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 of Asia l 팔레스타인
극단적 교조주의에 빠진 무슬림의 성관념… 금기 속에서도 젊은이들의 호기심은 폭발

얼마 전 텔레비전 토크쇼 진행자 하라 시르한이 자위행위를 주제로 들고 나서자 아랍세계는 폭발했다. 이집트 개인 위성방송 이 토크쇼를 방송하자마자 이슬람 사원쪽에서는 ‘불경스런 짓’이라며 발끈했고, 뒤질세라 각 보수진영에서도 방송사를 난타했다. 그동안 정치적 검열을 빠져나간 이 새로운 방송사에 불만을 품어온 이집트 당국은 때 만난 듯 공격자들을 선동했다. 그러나 토크쇼를 진행한 사회자 시르한은 곧장 아랍 젊은이들 사이에 영웅으로 떠올랐다.
아직도 살아있는 ‘명예살인’
이슬람 세계를 구성하는 무슬림의 가장 기본적인 성 관념을 한마디로 압축하라면 부끄러움이나 치욕 같은 뜻을 지닌 ‘에입’이 아닐까 싶다. 에입은 결혼이라는 공간 바깥에서는 섹스를 절대 금기로 억눌렀고, 결혼이라는 공간 안에서도 섹스를 화제로 삼는 걸 부정했다. 에입에 눌려 성은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금지당했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꽉 짜인 공동체 틀 속에서 성과 격리된 상태로 자라다 보니 무슬림 젊은이들은 어쩌다 기회를 얻으면 성적 폭발을 일으키곤 했다.
에입이 허용한 유일한 것은 남성들의 허황한 ‘정복심리’와 그에 따른 ‘무용담’뿐이었다. 그러나 고단위로 과장된 정복 신화는 사내들에게 내 아내와 딸과 누이만은 지켜야 한다는 지나친 강박관념을 제공해 결국 에입을 극단적 교조주의에 빠지게 한 주범이 되었고, 보수적인 지역에서 ‘에입’을 공동체의 ‘명예’로 해석하면서부터 여성 파괴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무슬림 사회 범죄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악질로 꼽는 ‘명예살인’이 지금도 여전히 많은 아랍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는 실정이다. 기껏 손을 잡거나 키스를 한 정도가 과장되어 혼전섹스를 했다는 소문이라도 나는 날에는,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여성쪽 가족들이 딸이나 누이를 살해하는 끔찍한 일들을 저질렀다. 이 명예와 죽임 사이에는 대체 어떤 관계가 있기에, 나무 그늘 아래 앉아 동네 청년과 이야기 몇 마디 나눈 소녀가 불길에 던져지고, 간음했다고 살해당한 여성이 부검 결과 처녀로 밝혀지는 일이 개명천지에서 버젓이 벌어지는가.
이런 악습들이 판치는 동안, 본디부터 여성을 보호하고 여성을 존중하라던 예언자 모하마드의 가르침은 온데간데없고, 빛났던 무슬림 여성 역사와 전통은 송두리째 무너져버렸다.
지금 이슬람 세계에 남은 것은 여성 위에 군림하는 남성, 여성을 ‘하수구’로 여기는 그릇된 성 관념뿐이다. “무슬림 남성들은 섹스를 하면서 여성을 배려하거나 생각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물론 무슬림 성의학자들이 조사한 결과다. 섹스가 상호작용이 아니고 일방적으로 남성만 즐기기 위한 행위라는 의식이 아랍세계에 폭넓게 퍼져 있다는 뜻이다. 무슬림 사회에서 성을 이해하고 또 자신의 만족한 성을 위해 요구하는 여성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성의학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금기 중의 금기, 여성 오르가즘

특히 여성 오르가즘은 금기 중의 금기며 결코 입에 오르내린 적이 없다. 이집트 일부지역에서 행해져온 여성 음핵거세 같은 행위는 여성의 즐거움을 원천적으로 제거시켜버린 야만적인 ‘음경지배문화’일 뿐, 무슬림의 이름 아래 할 수 있는 짓이 결코 아니다.
