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심각해지는 에이즈 확산 막기 위해 중국 정부 총력전… 〈CCTV〉에 콘돔 공익광고 등장하기도
▣ 베이징= 글 · 사진 박현숙 전문위원 strugil15@hanmail.net
11월30일 오후 3시, 가슴에 붉은 리본을 단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유안(佑安) 의원에 ‘행차’했다. 베이징 유안 의원은 에이즈 등 전염성 질병을 진료하는 전문병원이다. 국무원 부총리 우의를 대동한 후 주석의 행차 소식은 곧바로 각 언론에 타전되어 일제히 머리기사로 보도됐다. “후진타오, 에이즈 환자와 악수하다.” 이날 후진타오는 1985년 중국에서 첫 에이즈 환자가 발생한 이후 약 10년 만에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에이즈 환자와 ‘악수’를 했다.
에이즈 환자들의 ‘주사기 습격’
12월1일, 제17회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중국은 후진타오의 악수를 상징으로 에이즈 예방과 퇴치를 위한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펼쳤다. 베이징 등 주요 도시 길거리에는 일제히 에이즈 관련 게시물과 광고판들이 전시되는 것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콘돔을 무료로 나눠주는 등 예년보다 훨씬 큰 규모의 ‘반에이즈’ 활동이 이루어졌다. <cctv> 등 주요 언론매체 역시 12월1일을 전후해 에이즈 관련 특집보도와 기사를 대량으로 쏟아내는 등 중국 전역이 에이즈 퇴치를 위한 총력전에 나선 모습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의 ‘더러운 병’으로 치부되던 에이즈가 어느새 중국을 위협하는 새로운 ‘시한폭탄’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1월 중순 중국 톈진시 기차역에 내리는 순간 묘한 공포와 정적이 사방에 흘렀다. 평소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던 역 구내에는 북적이는 인파 대신 곳곳에 경찰들이 배치되어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었다. 톈진의 ‘명동’인 난징루 쇼핑가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제’(春節·설)를 앞둔 대도시 분위기치고는 너무 썰렁했다. 길거리 신문 가판대 주인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자 아주 놀라운 소식을 들려주었다. “허난에서 올라온 에이즈 환자들이 감염된 피가 든 주사기를 들고 길거리의 시민들을 무차별 습격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2002년 1월 중순, 설을 며칠 앞두고 톈진시에서는 중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에이즈 환자 주사기 습격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건의 주범들은 허난성 상차이현 원러우촌에서 올라온 에이즈 감염자들이었다. 이들은 정부의 보상대책에 불만을 품고 톈진으로 올라와 이같은 난동을 부린 것으로 알려진다. 허난성은 중국 내에서도 에이즈 감염자들이 가장 많은 성 중의 하나다. 특히 원러우촌은 마을 주민들이 집단으로 에이즈에 감염되어 ‘에이즈 마을’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허난 등 중국 농촌 일대에서 90년대 초·중반 ‘매혈경제’가 유행할 당시 집단 매혈을 하다가 에이즈에 감염됐다.
매혈, 마약, 성관계…
중국에서 에이즈 환자가 처음으로 발견된 것은 1985년이다. 그해 6월, 미국 국적의 아르헨티나 청년이 중국을 여행하던 도중 발병을 해 베이징의 셰허(協和) 의원에 입원을 했는데, 나중에 밝혀진 그의 병명이 바로 에이즈였다. 그 뒤 1989년 10월, 중국인으로는 최초로 에이즈에 감염된 환자가 발생했다. 후난성의 한 젊은 광부가 감염됐는데, 그는 1985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일하다가 3년 뒤인 88년 중국으로 귀국을 한 뒤 발병을 했다. 1989년 중국 위생국 방역국의 발표에 따르면 그는 아프리카에서 일하던 중 성관계를 통해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에이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나 발병하는 ‘더러운’ 전염병쯤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첫 내국인 감염자가 발견된 뒤 자본주의의 더러운 전염병인 에이즈가 도덕적 ‘성역’이라고 자부하던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 에이즈 왕국이라는 오명을 씌운 건 불과 10년이 채 안 된다. 현재 중국은 에이즈 감염자 수가 아시아 2위이고, 세계에서는 14위를 차지하고 있다. 해마다 에이즈 전염 속도가 빨라져 지난해에 비해 40%가 늘어났다. 감염자의 70% 정도는 마약주사를 통해 전염되고 있으며, 약 10%가 채혈 과정을 통해, 그리고 약 7%가 성관계를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엔 성관계를 통해 전염되는 비율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한편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감염자 수는 84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통계에 포착되지 않은 감염자까지 합치면 이미 150만명을 넘어섰다는 주장도 있다.
에이즈 종합예방 시범지역 설치
11월28일 중국 에이즈방지협회 회장 다이즈청(戴志澄)은 “중국 에이즈 감염자 중 90%가 환자 등록을 하지 않았으며, 이들은 중국 ‘에이즈 빙산’의 수면 아랫부분으로서 잠재적인 위험을 갖고 있다”며 “현재 중국은 에이즈 감염자 가운데 10%의 소재만을 확인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에이즈 확산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2010년에는 감염자 수가 1천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 미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올해 발표한 중국 에이즈 관련 보고서를 통해, 에이즈는 중국에서 갈수록 증가하는 위협요인이자 거대한 도전이 되었으며 머지않아 중국의 새로운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도 ‘시한폭탄’ 제거를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와 올해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원자바오 총리와 후진타오 주석이 직접 감염자들과 ‘친밀한 접촉’을 하면서 홍보를 하는 한편, 올해 정부 내에 에이즈예방위원회를 세워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는 ‘에이즈 예방 억제 행동계획’ 등을 마련, 앞으로 3년에 걸쳐 허난성 등 11개 성 55개 현에 약 100개의 에이즈 종합예방 시범지역을 세우기로 했다. 지난해 11월26일부터 중국 <cctv>에서는 언론매체로서는 최초로 ‘에이즈 예방을 위해 콘돔을 사용하자’라는 내용의 공익방송을 내보냈다. 호텔과 술집 등에도 콘돔 비치를 의무화하도록 규정했다. 지난해 사스와의 전쟁을 통해 전염병 은폐와 확산이 몰고 온 엄청난 사회적 충격을 경험한 바 있는 중국 정부가 미리 에이즈와의 전쟁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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