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사랑도 진하게, 한국문화 체험도 진하게!
노르웨이의 젊은 남녀 한쌍이 한국에서 전통혼례를 올렸다. 신부는 한국 입양아 출신 스티네 욘스루드 (Stine Jonsrud·23), 신랑은 벤야민 엔드레 라센(Benjamin Endre Larsen·22). 10월25일 서울 양재동 시민의 숲에서 열린 혼례식엔 양가 부모가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양국 친구들로 북적거렸다.
스티네 욘스루드는 지난 7월 한국에 왔다. 서울 경희대에서 6개월 기한의 교환학생으로 한국어를 공부 중이다. 본래 오슬로국립대에서 동양학을 전공한 그는, 학과 교수 중의 한명인 박노자(31) 교수에게 10개월간 한글을 배우기도 했다. 그 인연으로 혼례식 주례는 박 교수가 맡았다. “주례 선생님이 너무 젊다고요? 하하하, 저희 나라에선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노르웨이에 있을 때 신랑과 “한국식 전통혼례를 하자”는 농담을 주고받은 적이 있는데, 한국에 오게 되면서 정말로 이루어졌단다. “저의 뿌리인 한국의 전통문화를 다이내믹하게 경험할 좋은 기회잖아요.” 그는 한국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한글로 된 예쁜 청첩장도 돌렸다.
부산에서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노르웨이로 입양된 그의 한국 이름은 ‘박선미’. 고국에서의 유일한 흔적이다. 그래도 구김살 없이 자랐다. 남자도 군대를 잘 안가는 노르웨이에서 1년간의 여군 생활을 자원했을 정도로 씩씩한 여성이다. 앞으로의 꿈은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 혼례식을 위해 2주간 한국에 머문 신랑은 오슬로국립대 약학과 학생이다. 졸업 뒤엔 유능한 ‘신약 개발 연구자’가 되고 싶단다. 신부는 신랑의 그 야망에 반했다고.
고등학생 시절에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미 노르웨이에서 4년간 함께 살았다. 내년 5월엔 오슬로에서 한번 더 결혼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 젊은 부부는 한국에서의 허니문을 단풍이 물든 설악산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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