이래서, 자위행위를 다룬 토크쇼, 그 하찮게 여긴 텔레비전 프로그램 하나가 섹스를 놓고 ‘명예’와 ‘죽음’을 같은 의미라 해석해왔던 극단적인 보수 무슬림들에게는 가히 가공할만한 사건이 되었다. 그 프로그램이 큰 반향을 일으키자 여러 전파매체들이 다양한 각도로 성을 다루기 시작했고, 아랍세계에서는 지금 소리 없는 성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정부를 비롯한 보수집단들이 장악해 온 인쇄매체, 텔레비전, 라디오는 최근 들어 위성방송과 인터넷에 밀려나고 있는 추세다. 폭력은 무제한 허용하면서도 키스는 물론이고 아주 제한적인 노출마저 인정하지 않는 강력한 검열 아래 버텨왔던 전통매체들은 시민들로부터 소외당해 가는 반면, 제한 없이 자유롭게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이나 시르한 같은 토크쇼 사회자를 키워내는 위성방송들은 점점 더 사랑을 얻어가고 있다. 특히 아랍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 카페는 개인별 맞춤식 자유공간을 제공하며 두려움과 부끄러움 없는 섹스를 제공하는 선봉장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위성방송과 인터넷 같은 새로운 매체들이 젊은이들을 북돋워 개방 기운을 퍼트려 나가자 보수에 목을 매달고 있던 사회 각 분야는 전면전을 선언하고 나선 모양새다.
“성 개방은 세계화와 아메리카 문화제국주의가 연합한 결과다.” 그럴듯한 구호를 들고나선 보수집단은 아메리카의 이혼율을 내세우며 성 개방이 결국 아랍세계 가족질서를 파괴시킬 것이라며 일제히 한 목청을 높였다. ‘쇠귀에 경 읽기’라고나 할까, 이미 섹스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더 중요한 화제로 떠올라 있는 젊은이들에게 이런 반격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술 더 떠, 젊은이들은 동성애 같은 전통 금기 품목도 서서히 양지로 끌고 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만나고 노는 공간인 웹사이트에는 게이 리스트까지 나돌면서 평생 입에 담아 보지도 못한 생소하고 예민한 주제인 동성애가 한창 화제를 끌고 있다니. 동성애자로 발각되는 날에는 조건 없이 개처럼 끌려 다니며 얻어터지는 게 무슬림 사회 전통인 것을 생각해 본다면, 놀랄만한 변화임에 틀림이 없다.
쉬쉬하며 ‘근친상간 공론화’ 움직임
참고로 근친상간 같이 ‘초극단적’으로 예민한 주제는 아직 쉬쉬하며 전해지는 수준이긴 하지만, 일부 진보적인 진영에서는 공론화 시키자는 움직임이 어렴풋이 눈에 띈다. 사실 무슬림 사회 내부에서 특히 보수적인 집단 사이에 오히려 광범위하고도 심각하게 퍼져 있는 근친상간은 약자인 여성을 치명적으로 파괴시키는 전통적이고 해묵은 성폭행 방식이다.
새로운 매체가 주도하는 아랍세계의 성 개방과 자유, 아직까지 물살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이미 흐르기 시작한 기운은 21세기 아랍과 세계사의 변화를 읽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자유롭고 건강한 섹스를 할 권리를 지녔다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기까지 아랍세계는 먼길을 돌아왔다. 그리고 현재 그 길에 도달하기 위한 진통도 시작되었다. 사회과학자들은 나름대로 경보를 울리기 시작했다. 현재 아랍 전역을 휩쓸고 있는, 젊은이들의 자살율 증가는 전에 볼 수 없던 현상으로 개방에 따른 부작용으로 드러나고 있다.
기성세대와 젊은이들 사이에 세대차이와 인식차이가 현격한 속도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남녀접촉은 이미 한계치를 넘었고, 그 해묵은 전통과 새로운 질서 속에서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종교적이든 반종교적이든 개의치 않고 자신의 의지를 극단적으로 표현해 가고 있는 탓이다.
아랍어로 자위행위는 ‘비밀스런 행동’이라는 뜻을 지닌 ‘알 아데 알 실리에’다. 그러나 그 동안 감춰져 왔을 뿐, 아랍세계의 비밀 속에는 무제한 자위행위가 들어있었고 또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섹스에 대한 염원도 엄청나게 숨어있었다. 아랍은 지금도 온전한 섹스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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