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권총 대신 축구공 갖고 놀게 될 것”

등록 2008-06-20 00:00 수정 2020-05-03 04:25

피스드림재단 유경의 사무총장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장벽 허물고 경기장 지을 계획”

▣ 김창금 기자 한겨레 스포츠팀 kimck@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 난민캠프 사람들을 많이 모아 더 큰 피스드림컵 대회를 열었으면 해요. 정말 좋기 때문이죠.”(18살의 버마 카렌족 난민 여학생 다레)

“키시족 여자로서, 나는 다른 부족의 젊은이들과 스포츠를 통해 만났습니다. 스포츠가 다른 종족, 다른 종교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라이베리아 난민촌 여성 비비안)

기존 재단의 해외활동 영역 특화

무엇이 카렌족 여학생 다레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누가 라이베리아 난민촌의 비비안을 기쁘게 했을까? 6월14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출범한 피스드림재단(문현진 이사장)이 지난 5년간 아시아·아프리카·중동·동유럽 30여 개국 어린이를 위해 펼친 ‘피스드림’(평화의 꿈) 사업을 보면 궁금증이 확 풀린다. 피스드림재단은 기존 선문평화축구재단의 해외활동 영역을 특화한 것인데, 좀더 집중적인 해외공헌 사업을 위해 설립했다고 한다.

재단 쪽은 그동안 분쟁·난민 발생 지역에서 심판과 코치를 교육하고, 빈곤국에 들어가 어린이 축구대회를 조직하거나 경기장을 세워주었다. 난민 발생 지역에서는 주로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나이키 등과 함께 사업을 펼치고, 북유럽의 에스토니아 6개국 어린이 축구대회(2006년)나 이스라엘·요르단·팔레스타인 3개국 어린이 리그(2006년) 등은 현지 답사와 조사 등을 통해 독자적으로 사업을 벌인 경우다. 통상 하나의 이벤트를 준비하는 데 3~6개월이 걸리는데 대충대충은 없다. 반드시 결과보고서를 쓰도록 해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축구공을 통한 평화 만들기에 들어간 돈이 지금까지 300만달러. 기업이 아닌 민간단체가 이 정도 규모로 사업을 해낸 것은 드문 일이다.

유경의 피스드림재단 사무총장은 “생색내기나 종교적 이해를 목표로 했다면 진작에 실패했을 것”이라며 “사진 한 번 달랑 찍고 떠나버리는 다른 단체와 다르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유엔기구까지 감사를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60년 분쟁지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축구학교와 코칭스쿨을 설치하기로 두 나라 정부와 합의했다. 팔레스타인 쪽은 축구학교 부지를 제공했고, 이스라엘 체육부 장관은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재단이 적극 나서달라”며 반겼다고 한다. 내년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장벽을 허물고 그곳에 50만달러를 들여 경기장을 짓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유 사무총장은 “가자 지역의 팔레스타인 아이들은 놀 게 없어 총이나 포탄을 갖고 놀고 있다. 이들은 극단주의자들의 표적이 돼 또 다른 테러리스트가 된다”며 “축구장이 지어지면 권총 대신 축구공을 갖고 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빈곤국 축구 지원, 레알 마드리드도 반색

피스드림재단의 어린이 축구 지원 사업은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내년에 4회째를 맞는 2009 피스컵 국제축구대회의 경우 스페인의 명문 클럽 레알 마드리드와 세비야가 참여할 예정이다. 유 사무총장은 “피스드림의 빈곤국 축구 지원 활동을 본 뒤 레알 마드리드 쪽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며 “레알 마드리드의 마케팅 담당 총괄이사가 피스컵 계약서를 쓰면서 ‘1년 뒤의 일에 사인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국제 축구계와의 공동 보조도 이뤄지고 있다. 모하메드 하맘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은 피스드림 사업에 자극받아 올해 연맹 산하에 사회공헌위원회를 새로 설치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풀뿌리 축구 지원사업인 골(GOAL) 프로그램과의 연계도 추진 중이다.

유경의 사무총장은 “난민촌 아이들의 생활은 캠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들이 축구공을 통해 바깥세상을 알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