주듯 계속적으로 서안과 동예루살렘에서의 철수를 위해 싸울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샤론 정부의 가자 철수는 단지 전술적 선택일 따름이다. 서안지역의 완전한 통제를 위한 전술적 후퇴다. 지금 샤론 정부는 모든 정치적 결정을 일방적으로 내린 뒤 실행하고 있고 미국이 입장을 전달하는 특사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으로 양쪽의 직접적인 대화는 완전히 단절됐다.
인티파다 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휴전 상태에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수반인 아바스는 인티파다가 팔레스타인에 도움을 주었다기보다는 더 많은 해를 끼쳤다고 생각한다. 그는 평화적이고 정치적인 방법을 통해서만 해방과 이스라엘의 철수를 획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에 도전하는 무장세력인 하마스와 지하드, 알아크사 순교자여단 등은 무장투쟁만이 해방을 가져온다는 노선을 선택하고 있다. 또한 만만치 않는 대중성을 획득해 아바스의 정치력을 위협하고 있다. 무장투쟁 세력들은 “이스라엘이 이해하는 언어는 오직 무력밖에 없다”고 믿는다. 따라서 현재의 휴전을 단지 재무장을 위한 재충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가자 철수가 로켓탄과 자살폭탄 테러를 통해 이뤄졌다고 해석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내년 1월21일을 총선거일로 정했다. 세력 구조로 봤을 때 총선에서 자치정부가 20~40%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아바스가 단독으로 정책을 결정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리고 아바스는 또 다른 인티파다가 일어나면 정치적 공간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하마스나 파타 등 무장세력들을 의회 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반면 샤론 정부는 현재의 휴전 시기를 단지 팔레스타인쪽의 평화에 대한 의지를 시험하는 기간으로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서안이나 동예루살렘에서 철수할 가능성은 없다. 일정 기간을 지나 이스라엘이 안전하다는 확신이 설 때에만 철수를 위한 대화에 착수할 것이다. 그리고 휴전 기간에 계속 서안지구 장벽 건설에 치중할 것이다.




“내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인터뷰/ 바리 하미시 이스라엘 저널리스트]

국민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국민들을 몰아내는 건 미국의 사주



바리 하미시는 30년 전 캐나다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한 뒤 지금까지 이스라엘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츠하크 라빈 총리의 죽음을 파헤친 <누가 이츠하크 라빈을 죽였나>로 이스라엘과 서구사회에서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또한 계속적인 저작활동을 통해 5권의 책을 출판했고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면서 의혹 사건에 대한 초청 강의를 하는 중이다.

이스라엘을 파시스트 국가라고 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나.

지금 내 나라 이스라엘에 너무 화가 난다. 같은 유대인끼리 이게 무슨 일인가. 가자 철수를 국민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결정해서 실행해버리는 그런 나라에 살고 있다. 만약 이에 반대하면 감옥에 집어넣고. 지금 감옥에 아마 1천명 정도의 종교적인 유대인들이 수감돼 있을 것이다.
가자 철수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자 철수가 정말로 평화를 가져온다면 나도 당연히 찬성하겠지만 절대로 그렇다는 보장이 없다. 그리고 수십년 동안 그곳을 일구고 살아온 가자지구의 정착민들을 몰아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일은 반드시 국민투표를 거쳐 국민의 의사를 물어본 다음에 결정해야 한다.
지금 진행되는 가자 철수를 이스라엘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보는가.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다. 미 행정부가 샤론에 압력을 가해 이뤄졌다. 미국에서 비용을 대고 샤론이 총대를 메는 식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
가자 철수가 가져올 부작용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일이 커지면 내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지금 철수를 반대하는 젊은이들이 사막을 행진하면서 철수를 저지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유대인들끼리 갈라져 싸우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가자 철수를 막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싸울 것인가.

나도 군에 오랫동안 복무한 경험이 있다. 옳지 않은 명령은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본다. 젊은이들에게 군복무나 명령을 거부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이츠하크 라빈 총리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왔고 책도 냈는데 누가 이츠하크 라빈을 죽였다고 생각하나.

라빈 총리가 서거한 지 올해로 만 10년이 됐다. 시몬 페레스가 그를 죽였다. 그가 이츠하크 라빈을 암살했다는 수많은 증거를 갖고 있다.
시몬 페레스쪽에서 당신을 무고죄로 고소하지 않았나.

시몬 페레스쪽에서 자신이 없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이다. 재판정에서 공개 재판을 통해 내가 모은 증거들을 제출하고 모든 진실을 공개하길 원한다.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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