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과 패기 넘치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젊은 피’들이 그라운드를 장악한다
김경무 기자/ 한겨레 스포츠부 kkm100@hani.co.kr
6월13일 새벽(한국시각) 포르투갈 포르투의 드라가우 스타디움에서 막을 올린 2004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04) 열기가 국내에서도 뜨겁다. 열성 축구팬들은 새벽 잠을 설쳐가며 ‘유럽의 월드컵’의 명승부를 보며 축구의 묘미를 만끽하고 있다.
1960년 프랑스에서 첫 대회가 열린 이후, 벨기에와 네덜란드가 공동 개최한 2000년 대회까지 40년간 숱한 스타들이 뜨고 졌다. 1972년 4회 대회 때 당시 서독을 우승으로 이끈 프란츠 베켄바워와 ‘폭격기’ 게르트 뮐러에서부터 84년 프랑스 우승의 주역 미셸 플라티니, 88년 챔피언 ‘오렌지군단’ 네덜란드의 루드 굴리트, 96년 독일을 정상에 올려놓은 골잡이 위르겐 클린스만, 2000년 결승전에서 골든골로 ‘뢰블레’ 프랑스를 챔피언에 등극시킨 다비드 트레제게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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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서는 유로 2000과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화려하게 떠올랐던 일부 스타들이 노쇠화 조짐을 보이면서, 힘과 패기가 넘치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젊은 피’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공격진 가운데 잉글랜드의 ‘축구 신동’ 웨인 루니(19·에버튼)를 비롯해,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도(19·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체코의 밀란 바로스(23·리버풀),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카사노(22·AS로마), 네덜란드의 아르옌 로벤(20·PSV에인트호벤), 스웨덴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23·아약스 암스테르담) 등이 빛나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벌써부터 2006 독일 월드컵을 빛낼 스타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활약상을 통해 점차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유로 2004 조별 리그를 점검해본다.
▣ 10대 웨인 루니 월드 스타로 우뚝
6월14일 프랑스와의 B조 개막전에서 1:0으로 앞서나가다, 후반 추가 시간 3분간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에게 2골을 내주며 1:2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던 ‘축구 종가’ 잉글랜드. 그러나 잉글랜드에는 10대 축구 신동 웨인 루니가 있었다. 루니는 18일 스위스와의 2차전에서 마이클 오언(리버풀)과 함께 투톱으로 출격해, 혼자 2골을 몰아넣으며 잉글랜드의 3:0 완승을 주도했다.
스웨덴 출신의 명장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루니에 대한 두터운 신임을 표명했다. 루니는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팀의 예선 탈락 위기 때 2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루니는 이날 전반 23분 마이클 오언이 벌칙구역 왼쪽에서 띄워준 공을 용수철처럼 솟아올라 머리로 선취골로 연결했고, 후반 30분에는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왼쪽 골문을 갈랐다. ‘야생마’로 불리며 180cm·75kg의 다부진 체격을 가진 기존 주전 에밀 헤스키(리버풀)를 제치고 잉글랜드의 간판 골잡이 마이클 오언의 투톱 파트너가 됐다.
웨인 루니는 각종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며 일찌감치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2002년 10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연소골(16년360일), 2003년 2월 잉글랜드 대표팀 경기 최연소 출전(17년111일), 그해 9월 잉글랜드 대표팀 경기 최연소 득점(17년317일) 등. 이번 대회에서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최연소골(18년7개월24일) 기록도 만들어냈다.
▣ 포르투갈의 ‘황금날개’ 호나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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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아누 호나우도는 이번 대회 A조 그리스와의 개막전에서는 주전으로 출장하지 못했다. 왼쪽 날개인 시망 사브로사(벤피카)에게 밀렸다. 그러나 팀이 0:2로 뒤진 후반에 교체 투입돼 추가 시간 3분 사이에 그림 같은 헤딩골을 성공시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18일 러시아와의 2차전에서는 팀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막판에 절묘한 오른발 아웃프런트킥 센터링으로, 후이 코스타(AC밀란)의 골을 도와 팀의 2:0 승리에 기여했다.
21일 스페인과의 마지막 3차전에서는 마침내 주전 오른쪽 날개로 출전해 화려한 개인기와 돌파력을 선보이는 등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포르투갈은 결국 호나우도 등의 활약 속에 후반 12분 누누 고메스(벤피카)의 천금 같은 결승골로 스페인을 1:0으로 잡고 8강에 올랐다.
호나우도는 이미 지난해 여름 데이비드 베컴의 등번호(7)를 물려받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스카우트되면서 주목을 끌었다. 앨릭스 퍼거슨 감독과 맨유는 이적료 1220만파운드(256억원)를 지급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화려한 개인기와 총알 같은 스피드를 자랑하는 전형적인 윙플레이어. 지난해 만 18살의 나이에 첫 포르투갈 유니폼을 입고 카자흐스탄과의 A매치에 출장했다.
