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디자인과 세련된 마케팅 전략으로 러시아인들에게 인기있는 시계로 자리매김
▣ 상트페테르부르크= 글 · 사진 박현봉 전문위원 parkhb_spb@yahoo.com
한국의 로만손 시계가 러시아 여성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연간 수출액이 2만 달러를 넘는 로만손 시계는 해외에서 더 유명한 시계로 자리잡고 있다. 로만손 시계는 그 중에서도 러시아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토털 패션 브랜드’를 궁극적 목표로 내걸고 있는 로만손 시계는 종래의 시계가 단순히 시간을 알리는 기능용품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시계를 패션 소품으로도 손색없는 상품으로 전환시켰다. 따라서 현지 러시아 여성들에게 지난 한해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떠올랐다.
대형 광고판으로 눈길 사로잡아
지난 1988년 4월 세워진 로만손 시계의 김기문 사장은 3.4kg짜리 출장 가방을 줄곧 들고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김 사장의 꾸준한 마케팅에 힘입어 90년대 중반 러시아 내 5개소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등지에 공식 공급업체를 선정해,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 전역에 판매망을 구축했다.
대부분의 수출업체들이 손쉬운 주문자생산(OEM) 방식이나 바이어의 요구에 의한 제품 생산에 중점을 두었다. 이에 반해 애초부터 ‘로만손’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승부를 걸었던 로만손 시계는 이제 러시아에서 시티즌이나 롤렉스, 라도 같은 해외 유명 브랜드와 대등하게 평가될 만큼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김 사장은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모스크바에서 해마다 가을이면 열리는 국제시계박람회에 꾸준히 회사를 소개하고 주요 간선도로 등 보행자 밀집지역에 대형 옥외광고판을 세워 상품을 광고했다.
“러시아 사람들은 특히 광고에 약합니다. 거리마다 즐비한 대형 광고를 보면서 러시아 사람들은 그 기업의 힘을 느끼고, 거기에 제품이 매력적이면 이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마치 고급스런 유행인 양 너도나도 따라하죠.” 모스크바 현지 공식 공급업체 ‘비즈니스&워치’의 대표 세르게이 텔레셰프씨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로만손 시계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대형 광고와 상품 이미지 홍보에 한국 본사가 대대적으로 나서 현지 공급업체는 많은 판촉비용을 들이지 않고 판매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1996년 모스크바 지역 로만손 시계 공식 공급업자로 지정됐다. 현재는 로만손 외에 타이맥스, Q&Q, 시티즌 등을 함께 취급하고 있다.
‘비즈니스&워치’의 판매고 1위 제품은 월 평균 8천여개가 팔리고 있는 로만손 시계이다. 판매담당 부장 올레그씨는 로만손 시계의 인기 이유로 액세서리 기능이 뛰어나다는 점을 꼽는다. ‘액세서리성 시계’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 본사에서는 적어도 분기에 한 차례는 여러 종류의 신형 모델을 공급하고 있다. 각 모델마다 시계판 혹은 팔찌의 색상이나 크기 등에 따라 수십 가지 제품이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사실상 거의 달마다 새 모델을 접하는 셈이다. 이런 탓에 한번 로만손 시계를 산 소비자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새 시계를 마치 액세서리를 갖추듯 또 구입한다.
현지인의 취향과 체형에 맞는 상품 개발
올레그씨는 러시아인의 취향과 체형에 맞는 현지에 토착화된 상품을 내놓는 점도 로만손의 중요한 성공 비결이라고 말한다. 가령 러시아에서 전통적으로 고급스레 평가되던 금색은 노란색에 가까운 밝은 금색이 아니라 적색에 가까운 금색이라는 점을 감안해 로만손 시계는 적색을 기본 톤으로 한 금색 도금 팔찌를 대대적으로 선보였다. 이와 함께 한국 본사에서는 대체로 몸집이 큰 러시아 사람들이 손목이 굵은 점을 겨냥해 특유의 아름다운 디자인은 살린 채 사이즈가 큰 시계를 특별히 제작했다. 소비자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폭발적 인기를 끈 요인이다. 여기에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는 물론 저렴한 시계 하나를 구입하더라도 디자인이 세련된 회사 로고가 찍혀 있는 포장 상자와 쇼핑백을 덤으로 제공하는 세세한 정성이 돋보인다.
지난해 서울 국제시계박람회에 참석한 바 있는 ‘비즈니스&워치’의 텔레셰프 사장은 수시로 러시아 현지를 방문해 변화하는 소비자 취향과 욕구를 확인하고, 현지 공급업체들을 격려하는 로만손 시계 본사의 노력도 성공의 주요한 요인으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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