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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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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싸움

등록 2003-11-27 00:00 수정 2020-05-03 04:23

송두율 교수 사건은 해묵은 국가보안법 문제와 함께 오랜 기간 동안 ‘알고도 모른 척했던’ 수사기관의 인권침해적 조사행위를 향해서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1월11일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 참여권’을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에서 변호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변호인과의 접견권은 인권보장과 방어권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권리”라는 것이 이유였다.
최근 송 교수의 변호인단은 또 다른 싸움을 시작했다. 11월25일, 박정삼 국정원 2차장과 박만 서울지검 1차장,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 등 3명을 ‘피의사실 공표죄’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것이다.
현행 형법은 수사기관이 조사된 내용을 기소 전에 외부에 알리지 못하도록 하며, 이를 어길 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확정되지 않은 혐의가 알려져 자칫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월19일에 검찰이 기소했으니, 그 이전에 정치국 후보위원 선임건이나 노동당 가입 문제 등 국정원과 검찰에서 나온 송 교수 수사내용은 모두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는 셈이다.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 정보위에서 보고받은 내용 외에도 국정원 직원과 ‘공모’해 피의사실을 외부에 알린 점 때문에 국정원, 검찰 관계자와 함께 나란히 피고발자 명단에 올랐다.
이와 함께 검찰조사에서 피의자에게 포승과 수갑을 채우는 점도 또 다른 위법행위로 지적되고 있다. 조사과정에서의 포승과 수갑을 채우는 것은 피의자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헌법에 보장된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 행위지만, 지금까지는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일상적’으로 이뤄져왔다. 송 교수의 경우 검찰조사를 받는 매주 화·목요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늦어질 때는 밤 10시까지도 포승과 수갑이 채워진 채 조사받았다. 검찰청에 가더라도 검사가 부를 때까지 창문도 없는 검찰청 구치감에서 꽁꽁 묶인 채 기다려야 했다.
송호창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우리 행형법은 호송 중인 수용자에게만 포승과 수갑을 사용하도록 요건을 제한하고 있는데도, 송 교수는 물론 일반 구속 피의자의 조사과정에서도 일상적으로 계구가 사용된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문제제기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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