호나우도는 노쇠화된 루이스 피구(레알 마드리드)와 골잡이 페드로 파울레타(파리 생제르맹)의 뒤를 이어 포르투갈을 이끌 대들보로 평가받는다. 또한 FC포르투를 2003~2004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으로 이끈 데코, 마니셰, 코스티나(이상 미드필더), 히카르두 카르발요, 누노 발렌테(이상 수비수) 등 5인방도 포르투갈의 핵심 멤버들이다.
▣ 체코의 샛별 ‘밀란 바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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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D조’에서 체코가 8강에 선착한 것은, 세계적 미드필더 파벨 네드베드(유벤투스)의 눈부신 중원 활약이 밑거름됐다. 하지만 공격수 밀란 바로스의 마무리는 더욱 결정적이었다.
체코는 라트비아와의 1차전에서 전반 추가 시간 때 기습골을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후반 들어서는 일방적 공세를 펼치고도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해 애를 태웠다. 해결사는 바로 밀란 바로스였다. 후반 28분 바로스는 상대 골키퍼가 쳐낸 공을 벌칙구역 중앙에서 잡아 번개같이 1:1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체코는 이어 경기 종료 5분 전 마레크 하인츠(FC바니크 오스트라바)의 골로 2:1 역전승을 일궈내며 귀중한 첫승을 올렸다.
20일 네덜란드와의 2차전에서도 밀란 바로스는 팀이 1:2로 뒤지던 후반 26분 통렬한 동점골을 떠뜨렸다. 결국 체코는 후반 43분 스미체르(리버풀)의 결승골로 다시 한번 3:2 역전승을 거두고 2승으로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밀란 바로스는 ‘오스트라바의 마라도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애초 FC바니크 오스트라바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으며, 2001년 11월 이적료 530만파운드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리버풀로 영입됐다.
▣ ‘아주리군단’의 새 골잡이 안토니오 카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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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카사노는 ‘아주리군단’ 이탈리아의 새로운 킬러로 주목받는 신예. 17살의 나이에 입단한 바리팀에서 명문 유벤투스·인터밀란 등을 상대로 골을 성공시키며 주목을 받았다. AS로마는 그를 영입하는 데 420억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폴란드와의 A매치에 처음 이탈리아 대표로 데뷔했다.
이번 유로 2004에서 드디어 화려한 빛을 발했다. 특히 팀의 기둥인 프란체스코 토티(AS로마)가 ‘침 사건’으로 3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고 나오지 못한 채 벌어진 난적 스웨덴과의 2차전에서 크리스티안 비에리(인터밀란)와 함께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 귀중한 선취골을 잡아냈다. 전반 37분 오른쪽에서 오른쪽 윙백 크리스티안 파누치(AS로마)가 띄워준 공을 골지역 오른쪽에서 살짝 방향만 바꾸는 헤딩슛으로 왼쪽 골문을 가르는 골로 연결한 것이다. 반면 비에리는 여러 차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맞았지만, 헤딩슛이 번번이 빗나가 언론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았다.
▣ 아르옌 로벤 때문에 ‘웃다가 울고 만’ 오렌지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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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20일 체코와의 D조 2차전에서 결과적으로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이날 처음으로 왼쪽 날개로 선발 출장한 아르옌 로벤. 그는 총알 같은 스피드와 현란한 개인기로 체코 지역을 휘젓고 다녔으며, 전반 4분 절묘한 프리킥으로 수비수 빌프레드 보우마(PSV에인트호벤)의 헤딩 선취골을 도왔다. 또 전반 19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문전 쇄도하는 뤼트 반 니스텔루이(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절묘한 연결을 해줘 결국 두 번째 골을 이끌어냈다. 네덜란드는 로벤의 눈부신 활약으로 전반 내내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나 후반 13분 아드보카트 감독이 로벤을 빼고 미드필더 파울 보스펠트(맨체스터 시티)를 투입하면서 네덜란드는 무너지기 시작했고, 결국 2:3 역전패를 당했다. 로벤은 이미 네덜란드 리그에서 명성을 떨쳐 다음 시즌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로 이적이 확정된 스타. 아드보카트 감독의 불신임으로 1차전에는 나오지 못했지만, 체코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 스웨덴의 ‘신병기’ 이브라히모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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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이번 대회 스웨덴의 ‘비밀병기’로, 기존 골잡이 헨리크 라르손(셀틱)과 함께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이탈리아와의 C조 2차전에서는 0:1로 뒤지던 후반 40분,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켜 스웨덴의 영웅이 됐다. 문전 혼전 중 골대를 등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른발 아웃프런트킥으로 원바운드된 공을 뒤로 차 왼쪽 골문에 꽂아넣은 것이다.
불가리아와의 1차전에서도 절묘한 오른쪽 센터링으로 전반 32분 프레드릭 륭베리(아스날)의 첫골을 도왔고, 후반 33분에는 륭베리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골로 연결했다. 2003~2004 시즌 네덜란드 프로축구 에레디비지에서 아약스 골잡이로 활약하며 16경기에서 13골을 작렬해 아약스의 리그 우승의 견인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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