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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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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병이 기침 부른다”

등록 2004-12-09 00:00 수정 2020-05-03 04:23

[몸살리기]

▣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기침은 기도(숨쉴 때 공기가 코에서 폐로 들어가는 통로) 내에 침입한 자극물질(먼지나 세균)을 입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생체방어 반응이다. 그런데 기침도 심하게 계속 하다 보면 에너지 결핍과 체력 소모로 전신이 허약해지고 몸이 마르게 된다. 음식물을 통해 섭취한 영양분이 에너지로 바뀌려면 충분한 양의 산소가 공급돼야 한다. 만일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기침이 심하다면 그만큼 기도를 통해 들어가는 산소량이 줄어들게 된다. 이로 인해 영양분 산화에 쓰일 산소 부족으로 에너지를 충분히 만들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만성적인 에너지 결핍으로 몸이 허약해진다.

이렇듯 힘든 기침의 원인에 대해 흔히 기관지나 폐에 병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만성적으로 하는 기침의 원인은 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교적 흔한 원인 중 하나는 축농증이나 비염 같은 코의 질환이다. 축농증 때문에 흐르는 분비물이나 코의 염증 때문에 흐르는 콧물이 앞으로 나와주기만 한다면야 특별한 문제 없이 코를 힘껏 한번 풀어주면 된다. 하지만 코 뒤쪽으로 질질 흐르는 분비물은 기관지를 계속 자극하여 만성적인 기침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폐질환과 코질환 다음으로 흔한 만성기침의 원인은 위장병에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위-식도 역류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위-식도 역류는 위 안에 있는 산이 거꾸로 흘러 식도로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정상적으로는 식도와 위 사이에 괄약근(새지 못하도록 꽉 조여주는 근육)이 있어 위산이 식도로 역류돼 올라오는 것을 막아준다. 이 괄약근은 음식이 들어갈 때 늘어나서 음식을 통과시킨 뒤 다시 꽉 막아주곤 한다. 위는 위산을 견디는 보호막을 자체적으로 만들지만 식도는 만들지 못한다. 위산의 산도가 너무 강해서 고기가 녹을 정도다.

이런 까닭에 강한 산에 닿은 식도는 화상을 입은 것처럼 손상된다. 이때 가슴이 뜨겁고 타는 듯한 증상을 느끼게 된다. 식도의 괄약근이 느슨해져서 위산이 식도로 넘어오는 경우가 반복해서 생기면 목까지 자극하게 되고 결국 기침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기침에는 아무리 기침약을 먹고 항생제를 써도 낫지 않는다. 위산의 역류로 인한 기침은 위를 치료해야 한다. 만일 가슴 엑스레이 사진도 정상이고 기침약도 듣지 않는다면 위장병을 의심해볼 만하다. 이런 사람은 술·담배·커피를 절대 삼가야 하고, 식사 뒤 바로 눕는 습관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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